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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7_ 김춘희 디카시 ‘착각’
[이상옥 칼럼]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7_ 김춘희 디카시 ‘착각’
  • 뉴스N제주
  • 승인 2020.12.0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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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솟아오른 굴뚝에서
푸른 하늘에 구름을 만든다
바람과 합작하여
-김춘희

[해설] 김춘희 시인은 중국의 조선족 시인이다. 김춘희 시인은 중국 길림성 용정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상해화동사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일본 후쿠오까대학에서도 공부했다. 그녀는 중국 조선족 문예지 《연변문학》 《송화강》 등으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중국 위쳇 췬 우리민족문학사랑방의 췬주(방장)로써 디카시사화집 『보찍쓰 1호』를 기획하여 출간했고 또 디카시집 『고리』를 한국에서 출간했다.

김춘희 시인의 디카시 「착각」은 이번에 출간한 디카시집 『고리』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디카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구름으로 착각한다는 단순한 메시지이지만 깊은 함의를 지닌다. 굴뚝을 지워버리고 연기만 보면 영락없는 푸른 하늘의 구름으로 보인다.

아주 짧고 단순한 순간의 언술이 영상과 결합하면서 공간 구조를 구축하며 심층적 담론을 생산해낸다. 인간이 사는 주거지의 높은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굴뚝은 지상에서 하늘을 향하여 솟아 있음으로써 인간의 염원을 표상한다고 하겠다. 인간의 염원은 하늘을 향한 기도라고 해도 좋다. 따라서 이 디카시의 영상은 지상과 하늘의 이원적 공간구조로 이뤄져 있는 가운데 굴뚝의 연기는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연기는 바람의 작용에 의해서 구름과 동일체가 된다. 따라서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는 상징이 연기이다. 연기는 하늘을 올라 구름이 되고 구름은 다시 비로 내려 하늘은 땅에 응답한다. 굴뚝에서 연기로 다시 구름으로 다시 비로 내리는 하늘과 땅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름답지 않은가.

굴뚝의 연기는 바람의 작용이 없으면 연기 자체로 존재하지만 바람에 의해 연기는 구름으로 동일시되는바, 여기서 바람은 신의 은총을 표상한다고 봐도 좋다.

시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 디카시는 지상과 하늘의 소통과 응답의 아름다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지상의 간절한 염원 혹은 기도는 하늘에 닿고 하늘은 응답한다는 원형적 상징 구조를 이 디카시는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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