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린준 칼럼](1)인류 패션의 미래, 물소중이
[박린준 칼럼](1)인류 패션의 미래, 물소중이
  • 뉴스N제주
  • 승인 2020.10.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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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인류 패션의 미래, 물소중이.

제주의 해녀문화는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해녀에 대한 관심도가 많아졌다지만 그 문화에 대해 더 연구하고 관심도가 높아졌다고는 장담할 수가 없다.

유네스코 등재가 되고 어느 파란 눈을 가진 사진작가가 해녀의 문화에 대해 사진을 찍고 알리는 것에 가슴이 쓰릴 정도로 아픈 눈을 가진 청년이 있었다.

제주출신으로 서울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제주사람이 아닌 파란눈을 가진 외국인이 오히려 더 제주해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뜨거운 제주사랑으로 제주해녀의 문화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박린준.
92년생인 청년이 제주해녀의 문화에 대해 눈을 뜨게 됐고 그로인해 물소중이(그는 해녀복을 이렇게 표현했다. 물옷)의 가치를 알게 됐고 해녀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부터 그가 써내려갈 내용은 제주도민이 자주적으로 느끼고 깨닫고 실천해야 될 주요한 내용들이다.

만약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일들이 우리 제주도민과 청년 등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스타일인 패션(fashion)을 위해 힘찬 열정인 패션(Passion)을 다하는 박린준 디자이너의 칼럼을 통해 우리 역시 열정을 가슴에 담을 것이다.

뉴스N제주는 ‘박린준 칼럼'인 인류 패션의 미래, 물소중이'를 게재합니다.

박린준 디자이너는 △서울직업전문학교 패션의류학과 출강△한국 폴리택대학교 강서 패션의류학과 출강△서경대학교 패션모델연기과 출강△제주대학교 교육혁신본부 출강△제주대학교 링크사업단 출강△제주대학교 패션의류학과 출강△배화여자대학교 패션의류산업학과 출강△우석대학교 패션스타일링학과 출강△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로컬크리에이터 스쿨 출강△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패션디자인과 겸임교수 등 많은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2019년 한국섬유패션대상 신진디자이너 부문 수상△2017년 중국 국제 패션위크 글로벌 탑 10 오리지널 디자이너상△2015년 코엑스 아쿠아리움 컬쳐 크리에이터 선정△2016년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2016년 서울 스토리 패션쇼 <미래로 가는 길>△2017년 중국 광저우 X 뉴욕 패션위크△2017년 중국 상하이 K11 아트몰 전시△2017년 중국 원저우 국제 패션 엑스포△2017년 서울로 7017 프로젝트 개장 기념 패션쇼△2017년 서울 365 패션쇼 <패션, 역사를 걷다> 패션쇼△2018년 동대문 도시갤러리 아트윈도우 업싸이클링 패션전 디렉터△2018년 중국 우한 국제 패션위크△2019년 중국 샤먼 국제 패션위크 등 많은 수상해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차세대 패션디자이너이다.

이번에 칼럼을 통해 제주인이 알고 있으면서 잊고 사는 문제, 해야만 될 문제 등 많은 것을 지적하고 알리고 패션에 꿈을 꾸는 많은 청춘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는 장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뉴스N제주에 칼럼을 혼쾌히 게재해주신 박린준 디자이너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박린준 디자이너의 칼럼을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필독이 있기를 기원합니다.[편집자 주]

박린준
박린준

제주의 근원은 ‘설문대할망’이다.

할망(大母)이란, 어머니의 어머니를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집 안의 큰 사람이다.
대할망(最大母)은 창조의 섬을 빚어낸 거대 여신을 비유한 가장 탁월한 표현인 것이다.

태산은 수많은 흙과 초록을 품어 그 무성함을 이루었고, 바다는 수많은 강과 물줄기를 포용하여 그 깊음을 이루었다고 하니, 여성이며, 모성(母性)이라는 연륜을 지낸 대할망은 웅장한 대자연을 창조하며 그 명맥의 근본과 영속성을 이미 통달한 존재다.

그녀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천혜의 절경을 설계한 디자이너이며, 동시에 제주인들의 생명과 생존에 대한 지력을 발달시킨 과학자이다.

그러나, 대할망은 늘 음문(陰門)을 드러내고 있었다.

할망은 낡은 치마 사이로 드러나는 자신의 음문을 부끄러이 여겼다.

할망은 늘 제주인들의 꿈이었던 ‘육지다리’를 놓아주고 싶었지만, 다리를 벌리기 위해서는 음문을 가릴 수 있는 소중이(속옷)가 필요했다.

거대 여신의 소중이를 짓기 위해서는 100동이라는 방대한 양의 명주가 필요했고, 동분서주 했던 제주인들의 최선은 99동의 명주였다.

여전히 음문이 드러나는 미완성된 소중이에 수치심을 느낀 할망은 육지다리를 허물어버렸고 바다로 막힌 제주인들의 꿈은 그렇게 무산되고 말았다.

필자는 제주시 건입동(健入洞)에서 태어난 패션 디자이너다.

시대와 불화하지 않으며 시대를 뛰어넘은 거상 김만덕의 정신으로 꽃다운 열일곱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중국에서 이름을 알렸다.

나는 서울의 근면성실을 가장 잘 대변하고있는 동대문 흥인동(興仁洞)에 정착했다.

대학을 졸업하지도, 유학을 다녀오지도 않았지만, 모든 패션 디자이너들의 로망인 서울패션위크에 최연소로 데뷔하며 제주섬에서 날아온 푸른 Early Bird임을 증명했다.

빅데이터 · AI 혁신기술이 접목되어 마우스 클릭 하나로 소비자의 니즈 분석부터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3일이면 모든 것이 충족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막대한 양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패션 인더스트리는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요구되는 실정이다.

어느 날“죽어보난 물소중이 호나있져” 라는 내 고향 해녀의 속담이 다가왔다.

‘물소중이’한 벌로 자신의 삶과, 후손들의 삶을 일궈왔던 해녀의 근검절약한 정신.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의 자극적인 15분의 퍼포먼스 보다도 더 임팩트가 있는 말이었다.

외아들이 수천벌의 옷과 가방들을 만들어내는 동안, 초라한 단벌숙녀로 살아왔던 나의 어머니의 삶이 눈에 선하다.

나의 어멍에게, 나의 할망에게, 나의 대할망에게 최고급 물소중이 한 벌을 지어드릴 수 있는 패션 디자이너로 살기로 결심했다.

박린준
박린준 디자이너 작품 해녀의 바다는...

물소중이,

오늘날 내가 제주바다를 돌보며 제주인들을 길러내었던 모계중심의 해녀문화를 깊숙이 들여다보게된 계기가 되었다.

제주바다를 수놓은 검정꽃들과 주홍의 태왁들, ‘해녀복’이라는 어벙한 실루엣이 내 눈을 잠식했다.

이 어벙한 옷 한 벌이 제주 해녀들의 의식주 전체를 관할하고 있었구나.

야마모토(やまもと)라는 그 까망헌 고무복.

그것은 우리들의 뼈저리는 고통을 다시금 회상하게 했다.

그것은 제주 해녀들의 삶을 통제하기도, 지배하기도 했다.

망사리 속 뿔소라를 두둑히 채워주기도 했지만, 떨어지지않는 거머리와 같은 잠수병을 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나는 그 까망헌 고무복에서 모자랐던 제주의 명주 한 동을 찾아내었다.

그 명주 한 동의 이름은 바로 애향심(愛鄕心)이었다.

모자랐던 명주 한 동은 바로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미래를 예언했던 대할망은 명주 한 동이라는 제주인들의 최후의 사명 '애향심'을 남긴 채 바다로 떠난 것이다.

나는 제주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로서 야마모토 고무를 당장 벗겨버려야한다는 사명감에 젖어들었다.

제주의 독창성(獨創性)을 목조르고 있던 꺼멍헌 거머리.

그래서 나는 해녀복 연구소를 런칭했다.

제주를 표방하는 제 2의 피부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제주의 독창성이 바다를 너머, 세계로 항해하는 그 날을 위하여.

애향심을 품지 않고서 어찌 제주바다에 들겠는가.

애향심을 품지 않고서 어찌 세계로 뻗어나가겠는가.

-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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