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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0_ 김기준 디카시 ‘안부’
[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30_ 김기준 디카시 ‘안부’
  • 뉴스N제주
  • 승인 2020.10.1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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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이상옥 시인

안부

송정해수욕장 하늘엔
한 오천년마다 한 번씩 나타나
불멸의 마음 전하는
수컷의 그리움이 남아 있다

   -김기준

[해설] 김기준 시인은 2017년 『시와 경계』로 나와서 뉴스 1 취재국장 등을 역임하며 시인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보은문화원을 통해 오장환디카시신인문학상을 실질적으로 제정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형기디카시신인문학상도 있고, 계간 『시와 편견』에서 디카시 신인상 제도를 운영하고 또 디카시 신춘문예도 만들어졌지만 디카시에 있어서 신인상 제도는 오장환디카시신인문학상이 최초였다.

디카시 신인상이라는 아이디를 처음 제시했다는 점으로도 김기준 시인은 디카시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하겠다. 언론인으로서 디카시 홍보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디카시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는 것에서부터 창작은 시작된다. 오늘 소개하는 디카시 「안부」는 시인이 송정해수욕장 하늘에서 놀라운 형상을 발견하고 디카로 결정적 순간을 찍었다. 왼쪽으로 거대한 짐승이 혓바닥을 보이며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꼬리까지 선명하게 포착되어 있어 리얼리티도 두드러진다.

시인은 송정 하늘에 한 오천 년마다 한 번씩 수컷의 짐승이 나타난다고 언술한다. 물론 신화적 계시적 진술이다. 신화적 진술은 현실과 거리가 멀수록 더욱 리얼리티가 상승하는 것이다.

이 진술에서는 과학적 진실은 지워지고 신화적 진실이 시적 진실로 환치되어 나타난다. 오천 년이면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대한민국 전 역사의 무게를 지니는, 불멸의 마음이 수컷의 그리움이라고 명명한다.

이 디카시는 개인적 서정을 넘어서 한민족 건국 같은 역사적 문맥을 거느리며 거대담론으로 확장성을 보인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신화적 과장법으로 한 남성의 시공을 넘어선 그리움을 질주하는 짐승의 모습으로 표상한 것으로, 관념의 절대적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해도 좋다.

이 디카시는 영상과 짧은 언술만으로도 거대담론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거대담론의 디카시로서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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