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7_ 김지헌 디카시 ‘소리 탑’
[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7_ 김지헌 디카시 ‘소리 탑’
  • 뉴스N제주
  • 승인 2020.09.2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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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이상옥 시인

소리 탑

주파수를 한껏 추켜놓았네
저 울음통엔

겹겹이 소리의 탑 쌓아
만리 밖 그대에게 닿고 싶어
-김지헌


[해설] 김지헌 시인은 충남 강경 출생으로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배롱나무 사원》 등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계간 《디카시》 2020년 가을호 통권 35호에 발표한 것이다.

디카시는 극순간 멀티 언어 예술로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물론 모든 디카시가 이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디카시도 문자시처럼 순간의 영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문자시처럼 때로는 고혈을 짜내듯 창작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카시는 디지털 매체의 산물로 당연히 디지털 정신의 하나인 쌍방향 순간 소통으로 시인이 대상과 마주 쳐 느꼈던 정서를 SNS을 활용 실시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본질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디카시의 매미 영상은 클로즈업되어 나타난다. 밤인지 옆 배경은 깜깜하다. 그렇다면 깜깜한 밤에 매미 소리가 크게 들렸을 것이다. 밤에 쩌렁쩌렁한 매미 소리를 듣고 순간 시인은 그 소리의 의미를 떠올렸을 법하다.

만리 밖의 그대에게 닿고 싶은 소리로 읽어낸 것이 그것이다. 당연히 매미는 시인의 정서적 등가물이다. 시인은 매미의 울음소리를 통해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다.

매미의 큰 울음소리를 주파수를 한껏 추켜 놓았다고 언술한다. 매미 소리의 원천을 울음통이라고 표현하며 주파수를 추켜놓았다는 인식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나와 그대의 거리가 만리 밖이라고 제시해 놓고, 만리 밖에 있는 그대에게 닿고 싶어 겹겹이 소리의 탑을 쌓았다는 것이다.

나와 그대의 만리의 거리는 수평적 거리이고 소리 탑을 쌓는다는 것은 수식적 거리이다. 물론 멀리 보기 위해서는 탑 같은 높은 전망대에 올라서 봐야 한다. 만리 밖의 그대를 보기라도 하려면 얼마나 높은 소리의 탑을 쌓아야 할까.

수직으로 제아무리 높이 쌓아도 수평적 거리에 닿은 수는 없다. 결국 이 디카시는 닿을 수 없는 그대 향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의 극한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소리 탑은 애절한 것이다. 처연한 그리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 디카시는 앞에서 말한 극순간 예술로서의 디카시 비전에도 잘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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