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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N아침시](67)'세월 속 배냇저고리'
[뉴스N아침시](67)'세월 속 배냇저고리'
  • 강정림 기자
  • 승인 2020.08.20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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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곽인숙, 시평/현달환
곽인숙 시인
곽인숙 시인

하늘도 땅도
붉은 온도를 말해 주었을 음력 6월
더위는 기억의 안쪽으로부터
살갗을 파고듭니다

젖비린내 나는 하얀 옷은 지금도
방긋방긋 웃는 날도
소리 내어 우는 날도, 있습니다

책갈피 속에 끼워둔 추억처럼
장롱 속 보물 1호
신비스러운 탄생과
오래 배회했을 세월을 말해줍니다

멀리 제비가 돌아왔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집을 짓는 입이 포란의 목마름을
느끼는 모습입니다

제비의 배냇저고리는
어떤 비상의 모습일까요

막 태어난 순간부터
날기 시작한 배냇저고리
웃고 울던 모습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함께하고픈 촛불을 밝혀 봅니다

-. 곽인숙의 '세월 속 배냇저고리'

아이가 처음으로 옷을 입는다. 세상에서 자신의 몸둥아리를 감싸는 첫 순간, 그 기분은 그전에 어머니의 자궁에서 편안하게 보호되던 느낌을 알까.

옷이라는 첫 개념을 느끼는 순간, 아이는 부끄러움도 알고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개념도 느끼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칭찬도 하고 여러가지 덕담도 하지만 아이는 아랑곳없이 그 옷으로 인해 예쁘게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는 그 기억을 잊지못해 장롱 속에 보관하는 것은 제2의 분신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먼훗날 성장했을 때 상상하라고, 기억하라고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음을, 존귀한 생명을 감싸던 그 옷의 의미를 되새기라고.

촛불을 밝히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누구나 걱정반 기대반으로 살아가는 일상입니다.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가장 건강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 옷의 보호로 인해, 가장 따듯한 세상을 보니깐요.[시평 현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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