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2_ 이주석의 디카시 ‘수채화 한 점’
[이상옥 칼럼] 극순간의 예술, 이주의 디카시 감상 22_ 이주석의 디카시 ‘수채화 한 점’
  • 뉴스N제주
  • 승인 2020.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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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옥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수채화 한 점

물 위에 하늘이 떠있고
하늘 위에 나무가 걸터앉았다
물이끼를 태우고 나뭇잎이 출렁이는 오후

돌담 속에서 휴식중인 우주
-이주석

[해설] 제1회 이형기 디카시신인문학상은 첫 회임에도 630여 편이 응모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뜨거운 열기, 높은 작품 수준과 더불어 작위적인 포즈를 걷어내고 휘발되지 않는 생명력 높은 작품이 다수여서 놀랐다는 후문이다.

당선작은 서울의 이주석 씨의 디카시 <수채화 한 점>이다. 예심은 이재훈 시인과 최정란 시인이, 본심은 이정록 시인이 맡았다.

심사평은 이렇다. “제1회 이형기 디카시신인문학상 당선작은 이주석의 응모작 9편 중 <수채화 한 점>으로 선정했습니다. 당선작은 일하는 우주를 통째로 돌담 집 작은 오두막으로 휴가 보내는 대담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이끼의 손을 잡고 막 돌담 집에 도착한 우주, 아래에는 나뭇잎과 구름과 하늘이 잇따라 들어오고 있습니다. 평상시 떠받듦을 받아온 하늘이 맨 나중입니다. 여기서 우주는 주재자(主宰者)가 아닌 피곤하고 힘든 노동자입니다.

만물을 살리는 일꾼의 휴식을 잘 포착했습니다. 멀티언어예술의 한 경지를 보여준 당선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도 수준이 고르게 높았고, 웅숭깊은 시선과 따스한 휴머니즘으로 신뢰를 주었습니다.”

이주석 당산자는 당선 소감에서 “어떤 사물과도 소통할 수 있도록 그들의 아름다운 소리를 전하는데 더욱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당선자 이주석은 디카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디카시를 “사물의 아름다운 소리를 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서 더욱 그렇다. 디카시의 시인은 사물의 소리를 전달하는 에이전트라고 해도 좋다. 당선자는 이를 잘 파악하고 있다.

당선작 <수채화 한 점>은 심사평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우주적 주재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준다. 우주적 주재자는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적 권력자라기보다는 힘든 노동자라로 제시되고 있지 않은가.

이 디카시에는 거대한 우주적 상상력과 함께 새로운 인식도 돋보인다. 이는 하늘과 땅에 대한 역전적 시선의 제시로  경이로움을 유발한다. 물 위에 하늘을 배치함으로써 하늘이 땅 아래에 있는 국면이다. 땅으로 표상되는 지구가 하늘, 우주를 유영하는 형상이다.

수채화 한 점이 거대한 우주적 상상력을 거느리고 있다. 우주적 주재자는 이 정겨운 우주적 하모니를 흐뭇한 표정을 한 채 돌 틈 사이로 살포시 보시는 듯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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