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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인터뷰](7)'모란동백'의 이제하 시인 "책 좀 많이 읽어 달라"
[명사 인터뷰](7)'모란동백'의 이제하 시인 "책 좀 많이 읽어 달라"
  • 이은솔 기자
  • 승인 2020.05.10 13:37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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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부터 생각하지 말고 공부부터 생각해야... 요즘은 등단만 생각하는거 같아 아쉬워”
“갤러리 Z, 문화와 휴식 그리고 맛있는 요리가 있는 공간으로 새 단장 중... 많이 찾아 달라”
이제하 시인, 소설가, 화가(사진 이승국 기자)

가정의 달 5월은 일 년 중 가장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넘치는 달이다. 코로나19로 조용하고 힘겨운 봄을 보낸 제주도 5월은 조심스레 일상의 행복을 되찾는 중이다.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고 있는 요즘, 뉴스N제주 명사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문화계 명사 첫 번째 주인공으로 원로 소설가이자 화가, 가수이기도 한 이제하 시인을 만나봤다.

이 시인은 현재 제주 성산포에서 갤러리 Z를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하 시인(사진 이승국 기자)

■ 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게 된 계기는 ?

“본직이 소설쟁이죠... 1964년 박재삼, 성찬경, 박희진 등과 함께 문예지 ‘60년대 사화집’에 동인으로 참가하여 시작 활동을 하고 ‘70년대 사화집’까지 활동을 해왔으나 현실적으로 시만 써서 생활이 안 되니까 소설 쪽으로 옮겨 갔어요.

그러다 ‘영화칼럼’도 3년 정도 쓰고 지금은 그림 쪽으로 주력하고 있어요. 원고료가 하도 짜니까 그림 쪽이 아무래도 생활에 많이 도움이 돼죠. 그림은 팔리니까요.”

■ 조영남 노래 ‘모란동백’이 만들어진 계기는 ?

“원곡 제목은 ‘김영랑, 조두남 모란동백’이예요. 두 사람을 모델로 내가 시를 썼고 1998년 당시 운영하던 카페 단골들 꼬임에 장난처럼 음반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조영남씨가 노래가 마음에 든다고 자기가 부르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가 ‘모란동백’으로 리메이크 해서 자신의 CD에 수록을 했는데 그 덕분에 지금 담배 값을 벌어요. 소설을 써 받은 원고료보다 재미 삼아 작곡한 ‘모란동백’ 저작권료가 생활에 도움이 되니 우스꽝스럽다.”

이제하 시인
이제하 시인(사진 이승국 기자)

■ 지금은 어떤 작품 활동에 주력하고 계신지요?

“요즘은 그림을 많이 그려요. 훨씬 재밌어요. 소설은 힘들어요. 대표작을 넘어서는 걸 생산해야 하는데... 창작집을 하나 더 내야죠.”

■ 선생님의 ‘환상적 리얼리즘’이란 작품 세계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홍대 그림 학교를 다니면서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거 같아요. 프랜시스 베이컨, 살바도르 달리 등 초현실적 화가들의 화집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 무렵 70년대 초 창비쪽 계열 문인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거기에 대한 반발심이 조금 생기더라구요.

그것만 가지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반작용적으로 작품들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때부터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요. 무의식, 꿈이라든지 전생같은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는 첫 창작집을 내면서 ‘환상적 리얼리즘’이라 붙였더니 환상과 리얼리즘은 상충하는 개념인데 어떻게 같이 쓰냐고 비웃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어요.

그러다가 마르케스가 로벨문학상을 받고 마술적 리얼리즘이 알려지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더라구요. 마술적 리얼리즘이나 환상적 리얼리즘은 둘다 비슷비슷한 거예요. 모친이 독실한 크리스찬이시라 눈에 보이는 것보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의식이 어릴 적부터 스며들었던 거 같아요.”

이제하 시인(사진 이승국 기자)

■ 그림으로 그려내는 작품 세계에 대해

“그림도 같은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완결한 논리를 세운건 아니예요. 말은 야생에서 달리거나 해야하는데 나는 말을 실내에 끌어다 놓는다든지 구름 밑에 앉아 있는 시인이라든지 초현실적인 요소들을 끌어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 ‘갤러리 Z’는 어떤 공간인가요?

“지금은 상설 전시와 작품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는데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간단한 식사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과 상설 전시 공간을 함께 운영하기 위해 리모델링 작업도 하고 메뉴 개발도 하고 있어요. 예쁜 공간으로 거듭나면 더 많은 분들이 자주 찾는 힐링 명소가 되길 희망해요."

■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책 좀 많이 읽고 문학적으로 공부 많이 하라고 하고 싶어요.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책이 안 팔리니까요. 전국 각 대학을 돌아다니며 문창과 강의도 많이 했는데 등단만 머리에 있어요... 출세부터 생각하지 말고 공부부터 생각해야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책 좀 보라고 하고 싶어요."

이제하 시인(사진 이승국 기자)

이제하 작가는 ‘말’에게서 힘과 순수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다른 동물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아첨하는 듯한 느낌이 없어 더욱 매력적이라 말하는 그의 얼굴에 예술적 순수를 잃지 않으려는 소년같은 열정이 뭍어났다.

새롭게 태어날 ‘갤러리 Z'와 함께 제주인 이제하의 식지 않은 문학적 열정으로 이어질 새로운 시도들이 보다 많은 대중들과 소통하는 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 번 인터뷰에는 특별히 문학박사 부부이신 김광기 시인과 박현솔 시인, 그리고 이어산 시인이 함께 동행했다.

(사진 이승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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