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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수 명상칼럼](9)대화를 통한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
[박태수 명상칼럼](9)대화를 통한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
  • 뉴스N제주
  • 승인 2019.12.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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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만나는 명상 칼럼(9)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
필자 손녀(초등 6학년, 키 171)와 같이 찍은 사진(시안의 화산)
필자 손녀(초등 6학년, 키 171)와 같이 찍은 사진(시안의 화산)

할아버지가 손자를 사랑할 때도 명상으로 할 수 있다. 필자가 교육자로 살아온 지 50여년, 자녀교육에서 학생교육, 성인교육 등 인간의 전 발달과정에서 가르쳐온 셈이다.

교육은 100년 계획라고 하나 오늘날의 교육은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느라 각박한 현실로 추락했다. 더 높은 성적 올리기, 경쟁에서 이기기, 더 나은 학교 가기 등 뭐든지 내가 앞서가야 성공하는 그런 교육으로 변질되어 훈훈하고 여유로운 사람을 양성하는 데는 한계로 나타났다.

요즈음의 청소년들은 자신에 대해 ‘이생망(이번 생은 망쳤어)’라고 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태가 되었다. 칠십여 생을 살아온 나는 이런 교육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명상을 수행하는 필자로서는 손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랄 수 있도록 명상적 자세로 만나고자 한다. 명상의 핵심은 ‘알아차림’이다. 개인이 처한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생생하게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손자가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것은 온전한 수용과 공감이다. 다음은 여행 중 할아버지와 손녀(초등 6년)가 함께 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중에 일어난 일이다.

손녀가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뒤적거리는 모습을 보자 딸(엄마)이 이것저것 챙겨서 갖다 주며 식사를 하도록 권한다. 그러다가 다시 음식물을 가지러 간 사이에 내가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인간관계에서는 대화가 의미 있게 연결되어야 한다

할아버지 : 고운아, 너 아침밥이 입에 맞지 않나보구나.
손녀 : 네
할아버지 : 혹시 집에서도 이렇게 먹는 것은 아니지?
손녀 : 대답이 없다
할아버지 : (약간 장난기가 발동하며 건드려본다.) 너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 들어봤니?
손녀 : 말없이 포크로 빵을 뒤적인다.

뭔가 불편한 상태임을 알아차리고 여기서 대화를 멈추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시간을 내어 손녀와 자리를 함께 했다. 아침식사 때 불편하게 한 점을 사과도 할 겸 지금은 어떠한 상태인지가 궁금했다.

할아버지 : 고운아, 오늘 아침식사 때 불편했지?
손녀 : 네, 그 때는 서운했어요.
할아버지 : (그 때 상황을 알아차리고) 아침 식사 때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도 샌다’는 말에 서운했구나.
손녀 : 네, 사실은 몸이 아파서 매우 힘든 상태였어요.
할아버지 : 오, 저런. 할아버지는 그런 줄도 모르고, 너무 심한 말을 했구나.
(진심을 담아서) 미안해! 손녀 ; 이젠 괜찮아요. 그 때는 할아버지가 미웠어요.

나는 손녀가 하는 말을 들으며, 아침 식사 때와 저녁 식사 후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속으로 감탄했다.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만일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손녀의 마음에 남아있는 서운한 감정은 정화되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고 다음에 할아버지를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불편한 감정이 작용할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는 대화가 의미 있게 연결되어야 한다. 대화에서 불편한 감정이 일어날 경우 이를 알아차리고 그 감정이 자랄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명상은 침묵 속에서 자신을 통찰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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