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 칼럼](5)‘순간명상’으로 인생을 맞이하자
[박태수 칼럼](5)‘순간명상’으로 인생을 맞이하자
  • 뉴스N제주
  • 승인 2019.11.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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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만나는 명상 칼럼(5)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

대체로 사람이 둘 이상 만나면 남의 이야기를 한다. 누가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발을 신었으며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 시시콜콜 끄집어낸다.

실컷 이야기 하지만 헤어질 때가 되어도 정작 자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뒤 그 모임에 왔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스침의 만남은 있어도 참 만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내 마음이 타인에게 가있지 않고 내 자신에게로 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나는 나를 볼 수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그런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우리는 삶에서 다른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지만 제대로 그 순간을 맞이하지는 못한다. 만나면서 일어나는 그 순간의 감정이나 현상을 놓치고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

나에게 ‘순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신 선생님이 계신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8박 9일간의 긴 수행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프로그램의 진한 감동을 나누다보니 어느덧 헤어져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나는 헤어지기가 아쉬워 머뭇거리고 있는데 선생님은 당신이 가야할 길로 향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가셨다. 그 순간 내 가슴에 찬바람이 일어났다. ‘어쩜 저렇게 매정할 수가 있을까?’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이해하는 데는 꽤 긴 세월이 필요했다.

선생님은 나와 헤어지면서 곧바로 자신의 새로운 순간을 맞이하고 계셨다. 그리고 지금은 나도 선생님처럼 순간을 만나며 살아가고 있다.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호흡명상과 걷기 명상이다. 호흡은 인간의 생명력이므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우리는 삶에서 다른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지만 제대로 그 순간을 맞이하지는 못한다. 만나면서 일어나는 그 순간의 감정이나 현상을 놓치고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
우리는 삶에서 다른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지만 제대로 그 순간을 맞이하지는 못한다. 만나면서 일어나는 그 순간의 감정이나 현상을 놓치고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

그러나 호흡의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며 사는 사람은 드물다. 호흡이 거칠게 일어나는지 부드럽게 일어나는지를 알지 못하니 내 마음상태가 어떠한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걷기명상도 걸을 때 발을 들면 드는 것을 알아차리고, 닿으면 닿는 것을 알아차려야 하는데, 그 순간 생각이나 주변의 자극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실제 생활에서 보자. 일행이 함께 길을 걷다가 그 중 한 사람이 뒤떨어져서 오면 그를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대개는 ‘왜 이리 늦어. 좀 빨리 오지’라며 답답해하거나 불평을 한다.

그 때 명상을 하는 사람이면 그 시간이 오히려 반갑다. 잠시 호흡을 하면서 들숨과 날숨이 일어나는 과정을 바라보거나 길옆의 풀꽃을 관찰하노라면 마음이 고요해 지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걷기명상을 하면서 발을 들고 닿는 순간을 알아차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순간을 만나면 삶이 행복해진다. 반면에 순간을 놓치면 삶이 불행해진다. 만일 이 순간 답답하거나 짜증이 난다면 ‘순간명상’으로 내 인생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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