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기고]구급대원도 아픕니다
[소방기고]구급대원도 아픕니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4.10.0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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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동부소방서 남원119센터 소방교
동부소방서 남원119센터 소방교
김민성 동부소방서 남원119센터 소방교 

2018년 4월, 전북 익산에서 주취자를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하던 구급대원이 주먹으로 머리를 폭행당하고 폭언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 후 해당 구급대원은 심한 어지러움과 두통 등의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결국 뇌출혈로 숨을 거뒀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출동한 구급대원이 오히려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제주소방본부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19 ~ ’23) 도내 구급대원 폭행 피해 발생 건수는 36건으로 연평균 7.2건꼴이다. 2023년의 상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구급 출동 건은 2022년보다 약 1,700건이 감소한 61,313건이나 폭행 건수는 오히려 9건으로 3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매 맞는 구급대원이 늘었다.

구급대원인 필자 역시 병원 이송 중에 환자로부터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곧바로 가까운 경찰 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해 간신히 봉변을 면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였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수년이 지난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필자를 긴장하게, 방어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구급대원의 몸과 마음에 난 상처가 아직도 낫지 않은 것이다.

구급대원에게 남은 상처는 구급대원의 업무수행을 어렵게 만든다. 구급대원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 문진, 신체검진 그리고 응급처치 등을 한다. 이런 구급활동 중에는 당연하게도 환자와 마주보며 대화를 하고 신체접촉 또한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폭행·폭언이 날아든다면 아무리 경험이 많고 산전수전을 겪은 구급대원이라도 회의감·무력감을 느끼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선뜻 환자를 위해 다가가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에 소방에서는 ‘폭행 피해 예방 및 대응 교육’, ‘예방·대응 장비 보급’, ‘법률 등 제도 정비’, ‘피해 대원 심리 치유 및 치료 지원’ 그리고 ‘법률 자문, 소송 등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구급대원 보호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가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폭언은 국민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행위임을 이해하고 배려와 협조를 통해 구급대원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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