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젊은 시절에는 세상의 영광과 인기, 재물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왔다. 나는 젊은 나이에 남들이 갖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가졌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세상의 재물도 많이 얻어 보았고, 남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는 세상의 인기나 영광도 많이 얻었다.
젊었을 때는 이런 모든것들이 단줄 알고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모른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런 모든것들이 세상의 기준이 되는 줄 알았다. 물론 젊었을 때는 당연히 세상의 기준이 되고 세상의 가치가 되는 줄 알았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다른 기준으로 바라 보면서 나의 기준이 얼마나 잘못 되었고 만몬시대에 살아가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젊은 시절이 모두 나쁘고 잘못 살아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후회를 한다는 말도 아니다. 나이가 들지 않으면 절대 깨닫지 못하는 나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온통 세상의 관심과 인정 받고 싶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왔다. 70을 바라보며 다른 관점을 갖고 이 세상을 살아보니 젊었을 때 갖고 싶었던 것들이 부질없고 바람 같은 존재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른체 하루 하루 죽어가는 인생을 전부인양 알고 살아왔다.
나이가 드는 것은 나쁜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을 살아가면서 보람되고 좋은 일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고 깨닫는다. 젊었을 때는 나이가 들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늙어가는 나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나 또한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가장 많이 깨닫는것은 여유로워 졌다. 젊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가장 많이 바뀐것이 아내와 여행갈 때 하나라도 더 구경하고 하나라도 더 많은 곳을 다니기 위해 잠도 몇시간 자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움직인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부터는 그런 모든것들이 다 쓸데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허둥되며 하나라도 더 구경하기 위해 잠까지 설치면서 달려갔어야 했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이런 모든것도 젊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사랑하는 아내와 어디를 가더라도 예전처럼 몇시간 자지 않고 꼭두 새벽부터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는 한곳에 여유를 갖고 몇일씩 편안한 마음으로 쉬거나 아니면 커피 한잔하며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과 지금까지 지내온 삶 그리고 앞으로 남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유를 갖는다. 이런 모든것들은 나이가 들지 않으면 절대 깨닫지 못하는 삶이다.
인도차이나반도인 라오스로 내려가 야구를 처음 보급했을 때는 당장 눈앞의 성과와 놀라운 일들을 갖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다고 해서 내가 생각했던 결과는 없었다. 마음만 아프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해 상처만 남겼다. 이제 인도차이나반도로 내려간지 어느덧 11년이 되어간다.
이제는 처음 동남아로 내려가 야구를 보급 시킬 때처럼 초조해 하거나 닥달하지 않는다. 동남아로 내려간지 10년이 넘어서 그런지 이제서야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릴 줄도 알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들을 바라본다. 이들에게 낯설고 새로운 야구를 보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아주 조금 깨닫게 되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나이가 들지 않으면 절대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다. 물론 젊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지식과 배움을 통해 깨달을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은 지식이나 배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많이 살아오면서 깨닫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과 시간들을 이야기 해 본다면 젊은 시절의 선수시절도 아니고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MVP 나 3관왕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이 8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한것도 아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은 지금이다. 어떻게 70줄로 달려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얼굴은 주름이 생기고, 힘도 없는데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가?
비록 젊은 시절처럼 세상의 영광이나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인기를 누리지 못하더라도 나는 젊은 시절에 깨닫지 못하는 새로운 인생을 배우고 깨달아가는 요즈음이 나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로부터 멀어져도, 젊은 시절처럼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2 - 30대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나는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 오늘도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나를 더 감사하게 하는 것중에 하나가 이 나이에도 움직일 수 있어 감사하다.
지금도 나를 필요로 하고 원하는 곳이 있어 찾아갈 수 있어 감사하다. 지금도 여전히 해외나 국내에서 나를 초청해 강연이나 간증을 듣고 싶어 초청하는 곳이 있어 감사하다. 평생(54년째) 야구라는 한길로 달려왔지만 야구로 인해 지금도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 그리고 미국과 유럽으로 다니면서 야구를 전파하고 재능기부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젊었을 때는 절대 깨닫지 못하는 것중에 하나가 손자와 함께 지내면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젊었을 때는 손자와 같이 놀고 손자와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관심을 갖거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와 같이 놀 때면 세상의 근심이나 세상의 불안 같은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손자와 같이 놀 때면 100% 아니 1000% 손자한테 올인하게 된다.
손자와 같이 놀때면 천하를 다 얻은 느낌이다. 지금도 70줄로 달려가지만 가끔 손자가 집으로 찾아오면 큰 것은 선물하지 못하더라도 손자의 손을 잡고 문방구나 편의점으로 달려가 손자가 좋아하는 잔잔한것들을 사 줄 때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다. 그리고 고소리 같은 손자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가서 손자와 같이 그네 탈 때면 나 또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거기다가 손자가 할아버지가 옛날 젊은 선수시절 최고의 선수였다며 야구 배트를 들고와 같이 야구하자고 할 때가 행복하고 천하를 다 얻은 느낌이다.
돌아가는 세상을 인정하고 받아 드릴 때 오는 편안함과 안도는 나이가 들지 않으면 절대 깨닫지 못하는 일이다. 물론 아직 늙지 않았지만 젊었을 때 깨닫지 못한것들을 이제 조금씩 깨달아 가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나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말 나이 들어감은 아픔이 아니라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인것 같다. 70줄로 달려가는 요즈음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삶이 너무 좋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의 시간들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지만 그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더 느끼는 지금의 시간들이 나를 더욱 행복감에 젖어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