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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이 칼럼](6)우리의 선택은 늘 옳았다
[현금이 칼럼](6)우리의 선택은 늘 옳았다
  • 뉴스N제주
  • 승인 2018.09.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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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d by Golden maple
우리의 선택은 늘 옳았다
우리의 선택은 늘 옳았다

이민생활을 빗대서 했던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식물이나 야채 모종이 한번 옮겨 심어진 후 더욱 잘 자라는 이유가, 새 흙에 옮겨져 적응하기까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또 옮겨질까 두려워 뿌리를 견고하게 내리기 때문이라고.

올해로 캐나다 이민 17년차, 내 인생의 3분의 1 이상을 아니 자의식이 싹튼 성인의 시기를 기준으로 할 때 반평생을 이 생면부지의 땅에서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자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 나이 9살, 10살에 이곳에 와서 지금 결혼 적령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 가만히 그 시절을 되돌려보면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나 그 때의 무모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한 켠 용감했었던 선택에 스스로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그 당시 타국에서의 5년, 10년 후 모습을 한번도 그려보지는 않았지만 "어디가든 우리 네 식구 굶어죽기야 하겠어?" 란 객기와 우매함이 오늘날의 삶을 결정하게 된 걸 보면, 찰나의 선택이 자신은 물론 나 아닌 누군가의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음에 내심 섬뜩한 기분도 든다.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에도 17년 전 '우리의 선택이 현명했는가?'란 질문을 수없이 자신에게 되묻곤 하지만 결론은 "모른다"였다.

한 인간이 동시에 다른 공간을 점유할 수는 없기에 절대적인 비교는 무의미할 것임으로…

이민 초기에,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적당이 공존한 채, 이곳 저곳 조그만 도시를 경험 (참고로 지금까지 6번의 이사를 했음) 하면서 백인들의 문화를 공유하려 나름의 노력을 했다.

한국인이 적어서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대도시를 피하기도 했다. 언어의 습득 없이는 캐나다 생활이 녹록치 않을 것임이 자명하기에 영어만 익히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 이민 1세대와 달리 1.5세대라 불리는 우리 아이들이 이 나라에서 주류로 살아가려면 가능한 한 한국문화와 좀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햄버거 하나 완벽하게 시키지 못하는 언어를 구사하며, 남의 나라에 꼽사리 껴서 사는 주제에,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지 나름 야무진 꿈이라도 지녔던 불혹의 나이가 아련하게 떠올라 피식 웃음짓게 된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라더니.

어른들의 바램과는 달리 고등학교까지는 인종에 별 관계없이 아이들끼리 서로 어울리다가 대학에 진입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같은 인종끼리 모이게 되는 걸 보면서 초기 정착시 가졌던 생각들이 검증받게 된다.

동시에, 부모뿐만 아니라 세대가 바뀌어도 영원히 아웃사이더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맛보며 부모들이야 기꺼이 받아들이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지만,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공감하지 못해서 자녀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정에서는 한국적 사고 방식, 일방적이고 수직적이며 보수적 성향을 지닌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고, 학교나 사회에서는 자유롭고 열린 문화가 주는 달콤함에 맛들여져, 아이들은 양쪽에서 이득되는 것들과 적당히 타협하고 불리할 때는 유리한 쪽만 취하게 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싫어서 왔건만, 때론 지나치게 개방적인 이곳의 사고방식이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진 부모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숨막히게 하는 경쟁을 피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가족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이들은 오히려 빨리 독립하고자 하는 자녀들의 생각이나 깊숙한 견해를 서로 나누고 이해하기엔, 삶이 안기는 짐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전혀 예측하지 않은 건 아니나 영어도 버벅이고 돈벌이도 시원치 않아 가뜩이나 자존심이 구겨진 아버지의 입장에선 자식이 서운한 존재로 다가오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아이들의 변화에 맞추려 노력하는 데 반해, 남자들은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과거의 위상을 고집함으로써 스스로 고립되기도 한다.

남자에게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사회는 없으며, 좋은 것을 취하면 그에 따르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기에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한 그곳이 바로 천국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을 방문하고 온 후에 여독이 풀리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고, 향수병이 얼마간 다시 도지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내게 이곳은 평생 가도 타국일 뿐이며, 고국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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