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옥 칼럼](4)"기적이 일어났네요"
[오정옥 칼럼](4)"기적이 일어났네요"
  • 뉴스N제주
  • 승인 2019.05.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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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옥 포로텍션메드 제주 공동대표
'생활속의 향기' 대표

-(4)기적이 일어났네요-

병실로 돌아온 나는 담당 의사 선생님에게 상담 요청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물론 제주에서 힘들게 올라오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원해 있는 환자도 퇴원하는 상황이라서 더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네요.”

그는 “파업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이 병원에서 퇴원 할 때까지 엘튜브관, 기도관 삽관까지는 치료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의사소견서를 써 드리겠습니다. 어느 병원으로 가실건지 생각 하시고 예약 하고 오세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병실로 돌아와서는 같은 병실 보호자 분들께 상의를 했다. 어떤 한 분이 경험이 많아서인지 침 치료도 한번 해보는 것이 좋다는 애기를 듣고는 경희대학병원에서 한방치료를 해보기로 했다.

드디어 병원은 파업을 시작했다.

남편의 연하치료 단계는 삼킨 곤란이 있는 경우 식전에 2-3분 동안 아이스크림 바 모양으로 멀음을 이용해 목젖 있는 부위 전체를 자극하고, 식사할 때 똑바로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숙여 먹으면 도움이 됐다.

물을 마실 때는 예전처럼 컵으로 마시지 못하고 적은 양을 수저로 먹어야 하며 한 번에 넘기는 양을 약간씩 늘려가면서 사래가 안 들리는 정도로 조절해야 했다.

만약에 이렇게 해도 사래가 들리는 경우에는 시중에 시판되는 물을 걸쭉하게 만드는 식품 첨가제를 물에 타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어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삼킨 곤란 조영술을 해보는 것이 좋다.

아예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 의식이 맑지 않은 경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사래가 걸리는 경우 자주 폐렴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코를 통해 관을 넣어서 유동식 식사를 하게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입으로 음식물을 씹어서 삼켜야만 뇌 운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입으로 죽을 먹기 시작 하면서 과일을 믹서기로 갈지 않고 작게 입으로 씹어서 먹는 운동을 시켰다.

간병인 없이 혼자 24시간 간병 하다 보니 밥 먹을 시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아빠를 끝까지 지켜 줄거야” 라는 얘기를 하고 올라왔다.

태어나서 아빠, 엄마랑 떨어져서 지낸 적이 없는 우리 애들이 눈에 아른 거렸다.

엄마의 힘은 초능력의 힘이 생기는 것일까.

물리치료실에서 열심히 배우고 와서 병실에서 운동을 시켰다.

어느덧 6월 중순이 지나가고 있었다.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 중에 남편이 호전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보호자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제주도 댁, 환자가 밥 먹게 되면 병원에 떡 돌리는 거야”

나는 같은 병실 보호자 분들이 없었으면 그렇게 간병하지를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뇌 손상된 환자들이라서 사연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았다.

비오는 날씨에는 환자들이 아파서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뇌 손상 10년이 된 환자분은 컴퓨터관련 사업을 하다 뇌졸중 되신 분이었다.

여기저기 병원을 많이 옮겨 다니면서 요양병원에서 학대를 받았는지 식사가 나오면 경계하고 밥을 덜어내려고 하면 달려들어서 물어서 간병사가 상처가 나기도 하고 책을 많이 봤던 습관이 몸에 베여 영어책을 거꾸로 들고 보고 있다.

하루는 간병사가 휠체어 타고 재활치료를 가다 잠시 브레이크를 잠그고 병실에 물건 가지러 왔는데 휠체어를 혼자 밀고 나가서 한참 찾느라 혼난 적도 있었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면회를 온다. 그 환자분은 아내도 모르고 아들이 성인이 돼서 결혼하고 갓난아기를 데리고 왔다. 아버지에게 인사를 왔는데 으르렁거리면서 경계하고 자꾸 숨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쪽 눈이 실명이 되고 한쪽 귀로 듣고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남편은 소뇌가 다 손상이 돼서 운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손을 대지 못하는 부위라서 500원짜리 동전만큼 피가 고여 있어 뇌를 계속 손상 시키며 핏 떡이 남아 있었다.

드디어 죽에서 밥을 먹게 되었다. 연하 치료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우리 몸은 음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단계별로 연하 곤란식 3단계, 죽 3단계, 밥 먹을 때, 뇌는 음식을 오래 씹을수록 운동 효과가 좋다.

이 기도관 삽관 제거하는 연습을 하는데 밤늦게 이비인후과 병동으로 불려가 치료를 하는데 목을 뚫은 곳에 막대를 집어넣어 쑤셔대니 피가 사방으로 튀였다.

검사를 마치고 수술실로 가서 수술하는 줄 알았는데 거즈를 여러 개 접어서 붙인 것이 전부였다.

피부가 빨리 재생 되서 일주일이면 다 붙고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다행히 의사선생님이 다른 병원으로 가기 전에 약속을 지켜 주셨다.

무더운 여름 7월에 들어서자 경희대학병원으로 옮길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주에서 타고 왔던 구급차에 연락해서 경희대학병원으로 이송을 했다.

한방병원은 침대가 높아서 혼자 환자를 침대에 올리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동안 혼자 24시간 간병하다보니 나의 왼쪽어깨 통증이 심해졌다. 왼쪽 어깨가 비틀어져서 뼈가 오른쪽보다 훨씬 올라와 있었다.

병원 내 이재동 교수님이 “보호자가 자기 몸이 이렇게 망가져간 것도 모르고 간병을 하면 어떻게 해요”라며 한약과 봉침을 권해주셨다.

이 교수님은 CT촬영 CD를 보시고는 ”기적이 일어났네요. 보호자의 정성이 하늘에 닿아서 기네스북에 오르겠어요. 최선을 다 해봅시다.”라며 흥분된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다.

그는 침 맞는 시간을 내 시간표에 맞춰 주시면서 “보호자가 건강해야 환자를 돌볼 수 있어요.”라고 권고했다.

또한 어깨에 봉침을 꽂으면서 “엄마가 여기 와 있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경제적인 부분은 해결이 되요?” 라고 걱정된 말을 던지고 나가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동안 혼자 버텨왔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 내렸다.

침 꽂은 어깨가 들썩 거렸다. 눈이 너무 부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찬 물수건으로 눈을 마사지 하고 병실로 왔는데 남편이 목소리가 들렸다.

말문이 열린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아빠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전화를 돌렸다.

남편은 딸아이 이름을 불렀다.

딸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아빠 목소리 맞아, 아빠가 내 이름을 불렀어요. 아빠 내가 새벽기도 따라가서 기도했어요.”라는 딸아이의 말에 남편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눈물을 안 보이려고 애를 썼다.

말문이 열리긴 했지만 말하는 것이 어눌해서 가족만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남편이 말문이 열려서 힘을 얻고는 다시 언어치료 상담을 받고 언어치료실에서 열심히 배웠다. 발음이 조금씩 교정이 되면서 힘 있는 목소리가 나왔다.

힘겹게 남편은 헬스장에서 일어났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런닝 20분하고 샤워 마치고 탈의실 나왔는데 사람이 없었다”며 “속옷 입고 화장품 병을 잡으려고 할 때 가슴이 조여 오는 통증이 느껴져서 의자에 앉아 당신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었는데 받지 않았어”

이어 “밖에 있는 사람이 소리 들리면 들어오겠지 하고 의자를 발로 찾는데도 들어오지 않았어,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던졌는데 힘없이 툭 떨어졌어, 거기까지 기억이 난다”고 느릿하게 말했다.

나는 “여보, 당신 16일 동안 의식 없을 때 하나님 만나고 왔어요? ㅎㅎ 당신이 얼마나 때보였으면 하나님이 자기 데리고 가다 돌려주겠니” 라고 말했다.

이어 “나, 당신 출세 시켜줬네, 내가 헬기도 태워주고, 우리나라에 한 대 밖에 없는 돌아다니는 병원차인 특수 구급차도 타고 배도 타고 다른 사람들이 못해본걸 내가 다해줬네”라는 말을 해줬다.

그러면서 중환자실에서 남편의 모습을 본 이야기를 시작 했다. “누워 있는 내 귓가에 의식을 행하는 웅장한 음악이 들려 왔어”

그 말에 마치 우리가 함께 본 영화 ‘사랑과 영혼’을 생각했다.

“내 몸에 영혼이 진짜 나를 보는구나!”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그래서 열 손가락 손톱, 열 발가락 발톱이 전부 새로 자랐구나!”

죽어 있는 손톱 발톱이 색이 변해서 밑으로 새로 올라오는 손톱, 발톱을 보면서 “왜 이렇게 자라지“ 하며 참 신기 했는데, 다 잘라 내는 시간이 6개월 걸렸다.

그때 제주에서 몆 년 동안 목회 일을 하셨던 목사님이 같은 병실에 목사님이 계셨다.

내게 ‘육이 죽어 영이 산사람’ 책을 가지고 오셔서 읽어 보라고 권해 주셨다.

그 책은 일본인 혼수상태에서 예수님을 만나 소생한 일본의 전자공학자 후쿠시게 다카시, 그의 아내 한국인 장혜림의 간증서이다.

2004년 2월21일 스키장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21일간이나 혼수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을 만나 기적적으로 회생하는 하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나는 커튼이 가려진 침대 사이에서 밤늦게 읽으면서 내 스토리 같이 스키장 산 중턱에서 헬기로 이송하는 내용에서 감정이 복받쳐 소리 내어 엉엉 목 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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