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선 칼럼](3)장마
[조재선 칼럼](3)장마
  • 뉴스N제주
  • 승인 2018.08.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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菁香 조재선 시인

장마
-조재선

조재선 시인
조재선 시인

얼마나 울어야 이 아픔이 가실까
마음 속 깊이 묻어 둔 슬픔이
가식의 옷을 벗는 순간
용수철되어 천지를 뒤흔드는 빗방울
서럽고 설운 마음에 원망의 눈물을…
모르는 척 눈 감은 세월에
좌절의 눈물을…
어찌할 수 없는 내 운명에
체념의 눈물을…

얼마나 울어야 이 아픔이 가실까
하늘 보며 홀로 읖조리던 기도가
평정잃고 먹구름되어 몰려 오던 날
번쩍 번쩍 뇌성벽력 하늘을 가르는 절규
말 못할 고통에 벙어리 입 터지는 소리가…
안으로 삭혀 둔 말 한마디 바위 치는 소리가…
얽혀 버린 내 운명에 가슴 뜯는 소리가…

얼마나 울어야 이 아픔 가실까
계곡물에 시꺼먼 속내 풀어
강바닥 밑창을 훑어내고,
푸른 바다 치맛자락 붙잡고,
이리저리 일렁이며 하소연하면
내 슬픔 씻겨 줄까?

아! 한덩이 이 아픈 슬픔아!
나를 고스란히 네 눈물에 섞어
오래 절군 오이장아찌
퍼석퍼석 수세미가 될 때까지
헛깨비 하나 마른 땅 위에
덩그러니 남겨 두고 가려무나

         
*Note: 일반적으로 장마는 북태평양 기단과 오호츠크 해 기단 사이에서 형성되는 한대전선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여러 가지 기상학적·기후학적 영향을 받아 해에 따른 변화와 불규칙성이 매우 크다. 그런 장마가 오래 가면 결국 세상에 해롭다. 물이 흐르고 나면 남는 것은 '탄식' 뿐이리라.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장마의 영향을 받지않고는 살 수가 없다. 눈물이 흘러 장맛비가 되는 현실을 우리는 느끼며 살고 있다. 눈물처럼 빛이 나는 것은 없구나. 장마는 이제 떠나고 이제 가을이 오고 있다. 마음의 빈 덩어리를 가을로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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