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94)감자탕집에 앉아

시/ 소야 정영숙, 시평, 현글

2022-02-10     뉴스N제주
시인

탁자위에 수북히 쌓인 뼈들 
등골빠진 허연 뼈대가
시름시름 쌓여있다 

골 파 먹힌 가벼운 뼈는
오늘도 가장자리를 서성이며
뚝배기 속 떨어져나간 귀퉁이를 바라본다

젓가락끝을 세워 
마저 파 먹은 그 습골에는
찌릿찌릿 고통의 바람이 쉭쉭 지난다

감자탕 한 그릇을 먹다
더는 삼키지 못하는 서러움
아픈 무릎을 비집고 들어서는 척박한 그 말
병원 가보시라니까요
아직은 괘안타

살았음이려니 움직이려니
도가니를 채우고 일어선 한 끼의 위안
자알 먹었네 곧 좋아지겠지

수유시장 길모퉁이 감자탕 집에는
뼛골 빠지게 일 한 아비 어미의 
해진 일상이 삐걱뻐걱 수북히 쌓여간다
골 비인 뼈가 앉아 쉬어간다

- '감자탕집에 앉아' 소야 정영숙

[해설]감자탕에는 감자탕보다 뼈와 우거지의 만남이다. 이 둘이 없으면 융합이 안된다. 그래서 실컷 뼈살을 먹고 나면 국물을 먹어주는 게 예의(?)이다.  코로나라는 엄청난 재앙 속에서 그래도 감자탕을 먹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이야기.

혼자 먹는 감자탕은 재미가 없다. 감자탕은 여럿이 먹어야 맛이 더 좋아진다. 감자탕이 그렇게 인정이 있다는 것은 함께 먹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에, 소통할 수 있는 음식이기에 더 많은 이들이 찾는다.

요즘은 그러한 상황이 어렵지만 그래도 감자탕을 먹으면서 시시콜콜 주렁주렁 해맑은 이야기들이 오갈 때 우정은 더욱 깊어지는 법, 겨울이 지나고 나면 감자탕집에서 그러한 시간을 만들고 싶다.

서로가 잘알 먹었네 하면서 배를 두드리는 그런 날을 기약해보면서. 희망을 갖고 오늘도 살자[현달환 시인]

◇시인 정영숙 프로필
서울출생
월간 시사문단 등단(시부문)
빈여백동인 문학상 최우수상
샘터문학상 최우수상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작가
한국시사문단 작가
샘터문인협회 작가
한국문학정신 회원
좋은문학 창작예술인협회회원
어린이집원장, 교사재직 (현)
저서:<그리운 만큼 잊을 수 있습니다>
공저 <봄의 손짓>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