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뉴스N제주 신춘문예]시 부문 당선소감

황세아(본명 황재윤) 부처님이 낸 소문을 들었다

2020-01-01     강정림 기자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소감 -황세아

황세아

컵밥을 먹는 도중에 당선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사는 고시원 앞 이백미터 즈음엔 컵밥 거리가 있는데요. 출출할 때마다 포차에 가서 컵밥을 주문한 뒤, 철판 위에서 볶아지는 고기와 채소, 밥, 계란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햐~ 내 시도 딱 저렇게만 볶아졌으면, 그래서 이 한 겨울 누군가의 마음 속 허기를 따스하게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곤 합니다.

물론 요즘은 배달음식이 유행이라 휴대폰 화면을 몇 번 터치하면 집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저는 재료들이 비벼지고 볶아져 완성에 이르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컵밥이 훨씬 더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탄생된 것들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허리가 숙여지고, 아주머니가 건네주는 컵밥도 두 손으로 받아들게 됩니다. 맛이 일품인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책상 앞에서 언어를 아무리 비비고 볶아도 나는 왜 그런 맛이 나지 않을까, 왜 그런 맛이 나지 않을까, 왜 그런 맛이 나지 않을까 자책을 하다보면 허기는 다시금 내 뱃속을 찾아옵니다. 그렇게 꼬르륵, 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것을 신호로 저는 또 시를 쓰다 말고 컵밥 거리로 갑니다. 마음 속 허기를 제일 먼저 채워야 할 사람은 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꼬르륵, 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것을 신호로 저는 또 시를 쓰다 말고 컵밥 거리로 갑니다.

이래 가지고 언제 맛있는 시를 쓸 수 있나, 언제 맛있는 시를 쓸 수 있나, 언제 이 컵밥 같은 시를 쓸 수 있나 타박 아닌 타박을 자신에게 하면서 컵밥을 먹는 도중에 당선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낮의 햇빛에 검게 타버린 하늘과 튀겨진 별들이 제 머리 위로 한창 반짝이던 때였는데요.

앞으로 제 시를 타박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 한 편으론 두렵기도 하고 그만큼 컵밥 거리를 자주 가게 될 것 같아 또 한편으론 즐거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변변찮은 작품이지만 맛있게 읽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순정시대 카페 연우님들과 정전스님, 영적인 동생 최성우, 부산 싸나이 윤정환씨, 컵밥 동료 핑크형, 경기호 사장님, 울릉활기원 황동구 선생님, 찾아갈 적마다 상냥한 미소로 컵밥을 볶아주신 아주머니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보다 더 맛있는 시를 만들도록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황세아 (본명 황재윤)
1980년 경남 마산 출생
현 서울 거주
경주대학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