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뉴스N제주 신춘문예]시 부문 심사평..."비유로 무장된 탁월한 시상"

황세아 시인의 '부처님이 낸 소문을 들었다' 심사평 본심위원 신달자, 강희근(글), 허형만 예심위원 윤석산, 이어산, 현달환, 장한라

2020-01-01     강정림 기자
시에

비유로 무장된 탁월한 시상

이번 신춘문예는 ‘뉴스N제주’라는 신문사와 ‘시를사랑하는사람들 전국모임’과 ‘한국디카시연구소’라는 전국적인 단체가 ‘공동주최’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여타의 신춘문예와는 차별성이 있었다.

시 부문만 1113명이 3507편을 응모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아서 응모작을 확인하기도 했다. 결론은 주최 측의 열정과 치밀한 계획, 그리고 응모자들이 메이저급이 아닌 소위 말해서 하향 지원을 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성을 이유로 너무 난해하게 쓴 것은 제외 했다는 운영위원장의 귀띔에서 시가 요구하는 근본 방향을 잘 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신달자 시인과 허형만 시인, 필자는 이 작품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을 응모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예심을 통과한 52편의 작품을 꼼꼼히 읽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두 작품은 각기 우수한 작품이었다. <부처님이 낸 소문을 들었다>(황세아)와 <숨바꼭질>(신계옥)이 그것이었다. <숨바꼭질>은 잃어버린 엄마와 그 이후의 아버지 시간이 대조되어 나타난다. 어쩌면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앞뒤 구도는 서로 다르다.

지난

엄마를 잃어버린 시간에는 슬픔을 숨기기 위해 허둥거리기도 하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혀끝에 놓이기도 하면서 그 공간에는 아버지의 서툰 앞치마가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나비 한 쌍 해후의 기쁨으로 하늘은 날아오르고 양위분은 목관에 나란히 눕게 되고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술래의 자리! 나비의 해후, 별것 아닌 구도로 팽팽한 긴장을 만들어내는 시인의 감각이 돋보인다.

<부처님이 낸 소문을 들었다>는 불상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부처의 영험에 대한 작품이다. 너무나 사람들이 불상의 두 손을 만져서 반질반질 닳았다는 이야기다. 부처로 들어가서 시인은 부처도 사찰에 있는 부처가 아니라 열사의 사막 사나운 바람 쓸고 지나가고 피부가 긁히고 멍이 든 상태의 지극한 통고의 부처로 형상화한다.

그러므로 침거로 전국을 유람하는 저 약사불이요 공중에 앉아 부동으로 돌아다니는, 또는 가부좌 틀고 앉은 변화무쌍의 부처이다. 시는 마지막 연에서 어느 순간 시커멓게 닳은 내 손을 불상이 쓰다듬고 있다는 반전의 극이다. 이미지와 비유가 더할 수 없이 정교하고 기초가 단단한 교과서적이므로 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참고할만하다.

이 시인은 이 점에서 신인이 신인을 벗어나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 선자들은 그런 점에서 <숨바꼭질> 쪽에서 눈길을 <부처님이 낸 소문을 들었다>로 이동하여 들여다보며 당선의 손을 잡아 주었다. <숨바꼭질>의 시인도 분발하며 차기를 위해 준비해 주었으면 한다.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