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아침시](99)서안나의 '애월'

시인

2023-04-04     뉴스N제주
김희현

애월

 

서안나

나는 밤을 이해한다
애월이라 부르면 밤에 갇힌다
검정은 물에 잘 녹는다

맨발로 돌 속의 꽃을 꺾었다
흰 소와 만근의 나무 물고기가 따라왔다

백사장에 얼굴을 그리면
물로 쓰는 전언은 천개의 밤을 끌고 온다
귀에서 꽃이 쏟아진다
내 늑골에 사는 머리 검은 짐승을 버렸다

시집에 끼워둔 애월은 눈이 검다
수평선에서 밤까지 밑줄을 그어본다
검정은 물에 잘 녹는다

검정은 어디쯤에서 상심을 찢고 태어나나
나는 오늘부터 저녁이다

서안나

*서안나(徐安那) 약력

1990년 《문학과 비평》겨울호 시 등단, 시집으로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발달사』, 평론집으로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연구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편저『정의홍선집 1ㆍ2』, 동시집으로 『엄마는 외계인』, <서쪽> 동인. 대학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