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장한라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
[신간]장한라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1.15 0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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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라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

장한라 , 상상인 시인선 028 | 2022년 12월 27일 발간 | 정가 10,000원
규격 128*205 | 144쪽 | ISBN 979-11-91085-85-3(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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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라 시인의 시는 그가 공존하는 모든 존재를 아끼고 사랑하며 대상의 흠과 이면까지 각별하게 배려하고 있다. 시조로 전개되는 짧은 시편들은 함축의 미학을 맛보게 하였고, 산문시에 서는 거침없는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어 생동하는 시적 발상의 진수를 느끼게 했다.

시정마 철원이의 운명을 통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허공을 휘젓듯 바람대로 이루지 못하면서도 열연하듯 살아가는 우리의 아픈 모습을 투영해주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다채로운 시적인 용기가 과감한 것을 들여다보며 이후 창작될 장한라 시인의 시를 기대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_김필영(시인^문학평론가)

제주대학교 말산업학과 석사과정 초대 학과장직을 맡고 있을 때 인연이 시작된 장한라 시인은 국제말산업엑스포를 함께 해온 사제지간으로 든든한 동반자이다.

말산업전문인력양성센터 조교로서도 임무를 잘 수행했던 人馬一體 그의 삶은 일본승마협회 초청 연수를 머뭇거리지 않고 나설 정도로 말에 대한 애정이 깊다. 말에 대한 존중심을 바탕에 둔 시에서도 그의 馬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말과 문학이 함께 하는 시인의 길에 무궁한 발전과 더 큰 비상이 있기를 박수로 열렬히 응원한다.

_강민수(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승마산업RIS사업단 단장)

저자 약력

장한라

부산 출생, 제주 거주
제주문인협회 회원
한라문학회·이어도문학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도서출판 시와실천 대표
시집 '즐거운 선택', '철원이', 그 시정마' 외 3권
jhla22@daum.net

시인의 말

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말산업 국문 문창
돌아보니 모두 말이다.
말의 눈동자에 빠져들어
씻기고 먹이며 말 아래
있을 때가 행복이었다.
말에 진 빚을 무시로
갚아 나가야겠다.

2022년 12월 장한라

시집 속의 시

말들의 휴가
들뜬 마음 눌러두고
함께 오래 마주 봐야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고생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나날들 핥아주며
느긋하게 풍광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뒷발굽도 느껴봐야지
마방을 비집고 들어오는 물안개와
눈 감고도 훤한
부대오름 우진제비오름 길을 지우며
오늘은 조천 바다로
내일은 표선 바다로 미끄러져야지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고
간섭 없는 곳에서
들숨 날숨 껌벅껌벅 눈썹으로 헤아리다
하품 길게 하고
낮잠이란 게 어떤 것인지
별이 뜰 때까지 늘어져 맛봐야지
철원이, 그 시정마
혈통과 족보가 없는 태생적 원죄로
쾌감 본능의 질주란애초에 내 것이 아닌 것
제왕帝王을 위한 정조대 차고
불방망이처럼 달아올라도
수십 번 수백 번
눈부신 신부의 탱탱한 허벅지
헛물켜는 애무와 흥분만이
혀는 말려들고 꽃불 피어나는데
지어 놓은 경희궁
발 들여놓지 못한 광해군처럼
비운의 꼬리표 달고
절정의 순간 쫓겨나
죽일 놈의 운명이라 날뛰어 보지만
그녀 발길질에 떨어지더라도
열에 한 번쯤은
계절이 휘어지도록 합방하고픈
애액愛液 흥건한 꿈속
상처가 아문 자리 철원이,
누가 나를 부르면
위로가 닿은 부르튼 나날들 저며온다

*시정마 : 교미交尾 바람잡이 말. 발정기가 되면 거칠어지는 암말로 부터 씨수말을 보호하기 위한 애무 전용마.

목차

1부 서로 말이 없으니
풀 뜯어 먹는 소리가 난다
말들의 휴가
절영마거세마의 퇴근길
말의 인간다움에 대한 내력
시작의 말
징조
응상백
퇴역 경주마 갈바람
철원이, 그 시정마
말을 다독이다
길 위의 말
테우리
말몰이꾼
말발도리
안녕, 이마바리
동쪽의 말

2부 조금씩 자신을 낮추어
섬이 된 사람들끼리
키사스 원칙
갈매기 정기총회
사람 구실 여자 구실
까치발 들어
이어도 으남비
까만 민들레
추사의 궤적
아홉수 팔아 도새기 사먹젠
바다의 후유증
목련꽃 여인
이어도 묵시록생강나무 창가
환생의 계절
어두운 진실
제4막, 첫 남성
영산강 가마솥
무안 뻘낙지
머흘섬에 다리 놓아

3부 열차를 타야 한다
일탈은 분수처럼
압화상림의 가을
순종 그 눈부심
방어전 모둠
영호남 사돈지간
구름 과자
칠칠공 시외버스
물영아리 천남성
동거의 시작
문자 봉오리
수요일의 카멜리아
불란지 프러포즈
들렁모루
아랑졸디 물장올
사랑해요
종달리 돈지할망당
서천의 신선을 뵈오리
늦어도 11월에는
고내 삼춘

해설 _ 말馬의 말詩, 말詩의 삶, 삶의 詩

김필영(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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