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4‧3평화공원 찾아 평화와 인권 논의를”
“한-미 정상, 4‧3평화공원 찾아 평화와 인권 논의를”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12.10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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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미국 워싱턴서 4·3, 미국 책임 공론화 첫발 내뎌
 워싱턴 우드로 윌슨센터서 4·3과 미국 심포지엄 열려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대사, 존메릴 전 미국무부관리 등 참석
“한-미 정상, 4‧3평화공원 찾아 평화와 인권 논의를”
“한-미 정상, 4‧3평화공원 찾아 평화와 인권 논의를”

"평화의 섬 제주에서 한-미 정상이 함께 만나 평화를 논의하고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했으면 합니다.”

내년 제주4·3 75주년을 맞는 가운데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심포지엄이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미국 의회가 설립한 공공정책연구소인 우드로 윌슨센터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제주4·3과 인권, 그리고 한미동맹’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이 제주특별자치도와 미국 월든코리아가 공동주관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은 제주4·3에 대한 미군정의 역할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인권적 차원에서 미국 정부가 4·3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학 교수는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는 미군정 체제에 있었고, 정부 수립 이후에는 한-미협정에 따라 미군의 작전통제권이 있었다”며 “제주4·3에 있어서 미군정의 책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제주4·3 75주년을 맞는 가운데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심포지엄이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내년 제주4·3 75주년을 맞는 가운데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심포지엄이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이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제주4·3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공동노력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은 1부의 1세션은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이 좌장을 맡고,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학 교수와 존 메릴 전 미국무부 동북아실장, 양조훈 제주4·3중앙위원,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 찰스 크라우스 윌슨센터 부국장, 양수연 미국 제주4·3기념사업회·유족대표가 발표했다.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도 참가해 토론에 나섰다. 2세션은 존 메릴 미국무부 전동북아실장과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찰스 크라우스 윌슨센터 부국장이 발표했다.

미국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된 제2부는 미국 의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돼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스티븐스 전 대사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과 제주도와의 인연을 회고하면서 1970년대 제주도에서의 한달여 정도 살았던 경험담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근무할 때인 1970년대 중반 서귀포에 잠시 머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4·3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알게 됐다”며 “미국은 4·3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4·3에 대한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다양한 여론 수렴과 이를 통한 한국과 미국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며, 끈기있는 노력을 계속하면 변화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주4·3과 관련한 논문을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쓴 존 메릴 전 미국무부 동북아실장은 “미국이 레바논 아프간 시리아에서 용병을 이용했던 것처럼 4·3 당시 미정보당국과 미군정, 한국 정부가 학살의 주역인 서북청년단에게 하청을 준 ‘대리전’이었다”고 말했다.

4·3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그는 “해방 이후 초기 제주도의 미군정은 당시 제주도 인민위원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이들의 자치를 보장하기도 하였으나 냉전 분위기와 통제의 필요성 때문에 입장이 변화하였다”며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조훈 제주4·3중앙위원은 4·3의 진실과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4·3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소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 의회, 언론, 양심적 학자들, 미국의 양심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내년 제주4·3 75주년을 맞는 가운데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심포지엄이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내년 제주4·3 75주년을 맞는 가운데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심포지엄이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는 4·3관련 미국 문서를 이용해 4·3과 미국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허 기자는 4·3 당시 미국의 개입 흔적을 보여주는 문서를 보여주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미관계도 비극적인 과거사 문제에 대한 상호간의 깊은 이해를 통해 강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수연 재미제주4·3유족회 기념사업회 회장은 집안의 4·3 피해 내력과 연좌제의 트라우마를 언급해 참가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부 라운드 테이블에서 비영리단체인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치 소장 등 참석자들은 “미국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4·3에 대한 정보를 미국 사회에 알리고, 미국의 사과를 끌어내기 위한 단계적이고 점진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 의회의 실질적 노력을 위해서는 미국 사회의 여론을 환기하는 노력과 함께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 의원들이 4·3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국이 이제는 4·3의 진실에 직면과 마주해야 할 때”라며 “진실에 기반한 정의로운 해결의 도정에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미국의 역할을 밝히는 일은 매우 먼 길이자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심포지엄을 계기로 단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4·3평화재단은 이날 심포지엄에 대해 “지난 2019년 유엔 인권심포지엄에 이어 본격적으로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기 위한 실질적 외교 논의의 첫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미국의 주류사회에 속한 인사들이 4·3 문제 해결에 거부감이 없고,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데 있어 4·3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내년 제주4·3 75주년을 맞는 가운데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심포지엄이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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