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요리사’ 엄마는 '총지배인' 아들은 '대표'
아빠는 ‘요리사’ 엄마는 '총지배인' 아들은 '대표'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8.08.18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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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탐방(3)이봉규 대표의 ‘돈보리’
성읍의 관문 ‘돈보리’ 식당 입소문
신선한 재료 국내외 관광객 발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돈보리' 식당이 자랑하는 보리굴비정식

올해 더위는 유독 몸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도 입추가 오고 말복이 지나니 조금은 기분이 선선해지는 느낌이다.
그나마 말복에 보양을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한번은 가봐야 할 제주다운 식당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맛집 전성시대다. 과거처럼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오감으로 음식을 즐기는 시대가 오면서 요리의 '과정'과 ‘정성’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음식에 스토리까지 가미되면 맛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돈보리' 식당(대표 이봉규,31세)이 그렇다. 일찌기 아빠는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에서 일식 요리사 전문가로 활약하다 엄마의 식당에 대한 투신(?)으로 함께 합류하면서 지난 3월에 제주다운 모습을 그나마 갖고 있는 관광지 성읍에 터를 잡았다.

돈보리쌈밥정식

아빠의 DNA를 물려받은 듬직한 서른 한 살의 건장한 아들까지 식당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한마디로 요리사 가족이 된 셈이다. 아빠의 가족 형제들은 전국 곳곳에서 일식 요리사로 현직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곳 돈보리 식당은 이름부터 구수하다. 제주의 얼굴인 흑돼지라는 명칭에 보리라는 말로 합쳐 ‘돈보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 아들과 엄마는 성공 예감에 쾌재를 불렀단다.

아들인 이봉규 대표가 주인은 돈보리 식당은 입구에 들어서면 시내에서 답답하게 느껴지던 주차장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넓고 시원한 주차장이 우선 귀한 자동차를 주차하는 데 고심할 필요가 없다. 관광버스 10대 정도는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돈보리' 식당이 자랑하는 전복돌솥밥정식

또, 입구에서 식당문을 여는 순간, 약 200여명의 손님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너른 공간에 손님들은 답답함에서 시원함을 느낀다.

아빠는 평생을 요리로 살았지만 엄마는 3년 전에 우연히 유수암 지역에서 작은 밥집을 시작으로 소문이 나면서 요리인생을 시작했다.

그가 만드는 밥상은 기성 식당에 꿀리지 않는 맛과 풍부한 양으로 지역주민들 사이에 금세 소문이 번졌고, 곧 많은 오름나들이 단골들을 끌어들였다.

몰려드는 고객을 감당하기 힘들어 지금도 잘되고 있는 식당을 지인에게 물려주고 장소를 옮긴 게 지금의 돈보리 식당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돈보리' 식당이 자랑하는 간장게장정식

아들은 대표로 명(?) 받고 요즘은 오리 요리에 관한 공부에도 푹 빠졌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지 않으면 입맛이 자꾸 변하는 고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지론에서 배움은 끝이 없다고 했다. 조만간 오리집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또 코흘리개 때부터 부모님의 요리에 대한 일상을 보고 배운 게 인심이다.

아들에게 음식에 마음을 담아내야 한다고 어머니는 가르쳤다. 동트기 훨씬 전에 불을 지피는 부지런함, 재료가 좋으면 애써 꾸밀 것 없다는 정직함, 손님은 배부르게 해서 돌려보내야 한다는 넉넉함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이집 메뉴를 보면 엄청나다. 무엇부터 먹을지 조금은 고민이 된다. 정식메뉴로 5가지 맛을 가진 파불고기정식, 돈보리쌈밥정식과 보리굴비정식, 간장게장정식과 전복돌솥밥정식이 준비돼있어 둘이서 가면 쉽게 선택을 못하는 데 돈보리 정식 3인방은 돈보리쌈밥정식과 보리굴비정식, 간장게장정식으로 골고루 접하면 더욱 좋다고 말한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돈보리' 식당이 자랑하는정식 메뉴 반찬세트

흔히 대형매장에서 할인해서 사온 굴비를 집에서 구워 먹던 크기가 아니라 이집의 물건은 엄청난 크기로 식사를 하는 데 넉넉함으로 부족함이 없다. 주인장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분들은 간장게장을 많이 찾기도 한다고 전했다.

식사류로는 꾸지뽕한방 왕갈비탕과 매생이왕갈비탕 전복왕갈비탕 황태탕 소고기 해장국을 비롯한 된장찌개 청국장 뚝배기불고기, 냉면까지 완비됐다.

주인장이 얼마나 요리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신경을 쓰는 지 알 수 있는 것은 메뉴판을 보면 알 수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돈보리' 식당이 자랑하는 간장게장정식

이것만이 아니다. 많은 손님들을 위해 찜요리까지 완비됐다.

꾸지뽕한방 왕갈비찜과 전복낙지왕갈비찜을 시켜 먹었던 사람들은 집에 돌아가서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성읍리에는 바다가 없다. 그러나 성읍리에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집의 김치도 보리김치를 직접 만들어서 판매까지 하는 데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한다고 전했다.

주인장이 그야말로 품질로 승부해야 손님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정아 총지배인

이집의 10명 정도 직원들은 한결같이 인사를 잘해서 기자가 느끼기에 일본에서 연수를 받았나할 정도로 친절함을 느꼈다.

주인장들이 음식만 잘하면 된다는 것은 오만함이다. 직원들의 정성이 없는 음식은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보양은 커녕 독이 된다. 직원들의 친절과 관심으로 이어진 음식은 그야말로 최고의 걸작품이 아닐 수 없다.

또, 이집의 사장님은 표선리에 위치한 모 호텔 아침식사도 제공하는 쾌거를 일궜다고 전했다. 호텔 대표가 맛을 보고 단박에 오케이 한 것이다. 그만큼 손님의 입에 맞게 메뉴를 디자인한다고 볼 수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돈보리' 식당이 자랑하는돈불고기

식당이라는 개념을 확장해서 이집은 돌잔치나 결혼피로연 및 단체 회식, 모임을 겨냥해 뷔페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돌잔치를 해본 고객은 음식의 질에 감동해서 엄지척을 했다고 전했다.

기자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당을 오픈해서 처음에는 잘, 열심히 하면서 음식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어느 정도 알려지고 손님이 많이 오고 배가 부르면 음식에 소홀히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 예전같지 않은 식당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게 입소문이다. 발이 없기 때문이다.

총지배인님은 “저도 그것을 경계하고 있다. 항상 초심에서 손님이 만족하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다”며 “앞으로 더욱 메뉴를 개발해서 오리백숙에도 진검승부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사장은 “음식은 보면 먹고 싶고, 먹으면 맛이 있고, 식사 내내 서비스라는 3박자가 있으면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말한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음식이 나와 코드가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음식’은 곧 ‘만족’이라는 개념을 갖고 기자는 돌아왔다. 삶도 만족 없는 삶은 매일 짜증으로 인생이 불행해진다. 그만큼 만족이라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다. 음식으로 인해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은 매일 즐거운 인생이 되는 것이다.

돈보리 식당의 대표 사장님

매일 그런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렵지만 요즘 불더위로 몸이 늘어지는 이때, 하루를 즐거운 인생 누리고 싶다면 저기 고향의 집, 성읍리에 드라이브하면서 간장게장 정식 한그릇 하고 돌아오면 어떨까.

‘돈보리 식당’의 얼굴, 아빠는 요리사이며 엄마는 지배인, 아들은 사장인 3인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작은 미소들이 코스모스 길에 뿌려진다.

□돈보리식당 한정식 식사류 8000원부터·전복낙지왕갈비찜(대) 7만2천원. /주소: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촌 59 /전화 064-787-7548

동보리 식당 전경
동보리 식당 전경
돈보리 식당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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