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칼럼](22)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Walden)’
[김성훈 칼럼](22)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Walden)’
  • 뉴스N제주
  • 승인 2022.05.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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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수필가
김성훈 수필가
김성훈 수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2년 2개월 동안 매사추세추(Massachusetts)주의 콩코드(Concord)에 있는 월든연못(Walden Pond)가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감을 엮은 책이 “월든(Walden)”이다. 

연못이라는 표현이 우리에게는 ‘호수’라는 느낌을 줄 정도의 크기여서 ‘연못’이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소로가 ‘연못’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그는 비교적 작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번역가들은 대부분 ‘월든 호수’라고 번역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읽다 보면 공감하게 되는 점이 많으며 곱씹으면서 생각해야 할 마음을 울리는 심오한 내용도 많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의 책을 애독하고 있는 듯하다.

“방문객들(Visitors)”을 읽으면 사람에게는 고독한 사유와 신뢰할만한 우정 그리고 우호적인 사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세 개의 의자를 준비했지만 25명에서 30명까지 그의 좁은 집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를 방문했을까? 아마도 그가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서 그런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경시하는 풍조가 느껴진다. 최근에는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근본적으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데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다. 정현종 시인이 쓴 한 편의 시가 이런 울림을 전한다.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정현종 시인은 모두 사람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으리라.

과거 대가족 중심사회에서는 사람 간에 존경과 존중이 지금보다는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물질 중심의 사회는 각박해지고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기 어렵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읽으면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 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먼지가 되어 사라질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비교적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도 대부분 사람은 무지와 오해 때문에, 부질없는 근심과 과도한 노동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따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돈을 벌려고 너무나 무리한 결과 끝내 여러분은 병이 들고 마는 것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도심 속의 공원을 걸으면서 청량감을 느끼듯이 인생의 어느 가파른 고갯길에서 한순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행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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