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칼럼](21)푸틴과 아소카 왕
[김성훈 칼럼](21)푸틴과 아소카 왕
  • 뉴스N제주
  • 승인 2022.02.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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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수필가
김성훈 수필가
김성훈 수필가

세계가 우려하던 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였다.

미국과 유럽의 압박에 고민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영토인 돈바스에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우크라이나에서 분리해 독립시키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이 지역에 러시아군 진입을 명령했다.

푸틴은 이미 우크라이나 주변에 러시아군 19만 명 이상을 배치하였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보복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하면서 병력파견을 하지 않고 강력한 경제 제재로 대응하기로 하였다.

푸틴의 힘에 바탕을 둔 정치 행위를 보면 인도 마우리아왕조의 아소카 대왕(Asoka, BC274-237)이 떠오른다.

아소카 대왕은 인도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하였으며 불교 문화를 꽃피웠던 위대한 통치자이다.

아소카 대왕은 초기에 매우 잔혹한 통치를 하였다. 마우리아왕조의 제2대 왕 빈두사라의 자식 101명 중 한 명인 아소카 대왕은 친동생 한 명을 뺀 이복동생 99명을 살해하고 왕위에 올랐으며 대신과 궁녀를 마구 죽여서 신하들이 ‘포악한 아소카’라며 두려움에 떨었다.아소카 대왕의 무수한 정복 전쟁으로 엄청난 피가 대지를 적셨다.

즉위 8년 아소카 대왕은 칼링가왕국을 정복하면서 숨진 10만 명의 병사와 울부짖는 가족을 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 그는 무력으로 정복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었다.

그후부터 아소카 대왕은 불교를 전파하였으며 통치이념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승려 천 명을 모아 경전을 결집(結集)하고 인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이집트, 그리스 등 헬레니즘 세계로까지 불교 사절단을 보내 불교를 전파하였다.

아소카 대왕은 인도를 처음으로 통일한 후 무력이 아닌 ‘법(法, Dharma)에 따른 승리’야 말로 진정한 승리임을 깨닫고 전국 각지에 법의 칙령을 반포하고 석주를 세웠다. 오늘날 인도 각지에서 발견되는 아소카 왕이 세웠다는 법칙 석주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고 한다.

‘전쟁에 의한 승리보다 자비에 의한 정복이 훨씬 훌륭한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나는 이러이러한 선행을 했다 하고 자기의 선한 점만 보려 하지 나는 이러한 악행을 했다, 나는 이러한 번뇌를 하고 있다, 하고 자기의 나쁜 점은 보려 하지 않는다’.

아소카 대왕은 거대한 제국을 하나의 종교공동체로 변모시켜 번영하였다. 통치이념의 핵심은 생명존중, 자비와 평등, 종교의 자유와 존중, 올바른 인간관계의 확립이었다. 아소카 대왕은 불살생을 중히 여겨 법의 제1장으로 삼았다. 새끼를 배거나 젖을 떼지 않은 생물의 살생을 금지하였다. 삼림의 방화, 가축에 낙인을 찍는 일도 금지했다.

폭력을 사용하면 후회만이 남을 뿐이다. 푸틴이 아소카 대왕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면 세계는 훨씬 평화로워질 것이다. 새벽부터 포성과 폭발음이 울린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는 당황한 주민들이 피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세계의 정치지도자들은 도대체 언제 ‘전쟁에 의한 승리보다 자비에 의한 정복이 훨씬 훌륭한 것이다’라는 아소카 대왕의 경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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