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롬곡옾눞’을 아시나요?
[기고]‘롬곡옾눞’을 아시나요?
  • 뉴스N제주
  • 승인 2022.02.15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태오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임태오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임태오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시험 성적 진짜 ‘롬곡옾눞’...”

벌써 3년이나 지난 이야기이다. 내가 아직 학생이였을 때, 같이 공부하던 동생들이 했던 말이다. 평소 SNS도, 인터넷도 하지 않던 나는 마치 외계어 같은 이 말을 당연히 알 리 없었고, 신조어도 모른다며 서로 우스갯소리를 나눴던 그리운 기억이 있다. 후에 알고보니 ‘롬곡옾눞’은 폭풍눈물을 뒤집어 쓴 글자라고 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필자는 공직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되었다. 공무원이라고 특별히 다르겠냐마는, 일을 하다보면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 접하게 된다. 민원인을 시작으로, 업무 관련 업체 관계자, 협력 업체, 그리고 동료 공무원까지. 하루에도 수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종 상대방이 모르는 사실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사실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본의 아니게 설명을 빼먹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보통 나에게‘만’ 당연한 지식들로, 설명이 누락된 시점부터 상대방은 이해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그럴 때면 가끔 내 머릿속 생각들을 기계 데이터처럼 그대로 전달할 순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아쉬워하곤 한다.

반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진 않다. 내가 모르는 정보를 상대방이 설명해 줄 때, 종종 설명을 빠뜨리거나, 듣는 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설명하곤 한다. 그럼 상대방에게 실례가 될까, 혹은 자존심에 더 물어보지 못한 경험은 필시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럴 땐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나에게 질문했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설명을 들었을까? 아쉽게도,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필자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한 적이 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없다.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타인에게 100% 전달해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우리는 많고 많은 단어 중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내, 가장 적합한 설명의 말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롬곡옾눞’이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적절한 표현으로 설명하고자 해도, 상대방이 모르는 단어들로 말을 이어간다면, 그 대화는 일방적이게 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나는 종종 ‘롬곡옾눞’을 떠올린다. 그리고 상대방이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가장 적절한 단어를 고르곤 한다. 그럴 때면 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도 과분한 말씀을 해주신다. “주무관님은 설명을 참 잘해주시네요.”

기고문을 쓰고 있는 오늘 하루도 참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내 설명이 많이 모자랐음에도 감사한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어쩌면 친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하는 부푼 기대를 가지곤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