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춘문예 시상식]윤석산 교수 "전인적 인식과 반응을 포괄한 창조적 작품“"
[2022년 신춘문예 시상식]윤석산 교수 "전인적 인식과 반응을 포괄한 창조적 작품“"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2.01.22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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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N제주 신춘문예 시상식...윤석산 심사위원장의 심사 소감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주최한 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주최한 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주최한 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신춘문예 심사를 맡은 윤석산 심사위원장은 당선작에 대한 심사평을 발표했다. 이날 윤석산 교수가 작성한 심사평을 함께 예심 심사를 했던 이은솔 시인이 대독했다.  

다음은 시 심사평 전문.

전인적 인식과 반응을 포괄한 창조적 작품“

한 20년 전만 해도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분들은 대개 20대 안팎이었다. 그런데 상당수가 50대 이상인 것을 발견한 우리 심사 위원 일동은 구시대의 가치관에 의한 작품들뿐이면 어찌하나 걱정했다.

그런데 예심을 거쳐 넘어온 작품들 대부분이 의외로 해체적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테마 면에서는 ‘일원(一元)과 다원(多元)’, 구성 면에서는 ‘인과와 해체’, 표현 면에서는 ‘전인적(全人的) 인식과 반응’에 고루 초점을 맞추되 유기적(有機的)’인 작품을 뽑기로 합의했다.

어느 한 쪽에만 맞춘 작품들은 잘 읽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제 이들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관과 시학을 마련할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황현자씨의 「현관」이 눈에 들어왔다. 생선 장수인 엄마에 대한 추억을 제재로 삼은 작품으로, 이런 제재를 택할 경우 흔히 그리움이나 효를 내세우기 마련인데, 끊겼다 다시 이어지는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상반된 욕망을 드러내 상당히 입체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주목을 끈 것은 김용천씨의 작품이다. 「탁란 청춘」은 취업을 위해 여기 저기 자기 소개서를 써 내고 기다리다가 우리 사회가 뱁새 둥우리에 알을 낳아 대신 부화시키고, 둥지까지 뺏는다는 뻐꾸기 사회라는 걸 깨닫고 절망스러워 거리로 뛰쳐나가는 젊은이를 화자로 내세운 작품이고, 「꿀벌 나라」는 어느 일벌이 꿀 따는 사람 하나가 등장했다며 다 뺏기기 전에 나눠 갖자고 제안 하자 계층 별로 분열을 일으켜 애벌레들이 다른 벌레들의 먹이 감이 되었는 데도 못 보는 모습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주최한 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주최한 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전인적 인식과 반응을 포괄한 창조적 작품“

나정욱씨의 「다족류의 인간들에게」와 「랭보의 행보」는 화자 자신도 해체적임을 고백하는 작품이다. 앞의 작품에서는 다리가 열한 개인 사람과 열두 개인 사람들이 싸우는 걸 못마땅해 하지만, 자신도 아침에는 열두 개였다가 저녁에는 열한 개라며 그 까닭을 알려 줄 사람이 없느냐고 절망한다. 그리고 뒤의 작품에서는 ‘시는 인생을 닮았고’, 그래서 앞뒤가 없다면서 ‘행보’라는 단어를 읽다가 ‘랭보’가 생각났다는, 말장난(pun)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정은씨의 「다섯 개의 물의 장면」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했다. 결혼식 부케나 장례식 때 관을 장식하는 ‘카라꽃 조화’를 11년씩이나 기르면서 … 생화가 아니라 조화다 … ‘빈 화병’에 물을 주고, 그 물이 흘러내려 지하 보일러실 아저씨의 잠을 깨우고, 자궁의 ‘양수’로 이어 가는 줄거리 역시 해체적이지만 새 생명의 탄생 쪽으로 지향하고, 상상과 환상과 무의식적 본능과 의지와 비판을 한 작품에 담기 위해 연작시 형식을 취하는 점은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경지를 여는데 기여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걸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부탁드린다. 현대 사회에서 ‘일원’은 낡은 느낌이 들고, ‘해체’는 혼란스러워 절망을 가중시킬 뿐이다. 삶도 작품도 ‘통합ㆍ조절’ 쪽으로 지향하는 게 자기를 완성하는 길이니 참고하시기 빈다.

2022년 새해 아침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주최한 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뉴스N제주(대표 현달환)가 주최한 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 당선자에 대한 시상식이 22일 오후 2시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다음은 디카시 심사평 전문.

이젠 '디카 시학(詩學)'을 마련할 때

우리 심사위원 일동은 예상보다 많은 응모작들을 보고, 드디어 '디카시 시대'가 열리는구나 하고 기뻐하면서 심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디카시의 속성과 목적을 토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디카시가 세계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인증 샷’처럼 시상이 떠오르던 순간을 찍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포토샵으로 ‘변형ㆍ합성’하거나 문인화까지 포함시키는 그룹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토론한 결과, 먼저 시상에 따라 피사체를 찾아 찍었는가, 그의 자극에 의해 떠오른 시상에 사진을 덧붙였는가를 살핀 다음, 두 매재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결합시켰는가, 그런 결합이 얼마나 새로운 의미와 미를 탄생시켰는가를 기준으로 삼아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담화든 말하는 사람의 동기에 따라 그 담화의 전체 구조와 조직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각 중 시각이 가장 강력해 '초두(Primacy) 작용'을 일으키고, 그 가운데 자기와 관계있는 것들이 '각인(imprinting)'되어 그 '틀(frame)'에 의해 해석해 언어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살펴본 바, 김향숙씨의 「압정 공장」과 「쉼표」는 피사체가 시상을 자극해 쓴 작품이었습니다. 압정이나 쉼표 같은 솔방울과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어떻게 이런 대상을 발견했을까 섬세함에 놀랬지만, 작품 제목은 피사체의 모습에 의해 붙인 거고, 내용도 그를 보던 순간의 주변 풍경을 이야기해 시가 사진의 설명으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시선을 옮겼습니다.

홍명표씨의 「정, 그립다」는 반대로 시상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릴 때 어머니가 외상으로 연탄을 사들이고, 그 개수를 '바를 정(正)'자로 표시한 기억을 제재로 삼은 작품으로, 그 시절의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연탄재 사진을 변형ㆍ합성하고, 옛날이야기임을 암시하기 위해 흑백으로 처리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다룬 작품들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해 습관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른 작품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한 작품은 박종민씨의 「부부」입니다. 이 작품은 김향숙씨처럼 천연색 사진과 시를 결합시킨 겁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토끼 두 마리가 너무 귀여워 왜 찍었을까 다시 제목을 보니까 ‘부부’더군요. 정말 털빛과 자세가 전혀 달라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썼는가 본문을 읽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나를 뭘로 보고/먼저 말하나 봐라’라고 하는 겁니다. 순간, 쿡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인간을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자웅들의 심리와 행동 방식은 모두가 똑 같다는 걸 일깨워줘 당선작으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진과 시가 서로 도와 계속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어 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미래는 디카시 시대니, 응모하신 모든 분들이 함께 디카시학을 마련해 우리가 세계 문학을 이끌어 봅시다.

2022년 새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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