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달환 칼럼](32)내가 좋아하는 알파벳
[현달환 칼럼](32)내가 좋아하는 알파벳
  • 뉴스N제주
  • 승인 2021.01.0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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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알파벳

-초인 현달환-

내 혈액형은 에이A 형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알파벳은
에이A가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알파벳은
에스S입니다.

에스S에는 시작START도 있지만
에스S에는 멈춤STOP도 있습니다.
시작과 그리고 끝은
영원히 만나지 못하니
처음부터 잘할 수밖에 없군요.

빈 손 하나로 태어나
비바람에 닳고 닳아 휘어져
굴곡진 주름살 펴는 게 삶이라면
에스S에는 빈 여유SPARE가 있고
강함STRONG과 아픔SICK도 있고
힘들지만 서로 마주보며 웃는
미소SMILE도 있기에
견딜 만합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의 마지막은
파란 하늘SKY아래
따뜻한 태양SUN이 있고
때로는 영롱한 별STAR이 있고
그 아래 바다SEA에선
하얀 모래SAND위를 거닐며
노래SONG도 부르며
작은 돌STONE 사이로 보이는
돛단 배SHIP가 떠있는 풍광SIGHT을 보며
살고 싶답니다.

에스S로 시작된 내 삶의 점들이
마지막 통로에는
아스팔트 같은 직선STRAIT처럼
뻗어가려는 정신SPIRIT이 숨어 있답니다.

그래서
에스S는 내가 가야만할
인생의 길STREET입니다.
하지만 낯선STRANGE길입니다.

내 혈액형은 에이A형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알파벳은
바로, 에스S입니다.
( [문장21] 2014년 가을호 수록)

현달환 시인
현달환 시인

사춘기 젊은 시절 자기만의 비밀을 적는 비망록 뒷면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적은 기억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계절, 내가 좋아하는 색상 등 한 페이지를 완성하여 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들을 적으면서 자아가 성립되기 전까지 사춘기에 나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나열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살아가면서 나의 좋아하는 것들은 변하게 되고 어릴 적 꿈꾸던 것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즐거운 일은 어릴 적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살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예습도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나는 영어의 습성을 알게 되었다. 영어는 A에서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처음 기초를 배운다고 A부터 시작하여 배우는데 그렇게도 할 수 있지만 배우는 데 꼭 수학문제처럼 풀어지는 것이 아닌 게 언어이다. 수학 참고서 공부할 때 1,2장을 넘기지 못하고 맨날 앞부분만 하고 넘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그걸 인생이란 공식에 대입해보면 처음부터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려운 부분부터 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상황에 맞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항상 쉬운 것만 하다보면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혼자 멍하게 있다가 영어 알파벳 중에‘S'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정말 S라는 단어 중에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 인생과도 같은 S의 모양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저 구부러진 S라는 것 때문에 중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중심에서 다시 좌우 대칭을 알게 되고 여러 가지 형태의 모양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떤 알파벳을 좋아하는가? 그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가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는 것도 자신을 돌아보고 꿈도 한 번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갑자기 질문을 던지면 글쎄요? 하는 말이 먼저 나온다. 망설이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몇 가지 정도는 알고 지낼 필요가 있다. 상대방과의 대화에도 중요한 매개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어를 몰라도 사는데 조금 불편할 뿐이다.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서 인생 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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