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위원 윤석산 시인
예심위원 현달환 시인, 이은솔 시인
우리 심사위원 일동은 예상보다 많은 응모작들을 보고, 드디어 '디카시 시대'가 열리는구나 하고 기뻐하면서 심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디카시의 속성과 목적을 토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디카시가 세계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인증 샷’처럼 시상이 떠오르던 순간을 찍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포토샵으로 ‘변형ㆍ합성’하거나 문인화까지 포함시키는 그룹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토론한 결과, 먼저 시상에 따라 피사체를 찾아 찍었는가, 그의 자극에 의해 떠오른 시상에 사진을 덧붙였는가를 살핀 다음, 두 매재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결합시켰는가, 그런 결합이 얼마나 새로운 의미와 미를 탄생시켰는가를 기준으로 삼아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담화든 말하는 사람의 동기에 따라 그 담화의 전체 구조와 조직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각 중 시각이 가장 강력해 '초두(Primacy) 작용'을 일으키고, 그 가운데 자기와 관계있는 것들이 '각인(imprinting)'되어 그 '틀(frame)'에 의해 해석해 언어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젠 '디카 시학(詩學)'을 마련할 때
이런 기준으로 살펴본 바, 김향숙씨의 「압정 공장」과 「쉼표」는 피사체가 시상을 자극해 쓴 작품이었습니다. 압정이나 쉼표 같은 솔방울과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어떻게 이런 대상을 발견했을까 섬세함에 놀랬지만, 작품 제목은 피사체의 모습에 의해 붙인 거고, 내용도 그를 보던 순간의 주변 풍경을 이야기해 시가 사진의 설명으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시선을 옮겼습니다.
홍명표씨의 「정, 그립다」는 반대로 시상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릴 때 어머니가 외상으로 연탄을 사들이고, 그 개수를 '바를 정(正)'자로 표시한 기억을 제재로 삼은 작품으로, 그 시절의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연탄재 사진을 변형ㆍ합성하고, 옛날이야기임을 암시하기 위해 흑백으로 처리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다룬 작품들도 이런 방식으로 처리해 습관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른 작품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한 작품은 박종민씨의 「부부」입니다. 이 작품은 김향숙씨처럼 천연색 사진과 시를 결합시킨 겁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토끼 두 마리가 너무 귀여워 왜 찍었을까 다시 제목을 보니까 ‘부부’더군요. 정말 털빛과 자세가 전혀 달라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썼는가 본문을 읽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나를 뭘로 보고/먼저 말하나 봐라’라고 하는 겁니다. 순간, 쿡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그러면서 인간을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자웅들의 심리와 행동 방식은 모두가 똑 같다는 걸 일깨워줘 당선작으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진과 시가 서로 도와 계속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어 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미래는 디카시 시대니, 응모하신 모든 분들이 함께 디카시학을 마련해 우리가 세계 문학을 이끌어 봅시다.
2022년 새해 아침
위원장 尹石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