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시 부문 심사평- 윤석산 시인
[2022년 제3회 뉴스N제주 신춘문예]시 부문 심사평- 윤석산 시인
  • 강정림 기자
  • 승인 2022.01.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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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적 인식과 반응을 포괄한 창조적 작품“
본심 윤석산 시인
예심위원 홍창국 시인, 현달환 시인, 강정림 시인, 이은솔 시인
윤석산 시인
윤석산 시인

한 20년 전만 해도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분들은 대개 20대 안팎이었다. 그런데 상당수가 50대 이상인 것을 발견한 우리 심사 위원 일동은 구시대의 가치관에 의한 작품들뿐이면 어찌하나 걱정했다.

그런데 예심을 거쳐 넘어온 작품들 대부분이 의외로 해체적이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테마 면에서는 ‘일원(一元)과 다원(多元)’, 구성 면에서는 ‘인과와 해체’, 표현 면에서는 ‘전인적(全人的) 인식과 반응’에 고루 초점을 맞추되 유기적(有機的)’인 작품을 뽑기로 합의했다.

어느 한 쪽에만 맞춘 작품들은 잘 읽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제 이들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관과 시학을 마련할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황현자씨의 「현관」이 눈에 들어왔다. 생선 장수인 엄마에 대한 추억을 제재로 삼은 작품으로, 이런 제재를 택할 경우 흔히 그리움이나 효를 내세우기 마련인데, 끊겼다 다시 이어지는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 상반된 욕망을 드러내 상당히 입체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주목을 끈 것은 김용천씨의 작품이다. 「탁란 청춘」은 취업을 위해 여기 저기 자기 소개서를 써 내고 기다리다가 우리 사회가 뱁새 둥우리에 알을 낳아 대신 부화시키고, 둥지까지 뺏는다는 뻐꾸기 사회라는 걸 깨닫고 절망스러워 거리로 뛰쳐나가는 젊은이를 화자로 내세운 작품이고, 「꿀벌 나라」는 어느 일벌이 꿀 따는 사람 하나가 등장했다며 다 뺏기기 전에 나눠 갖자고 제안 하자 계층 별로 분열을 일으켜 애벌레들이 다른 벌레들의 먹이 감이 되었는 데도 못 보는 모습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전인적 인식과 반응을 포괄한 창조적 작품“

나정욱씨의 「다족류의 인간들에게」와 「랭보의 행보」는 화자 자신도 해체적임을 고백하는 작품이다. 앞의 작품에서는 다리가 열한 개인 사람과 열두 개인 사람들이 싸우는 걸 못마땅해 하지만, 자신도 아침에는 열두 개였다가 저녁에는 열한 개라며 그 까닭을 알려 줄 사람이 없느냐고 절망한다. 그리고 뒤의 작품에서는 ‘시는 인생을 닮았고’, 그래서 앞뒤가 없다면서 ‘행보’라는 단어를 읽다가 ‘랭보’가 생각났다는, 말장난(pun)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정은씨의 「다섯 개의 물의 장면」을 당선작으로 뽑기로 했다. 결혼식 부케나 장례식 때 관을 장식하는 ‘카라꽃 조화’를 11년씩이나 기르면서 … 생화가 아니라 조화다 … ‘빈 화병’에 물을 주고, 그 물이 흘러내려 지하 보일러실 아저씨의 잠을 깨우고, 자궁의 ‘양수’로 이어 가는 줄거리 역시 해체적이지만 새 생명의 탄생 쪽으로 지향하고, 상상과 환상과 무의식적 본능과 의지와 비판을 한 작품에 담기 위해 연작시 형식을 취하는 점은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경지를 여는데 기여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걸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부탁드린다. 현대 사회에서 ‘일원’은 낡은 느낌이 들고, ‘해체’는 혼란스러워 절망을 가중시킬 뿐이다. 삶도 작품도 ‘통합ㆍ조절’ 쪽으로 지향하는 게 자기를 완성하는 길이니 참고하시기 빈다.

2022년 새해 아침

위원장 尹石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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