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구원제주학연구센터, '2018년도 제주어구술자료집' 보고서 발간
제주연구원제주학연구센터, '2018년도 제주어구술자료집' 보고서 발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9.01.14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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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박사 “제주인의 삶과 문화, 역사를 규명해줄 귀한 제주어 자료”
제주 10개 지역 생애구술 자료…표준어 대역.주석 달아 제주어 쉽게 접근

“옛날에 ᄒᆞᆫ 밧 ᄑᆞᆯ지 말고 ᄒᆞᆫ 입 덜렌 헷주, 흉년에. 밧 ᄒᆞ나 ᄑᆞ는 돈이 얼마 가진 안 허난 ᄒᆞᆫ 사름 안 먹는 게 젤 유익허는 말로 그 말 ᄀᆞᆮ는 거. 쉬정 한 딘 잘도 곤란헨 살앗수다게.”(옛날에 한 밭 팔지 말고 한 입 덜라고 했지, 흉년에. 밭 하나 파는 돈이 얼마 가지 안 하니까 한 사람 안 먹는 게 젤 유익한 말로 그 말 말하는 거. 숫자 많은 덴 잘도 곤란해서 살았습니다.)(표선면 성읍리 현신생 구술)

“옛날은 콩 갈아나민 밧이 건다허영 둣해 보리 갈젠 콩 갈아, 역불로. 콩 그르에 갈민 보리도 좋곡 허난 그걸 욕심으로 갈앗어”(옛날은 콩 갈아나면 밭이 걸다고 해서 뒷해 보리 갈려고 콩 갈아, 부러. 콩 그루에 갈면 보리도 좋고 하니까 그걸 욕심으로 갈았어.)(조천읍 함덕리 한아섭 구술)

“굴묵 짇젠 허민 ᄆᆞᆯ똥 주로 줏엇저. ᄂᆞᆷ보단 일찍 줏젠 막 애써나시녜. 겨울에 온돌 때지 못허민 상당히 추우니까.”(굴묵 때려고 하면 말똥 주로 주었지. 남보단 일찍 주우려고 아주 애썼었어. 겨울에 온돌 때지 못하면 상당히 추우니까.)(구좌읍 한동리 오문봉 구술)

‘ᄒᆞᆫ 밧 ᄑᆞᆯ지 말고 ᄒᆞᆫ 입 덜라’. 가난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삶 속에서 생산된 속담이다. 가난을 이기기 위해서는 밭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하지 말고 밥을 먹을 사람의 숫자를 줄여 가난을 이기라는 뜻이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이렇게 눈물겨운 삶을 살아왔다.

비료가 없을 때 우리 어머니들은 수확을 높이기 위하여 콩을 갈아서 밭을 기름지게 한 후에 보리를 갈았고, 겨울에 방을 땔 말똥을 줍기 위해 남보다 아침 일찍 나서는 바지런한 삶을 살았다.

이런 사회를 살아온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지난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제주어구술자료집이 나왔다.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박찬식, 연구책임 김순자)가 최근 세상에 내놓은 '2018년도 제주어구술자료집'(11~20권)이 그것이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의뢰로 2017년부터 ‘제주어 구술 채록 자료 표준어 대역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자료집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어 보전과 전승을 위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제주어 구술 채록 사업’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제주대학교에 의뢰하여 제주도내 36개 지역에서 제주어 구술 채록 사업을 벌였다. 이 자료를 토대로 제주특별자치도는 누구나 쉽게 제주어 구술 자료를 접할 수 있도록 표준어 대역 사업을 벌여, 2017년 12월에 10개 지역의 구술 자료를 표준어로 대역하여 보고서를 냈고, 이번에 다시 10권의 구술자료집을 내었다.

이번 보고서에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구좌읍 한동리, 애월읍 고내리, 한경면 청수리, 서귀포시 하원리, 성산읍 삼달리, 표선면 성읍리, 남원읍 수망리, 안덕면 대평리, 대정읍 신도리 10개 지역의 생애 구술 자료가 담겨 있다. 조사 마을, 제보자의 일생, 밭일, 들일, 바다일,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신앙, 통과의례 등 전통 사회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생생한 제주어로 오롯이 만날 수 있다. 여기에 표준어 대역과 주석을 해놓아 누구나 쉽게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의 희로애락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자료는 단순히 표준어 대역 작업에 그친 것이 아니다. 표준어로 대역하지 못한 어휘에 대해서는 일일이 주석을 달아서 자료집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하였다.

예를 들어 ‘궤깃반’처럼 표준어로 대역할 수 없는 어휘에는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아서 어휘 특징은 물론 그 어휘에 얽힌 문화 정보도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궷깃반’은 잔칫집이나 상갓집에서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하여 일정량의 돼지고기와 순대 등을 쟁반 따위에 담아 놓은 음식이다. ‘궤기+-ㅅ-+반’ 구성으로, ‘궤기’는 고기, ‘반’은 반기의 의미다. 한 사람한테 보통 돼지고기 석 점과 순대 하나를 넣어 반기를 만들었다. 지역에 따라서 두부나 묵적을 더하기도 하였다.

이 작업에는 강영봉(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 이사장), 김성용(귀일중 교장), 김미진ㆍ김보향(제주대국어문화원 연구원), 김승연(제주학연구소 연구원), 안민희(민요패 소리왓 대표), 신우봉(제주대 교수), 최연미(돋을양지책드르 대표), 허영선(제주대 강사) 씨가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은 “제주어 구술자료는 제주어 연구의 귀중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전통 사회를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과 제주 사회의 단면, 제주의 역사와 제주의 문화사를 규명하는 귀한 자료”라면서 “이 자료집이 사라지는 제주어와 제주문화 등을 보전하고 연구하는 데 널리 쓰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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