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칼럼](29)고백
[현명관 칼럼](29)고백
  • 현달환 편집국장
  • 승인 2021.10.16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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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전과 나눔 고문
제34대 한국마사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2002년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구단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삼성건설 대표이사 사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칼럼이 시작되자 필자는 모르는 사람의 전화가 왔다. 칼럼을 당장 내리라는 어느 누군가의 전화였다.

그분은 화난 목소리로 현명관 회장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아마도 '위대한 제주인'이라는 표현에서 기분이 안좋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사실, 개인사에 관한 내용은 감정이 쌓이면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이 칼럼을 연재한 이유는 현명관 회장이 제주도 출신으로서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에서 겪은 스토리를 함께 공유해 젊은 청년들에게 꿈을 주자는 취지였다.

제주 출신들은 전국 각지에서 주요 요직을 맡으면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그러한 분들을 그냥 묻힌다는 것은 제주도민들에게, 젊은 청춘들에게도 손해라고 생각된다.

현명관 회장이 자신의 인생역정에서 자서전에 자신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을 올린 것은 자신이 정당성보다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미를 제시했다고 본다.

부부관계는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결혼할 때 주례사를 들어보면 "신랑은...어저고 저쩌고...신부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결국은 서로 책임을 지고 본분을 다하라는 내용이다. 거기서 둘이 '네'하고 답해서 이뤄진다.

그래서 결혼은 쌍방의 책임이다. 약한자는 강한자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어느 한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결국은 운명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한 삶인지도 모른다.

본문에도 나왔지만 남에게 보여 줄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도덕률과 회장으로서, 제주도지사 후보자로서, 사회 규범을 넘는 사랑 같은 것은 꿈에도 꿀 수 없다는 강박감이 있었을 텐데 이렇게 전부를 보여줬다는 것은 그가 인생의 모든 것을 내보이 것이다.

대개 이러한 것은 숨기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자신의 가정에 대한, 자신에 대한 어쩌면 핸디캡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내보인 것은 결국, 행복앞에서 인간은 어떤 말도 대신할 수 없다.

사람이 사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다.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려고 내 앞에, 내 가정에 계속 불행 같은 것이 찾아 온다.

사실, 완벽한 행복이란 없다. 100% 푸른 하늘이 있었던가, 거기엔 흐르는 한조각 구름이 늘 곁에 있었다. 그 흐르는 구름이 있음으로 하늘이 더 푸른색으로 돋보이는 것이다.

삶도 작은 고통들이 이을 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는 것이다. 평상이 느끼던 행복이 큰 행복이지만 그 행복을 터득하며 살지는 않는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고 있는 데 지난 날,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로운 행복을 찾아야 한다.

지금 어렵고 힘든 일이 있다면 행복이 곧 찾아오겠다는 징조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에게 잘 견뎌서 행복을 받아주라는 신의 게시인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말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행복의 전조, 작은 고통들을 기꺼이 맞이하자. 그러면 더욱더 멋지고 강한 내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인생 100세의 시대가 이뤄지고 있다. 새롭게 인생을 재정립하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을 잘 챙기면서 함께 도와가면서 사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어차피 새로운 삶을 살아도 거미줄 같은 관계는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관계 속에서 살고 헤어진다.

자신의 인생은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잘 살았다, 못 살았다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한 인생을 현명관 칼럼을 통해 느끼면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막바지로 들어서는 현명관 칼럼,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현달환 편집국장]


인터뷰하는 현명관 회장
인터뷰하는 현명관 회장

술을 먹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을, 사람들은 술을 먹고 한다. 그 결과 치명적인 후회를 남기는 일이 다반사다.

철저한 자기 관리의 화신 현명관은 그걸 알기에 술을 거의 먹지 않거나 자제해 왔다. 그러나 지금, 그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 듯 화가 나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전영해를 향해 물어보았다.

"우리 안지 얼마나 되었죠?"

"글쎄요, 수년 흐른 거 같은데요?"

“세월이 흘러도 똑같네요. 여전히 젊어요. 난 그 사이 늙었는데…. 젊음이 부럽습니다. 이 노인네는."

"무슨 말씀을 하세요? 현 후보님은 젊어요. 아니지 아니지, 다시 회장님인가? 회장님은 젊어요.”

"이렇게 늙지만 않았어도…

전위원장이 조금만 일찍 태어났어도...... 참 좋았을 텐데.“

"어느 정도 일찍 태어났어야 하는데요?“

“한 30년?"

"하하하, 그럼 뭐 하시게요."

"프러포즈해야지."

그 말을 듣고 그녀는 뒤로 넘어질 듯 웃어댔다.

“혹시 젊었을 때 사진 갖고 있으면 보여 주세요. 내 스타일인가 보게요.”

현명관은 20년도 전에 촬영한 사진이 붙어 있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49살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 내 스타일!”

그녀는 연거푸 건배를 외치며 선거 패배의 아픔과 절망을 날려버리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이 정도면 받아 줄 수 있겠네요."

현명관은 기뻤다. 하지만 아무튼 전위원장은 ‘눈이 높다'는 등 얼렁뚱땅 건배를 핑계로 화제를 돌렸다.

눈앞에 있는 닭똥집 보다, 선거판에 있었던 사람들을 더 좋은 안주 삼아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졌고, 술도 더 많이 마시게 되었다. 마시다 지친 두 사람 사이에 갑자기 술자리 정적이 찾아왔다.

현명관은 침묵을 깨며, 술에 취하지 않았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전 위원장! 내가 책임지면 안 될까?"

“만날 책임만 집니까? 본인 행복도 찾고 좀..… 뭐예요. 회장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살아요?

나야 박복해서 그렇다 치지만.…"

전 위원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현명관은 수년을 그녀와 같이 있었지만 아는 것이 없었다.

지금 오랜 시간 이야기하며 처음으로 그녀의 사생활을 알게 되고,

눈이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토록 솔직 담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이 여성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에게 보여 줄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도덕률과 회장으로서, 제주도지사 후보자로서, 사회 규범을 넘는 사랑 같은 것은 꿈에도 꿀 수 없다는 강박으로, 심연 저 바닥에 있었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자연스러운 호감을 철저히 가둬두었음을 깨달았다.

현명관은 그녀를 그날부터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처절한 실패 뒤에 찾아온 행복이었다. 승승장구하면서 행복을 맛보지 못했는데 처절한 연이은 실패 속에서 행복을 찾게 된 것은 인생의 아이러니다.

우리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전영해씨는 나의 이혼 소송을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이혼이 된 후 우리는 정식으로 혼인 신고를 했다.

아이도 생겼다. 딸 세린이는 커다란 기쁨이요, 내가 살아가는 힘을 주는 보물이 되었다.

이제 집에 돌아와도 쉴 곳이 생겼으며 따스한 온기가 흐르는 벽지를 보고 잠을 잔다.

진정으로 상대를 아껴주는 마음을 느끼며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잔잔한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

비록 나이 차가 있으나 남녀 사이에 나이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살면서 느끼게 되었다.

동반자가 되면서 우리는 친구처럼 지낸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뜨거운 연애 감정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었다. 이것을 가리켜 삶이라 부르고, 행복이라 부르는구나 하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용기가 있다면 그는 행복해질 수 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쓰디쓴 실패를 통해 실천할 수 있었다. 아마도 도지사가 되었다면 또 남의 이목을 생각하느라 나는 위선적인 생활, 보여주기 결혼생활을 이어갔을 것이다.

그렇게 아무 의미도 없는, 행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지금 이 순간까지 살았을 지도 모른다.

이젠 누가 뭐라고 하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 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보물 같은 가정을 선물해 준 신께 감사드린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움을 준 실패라는 녀석에게도 깊이 감사한다.

혹시 이 책을 읽는 분 중에 남의 이목이 두려워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나는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그딴 거 다 장식품이에요. 행복이 더 중요합니다. 사실 이 말은 나의 아내가 내게 해 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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