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제대학교 김화경 교수가 그동안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경험이 축적된 책자 제1부 관광 트렌드와 이슈, 제2부 제2부 여행문화, 제3부 제주관광 지속성장, 제4부 제주관광 미래와 포럼 모음을 통해 제작된 '제주관광, 길을 만들다'라는 내용을 통해 펜데믹 시대에서 앞으로 제주관광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지 그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토로하는 것이 여행과 관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절이 그립고 앞으로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멋진 미래의 여행을 꿈꾸며 앞으로 '제주관광, 길을 만들다'를 필독해 주시고 많은 응원바랍니다.[편집자 주]
□ 싱가포르 MICE산업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and Exhibition)라고 하면 국제회의나 전시회, 단체 보상관광 등을 통칭해서 얘기한다. 제주 중문단지에 있는 컨벤션센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국제회의나 중요 미팅으로 비즈니스 출장을 오고, 또 짬나는 시간에 관광도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보다 경제효과가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는 북미정상회담으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경호·경비와 교통통제, 북한 대표단 숙박비 지원으로 싱가포르 정부가 순수하게 130억 원을 부담했지만 실제 홍보효과는 50배인 6300억 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글로벌 미디어 정보업체의 분석이다.
처음엔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제주도뿐만 아니라 스위스, 스웨덴, 몽골 등 여러 곳이 언급됐는데, 결국 양국의 선호도에서 싱가포르가 높았던 것이다. 한국 포함 여러 국가들이 나름대로 유치경쟁을 벌였지만 정작 싱가포르는 유치전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북미 당사국들이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먼저 요청을 한 것인데, 이게 싱가포르 MICE 산업의 현주소이다. 작년 한해 국제행사만 877차례, 벨기에 브뤼셀 763회, 서울 688회를 제치고 세계 1위다. 방문 외국인이 1742만 명, 쓰고 간 돈이 22조 2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제주도 땅의 1/3이고, 인구도 55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세계적인 MICE 국가로 성장했다. 싱가포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깨끗한 거리, 안전한 밤거리, 여전히 존재하는 태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된 얘기는 ‘싱가포르는 인공적으로 잘 계획된 도시’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땅덩어리도 작고 산이나 바다, 자연경관도 빼어난 게 별로 없고, 또 1년 내내 더운 곳이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때만 해도 부정부패랑 정경유착이 굉장히 심했다. 허지만 초대 수상이었던 리콴유가 30년 가까이 통치를 하면서 청렴과 능력 중심의 나라로 바꿔놓고 분야별 국가발전대계를 세웠다. 예를 들면 MICE 산업을 전담하는‘싱가포르 전시컨벤션국’ 을 1974년에 만들고, 그 사무국에서 2015년에 MICE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전략을 짰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야간에 방문했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도 그 지역이 원래 바다였는데, 30년간 모래로 바다를 매립해서 모래사장을 초고층 주거지역, 금융센터, 호텔, 초대형 식물원, 쇼핑몰단지로 바꾼 것이다. 해서 MICE 산업이 싱가포르에서 성공하게 된 첫 번째 요인은 정부차원의 리더십, 장기 전략과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MICE 1등을 만들겠다는 싱가포르 정부의 40년짜리 프로젝트인 것이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복합 리조트 컨셉이다. 단순한 숙박과 컨벤션 센터 뿐만 아니라 해외 럭셔리 브랜드 매장, 카지노, 엔터테인먼트가 합세되고 게다가 독특한 건물 모양까지 가미되면서 싱가포르의 랜드 마크가 되었다.
마리나베이센즈 호텔은 국내 건설사가 시공했는데, 3개 건물 위에 배가 얹혀 진 모양이고 옥상 인피니티 풀이 명소가 되면서 2600여개 되는 호텔객실의 공실률이 1년 내내 거의 제로 상태다. 일산 킨텍스의 두 배가 되는 대규모 컨벤션센터,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카지노까지 센토사 리조트월드랑 양대 산맥을 이루면서 싱가포르 MICE 산업을 이끌고 있다.
세 번째 성공요인은 도시인프라다. 도시 자체의 경쟁력이 뛰어나다. 특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데, 지난해 싱가포르는 세계은행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평가에서 뉴질랜드에 이어 2위,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스위스,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법인세도 17%로 아일랜드 다음으로 낮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몰려드는 것이다. 현재 4만개 가까이 되는 다국적기업이 싱가포르에 본사나 동남아지역총괄, 지점들을 두고 있어서 컨벤션이나 비즈니스 미팅의 수요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반면에 입주한지 1년이 지난 서울의 롯데월드타워가 글로벌 기업들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무실 공실률이 50%가 넘는다는 기사가 있는데 대조적이다.
그리고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것도 강점이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로 편입되다 보니 영어가 익숙한 것도 있지만 싱가포르는 다민족 국가이다. 주류인 중국계뿐만 아니라 말레이계, 인도계도 30% 가까이 돼서 통합언어로서 영어의 쓰임이 많다. 끝으로 싱가포르의 장점이라면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는 우수한 교통 인프라다. 거대 시장인 동남아시아아의 한 가운데 있어서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주요 주변 도시들이 항공편으로 2시간 이내 거리다.
그리고 창이공항은 올해 6년 연속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됐는데, 환승, 쇼핑, 출입국수속절차, 편의시설, 안전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그리고 공항에서 도심까지 자동차 전용도로와 지하철이 잘 돼있고, 또 세계 최대의 항구도시다 보니 세계 해상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물류허브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싱가포르의 독주가 오래 간다는 보장은 없다. 국토면적 자체가 적고, 주변국에 비해 물가수준도 턱없이 높아지면서 동남아 주변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현재 싱가포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태국이다. 관광명소와 의료관광의 장점을 함께 갖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도 급부상하고 있다. 인구 2억6천만에다, 자원강국, 시장가치 증가로 기업회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최근 쿠알라룸푸르에 동남아 최대 컨벤션 센터인 ‘마이엑스포’건설을 시작하면서 MICE 산업의 잠재 강자로 나서고 있다.
국내 MICE 산업은 취약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11개 도시에서 16개의 컨벤션센터를 운영 중인데, 세계적 규모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다 보니 국제회의 개최 건수는 상위권이지만, 정작 돈이 되는 대규모 행사는 싱가포르나 중국 등에 뺏기는 상황이다. 그리고 서울, 부산, 제주에만 국한돼서 지역 편중이 심하며, 지역관광, 쇼핑, 공연, 레저 등 체류일수를 연장시킬 수 있는 콘텐츠도 부족하다.
제주 컨벤션산업 역시 제주에 맞는 컨벤션상품 개발과 지역인재 육성이 시급하다. 전시장 규모 확장, 관광과 연계된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 등 과제가 많다. 특히 제주를 알리는 국제적인 신규 컨벤션 유치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