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칼럼](10)태도가 본질이다
[현금이 칼럼](10)태도가 본질이다
  • 뉴스N제주
  • 승인 2019.01.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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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Maple

항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JTBC의 ‘SKY 캐슬’이 최근 높은 시청률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교수, 의사들이 모여 사는 캐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그린 약간의 코믹을 가미한 사회 풍자 스릴러 드라마이다.

남편은 최고의 권력자로, 자식은 과학 고등학교나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겉으로 보이는 우아함과 고상함 뒤에 숨겨진 거짓과 위선을 매개로 해서, 기득권을 지키고자 ‘열일’하는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파헤치고 있다.

좀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입시생을 둔 부모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좀 더 객관적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동시에, 부모 마음만을 강요하는 대신 그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도 함께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빠른 전개와 주요 캐릭터들의 탁월한 연기로 각광을 받고 있고, 결말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인 가운데 드라마 본연의 취지에 역행하는 기사가 있어 한마디 보태고자 한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있다.

악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악의 근원은 평범한 곳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이다. 완벽한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존재하지 않으며 상대적 비율의 차이지 다 혼재되어 있다.

법이 존재하지 않거나 시선이 없는 곳에서 누구나 악의를 느낄 수 있으며 누구는 악의대로 하고 누구는 절제한다. 절제심은 때론 타고난 양심 때문이기도 하고, 후천적 학습에서 오기도 하는데 보통의 경우 직관적으로 뭐가 옳은지 느껴진다고 한다.

며칠 전 읽은 기사의 내용은 드라마를 보는 많은 시청자들이 착한 역할의 이태란 보다 악역의 염정아에 더 공감하고 응원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데이터 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며 공적의식을 가져야 하는 기자의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드라마 JTBC의 ‘SKY 캐슬’ 캡쳐
사진=드라마 JTBC의 ‘SKY 캐슬’ 캡쳐

메인 캐릭터에 연기력까지 더해져 극을 이끌어 나가는 데 압도적 역할을 한다는 정도에 그쳤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으나, 이태란을 오지랖 넓은 여성쯤으로 치부하고 얄미워서 주변에서 따돌림 당하기 쉽다는 식으로 기사를 써 나가는 데 경악했다.

배우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사석에서 얼마든지 언급될 수 있고 악역이지만 상황이 이해가 간다거나 공감을 표현하는 게 뭐가 문제이랴. 그러나 명백한 거짓이나 죄조차도 사심이 담겨 본의를 왜곡시키거나, 기사를 읽는 이들의 의견이 오염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짓과 위선을 일삼아도 과거 어릴 적 환경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를 넘어 ‘그 정도의 잘못은 그냥 눈감아줄 수 있다’, ‘나라도 저랬을 거다’ 등등 그런 행동을 정당화하는 지경으로까지 간다면 결국 단죄의 범위와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과거 희대의 탈옥수가 입고 있던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렸다거나, 국정농단의 시초가 되었던 정유라 패딩의 브랜드나 가격에 관점을 두고, 일반 국민들에게 일부러 자극적인 기사를 무책임하게 내보내는 기자들의 탓도 상당하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기사나 방송을 신뢰한다. 하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한 기사를 얼마든지 쓸 수 있으며, 10%의 거짓으로 90%의 진실과 대충 버무려 얼마든지 진실을 덮을 수도 있다는 걸 유념하고 늘 의심해야 한다.

물론 예능은 예능,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로 봐야지 뭐 심각하게 평론을 해야하나하는 반론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처럼 인터넷 강국이면서 역동적인 국민성을 지닌 특수성을 감안하면, 팩트를 무시한 자극적인 보도가 사회에 미칠 파장, 특히 청소년들의 신념과 가치관 형성에 끼칠 영향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져야 한다.

사형수나 흉악범들도 깊이 알고 나면, 이해할만 한 점도 있고 원래부터 악한 사람이 아니었단 생각에 일반인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악한 마음과 나쁜 행동이 선한 것과 정의로운 것에 우선 할 수는 없다.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아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어떤 것이 옳은지를 알며, 어떤 선택을 할 때 양심이 작동을 한다. 본능과 양심에 반하는 선택과 행동은 실수라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우선한 것이므로 죄의 대가도 응당 본인의 몫이다.

드라마 속 염정아의 탁월한 연기력 때문에 그가 결혼하며 자행한 거짓과 결혼 전 남편의 연인이었던 자에게 가했던 행위 (구체적으로 더 드러날 예정), 자신이 직접 일구기는커녕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얻은 시댁의 부와 권력을 무기로 주변인들에게 가하는 언사와 악행이 쉽게 묻혀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 그를 용서한다고 그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또 다른 행태로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나쁜 행위가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거짓이 자신만 망가지게 하면 괜찮은데, 그런 자들은 그 거짓을 막으려 또 다른 죄를 저지르며 결국 타인을 해치게 된다. 그가 입고 있는 옷, 그가 사는 집, 우아해 보이는 품격의 염정아의 가짜는, 권력 근처에는 얼씬도 못한 남편이나 시댁을 만나 앙앙거리며 사는 우리의 진짜를 이길 수 없다. 돈 처발라서 간 대학을 능력이라 치부하고 못가진 자들을 업신여기는 염정아의 가짜는, 겨우 자식을 보통의 대학에 보내어도 어깨에 힘주며, 종종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지언정 남을 밞으면 양심이 꺼림칙해지는 우리들의 진짜를 영원히 이길 수 없다.

무엇보다 염정아의 대단한 착각은 부모와 태생을 부인하면서, 자신은 자식이나 남편, 시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부모가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모의 존재를 속이고 세탁하고 자신의 과거를 덮는 자의 남편이나 자녀가 과연 자신을 존경하게 될까? 그런 인성이라면 시댁이나 남편이 망하고 자녀가 내 맘대로 안 되면 또 그 상황을 싫어서 또 어떠한 무모한 선택을 할 지….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건 선택의 사항이 아니며, 그 환경을 인정하고 살아가고 헤쳐 나갈 때 진짜 자존감 강한 인성으로 거듭날 것임이 분명한다. 부모 형제의 신분을 부정하고 과거를 세탁하는 자에게서 어떤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있을까?

물론 드라마라서 해피엔딩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나,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변화가 일어날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이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으니, 짧은 기사일지언정 공적의식과 태도를 가지고 본질을 호도하는 글은 삼가 했으면 하는 게 새해의 조그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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