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현택훈의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 펴내
[신간]현택훈의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 펴내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9.07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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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훈 글 / 박들 그림 / 110x180 / 104쪽 / 10,000원 / 979-11-90482-70-7 [73810] / 한그루 / 2021. 9. 3.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를 통해 제주를 내밀하게 포착해온 현택훈 시인이 제주 곶자왈 생태계를 배경으로 첫 번째 동시집을 선보인다.

동시집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에서 시인은 식물, 곤충, 동물 등을 비롯해 눈에 잘 띄지 않는 자연 속 미지의 존재들과 친구가 될 것을 말한다.

미처 발견하기 어려운 곳까지 세심한 시선을 두면서 저마다의 이름을 찾아본 다음, 기억하고, 불러준다. 나 말고 다른 존재들을 섬세하게 이해하는 게 어려운 시대에서 드넓은 곶자왈을 거닐며 저마다에게 걸맞은 이름을 불러주는 다정함이 깃든 동시집으로 아이들은 더 주의 깊게 세상을 관찰하며 살아가는 법을 몸소 알게 될 것이다.

곶자왈을 터전으로 삼은 무수한 존재들이 있다. 그중 두점박이사슴벌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우리나라에서는 곶자왈에서만 발견된다. 그리고 두점박이사슴벌레는 제주도 사람들과 닮았다. 제주 사람들이 쓰는 제주어와 두점박이사슴벌레 모두 멸종 위기에 놓인 지금, 이번 동시집에서는 현재 누군가 머물고 있음에도 사라져가는 집과 터전을 환히 비춘다.

제주라는 장소가 관광지로만 부각되어 소모될 때, 제주의 자연 그곳을 집으로 삼은 생명들의 삶은 소외되고 만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시인이 보여주는 풍경을 보면, 저마다 고향의 원풍경을 그리며 제주가 품은 고유의 감각을 맛보게 될 것이다.

글 현택훈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곶자왈이 놀이터였다.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를 냈다. 서귀포에 있는 작은도서관 사서로 있다.

그림 박들

사계절 꽃 피고 바람 좋은 제주도에 내려와서 멍멍이와 냥냥이와 버렝이와 검질과 함께 지냅니다. 그림과 생태적 삶으로 만든 뫼비우스 띠 안에서 도는 중입니다. 아직 육지것의 눈으로 보는 제주 풍경을 게으르게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_ 작년 여름에 사귄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또 놀러 가야지

어렸을 때 밭에 가는데, 어디선가 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저 소리는 어떤 새가 우는 소리야?”

“응, 저 소리는 새알이 비에 젖을까 봐 엄마 새가 우는 소리야.”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엄마는 몇 해 뒤 산 너머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새 소리는 멧비둘기 소리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구구구구구. 장마 무렵에 더 많이 들린다.

늦잠을 자는 내게 엄마가 굼벵이 같다고 말했다. 그런 날엔 매미를 꿈꿨다. 흙바닥에서 놀고 있는데 할머니가 내게 땅강아지 같다고 말했다. 그런 날엔 흙 속에서도 눈을 뜰 수 있을 것 같았다. 산길을 걷다가 나비를 발견하면 나비 따라 산속을 돌아다녔다. 지네를 잡겠다고 친구들과 들춰본 돌 밑에서 잠든 뱀을 보고 비명을 질렀을 때가 행복했다.

중고생 시절, 과목 중에 물리는 어려웠지만 생물은 재미있었다. 나이가 들어 다시 펼쳐본 도감을 통해 내가 여겼던 것보다 훨씬 넓은 우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를 쓰면서 제주의 생태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어렸을 때 놀았던 풀숲에 있는 식물이나 곤충은 모두 이름이 있다. 그 이름부터 먼저 불러준 다음에야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오랫동안 나랑 놀아주면 좋겠다. 길을 걷는데 제비가 낮게 날며 곧 비가 온다고 말해준다. 작년 여름에 사귄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또 놀러 가야지. 할 말은 많지만, 노루가 곶자왈에 함께 가자며 창문을 두드려서 이제 그만 써야겠다.

목차

| 작가의 말 | 작년 여름에 사귄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또 놀러 가야지

먼물깍
비파나무 편지
병귤나무
비 오는 날
청수리에서
오목눈이 일기
길 잃은 새
거북손
석주명 기념비 앞에서
산개벚나무
산기슭
귀뚜라미
발자국의 밤
초록색 나뭇잎을 비늘처럼 매달고
너의 이름은
피막이풀
은하수를 끌어당기는 한라산
두점박이사슴벌레 집에 가면
펭귄
달팽이 지름길
나의 망원경
오늘은
산새 학교
메뚜기 종이접기
쇠똥구리 아빠
삼양 구름
5월 21일
울진 숨비기꽃
한라솜다리
국수나무 식당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재수 좋은 족제비
선작지왓 귀룽나무
삼달리 여름가게
제주도 마을
성탄제
비파나무의 집
물감 상자를 열면
바닷게 학교
남방큰돌고래
삼촌 생각
조랑말
나뭇잎배
내 방이 생기면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 걸까
겨울눈
모레 토요일에는 기찬이가 우리 집에 온다
제주도롱뇽
보호색
산새는 1학년
이끼의 세계

연못에 사는 거북이
숨은물뱅듸
탐험 개
귀 기울이면
내일은 나도 몰라요
곶자왈

| 산문 |

곶자왈에 두점박이사슴벌레가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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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하나로 친구가 되었죠. 바다, 마을, 오름, 곶자왈, 뱅듸, 한라산 그리고 남방큰돌고래, 조랑말, 달팽이, 귀뚜라미, 족제비, 휘파람새, 한라솜다리, 숨비기꽃, 모두 빛나는 보물이죠. 점과 점을 잇고 꽃 세상을 만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점 하나가 희미해지고 선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요. 아예 지워질까 두렵습니다. 가슴에 큰 점을 찍고 두점박이사슴벌레가 나타났어요. 새야 걱정 마.

- 김완병(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이학박사)

이 동시집을 읽으면 제주도에 가고 싶을 거예요. 가게 되면 두점박이사슴벌레 버스를 꼭 타보세요.

정류장 이름이 멋진 곳으로 달리거든요. 먼물깍, 비파나무 편지, 병귤나무…. 종점인 곶자왈에 도착하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곳은 내 마음이 내린 곳이거든요. 제 마음이 내린 곳은 어디냐고요? 너무 많아서 버스를 다시 탔어요. 이번엔 곶자왈부터 거꾸로 달리네요.

- 이장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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