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칼럼](6)중국관광객 파워
[김화경 칼럼](6)중국관광객 파워
  • 뉴스N제주
  • 승인 2021.08.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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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경 작가
(사)마이스융복합산업연구원 원장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학과장 겸 교수
김화경 작가
김화경 작가

2018년 국제대학교 김화경 교수가 그동안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경험이 축적된 책자 제1부 관광 트렌드와 이슈, 제2부 제2부 여행문화, 제3부 제주관광 지속성장, 제4부 제주관광 미래와 포럼 모음을 통해 제작된 '제주관광, 길을 만들다'라는 내용을 통해 펜데믹 시대에서 앞으로 제주관광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지 그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토로하는 것이 여행과 관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절이 그립고 앞으로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멋진 미래의 여행을 꿈꾸며 앞으로 '제주관광, 길을 만들다'를 필독해 주시고 많은 응원바랍니다.[편집자 주]

중국인들 관광이 증가하면서 중국정부는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 단체 관광을 무기화하는 정책에 익숙하다. 요즘 ‘중국의 최첨단 현대 무기는 단체관광객’이라는 표현을 한다. 단체관광객을 한 나라와의 외교문제에서 ‘당근과 채찍’으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시작은 터키다. 지난 2000년도에 중국이 해상카지노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우크라이나로부터 옛 소련의 항공모함을 한 척 샀는데, 배를 해상으로 이동해야 했다. 마침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터키정부가 통괄 시켜주지 않으면서 중국정부가 난처해하며 어르고 달래고 협상을 하다가 결국 1년 반 만에 두 가지 보따리를 내밀었다.

첫 번째가 우리나라 돈으로 4천억 상당의 무역관련 이권이었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자국관광객을 터키에 많이 보내겠다는 약속이었다. 단체관광객으로 당근정책을 쓴 것이다.

또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터키에 해외관광객 카드를 또 썼다. 그 결과 터키행 관광객 수가 15만 명에서 2015년엔 40만 명까지 급증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 내 소수민족인 터키계 위구르족 문제로 양국관계가 악화되자 그 이듬해엔 반대로 53%나 격감했다. 한 나라를 상대로 병 주고 약주고 당근과 채찍을 다 사용한 것이다.

중국정부가 여기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까 상대국 견제수단으로 단체여행을 음성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아예 대놓고 관광객을 통제한 사례가 대만이다. 2016년 5월 대만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하나의 중국, 두 개의 다른 명칭’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양안관계가 경색되자 불과 몇 개월 만에 30% 이상의 유커 관광객이 줄어들었다.

사실 대만 정부로서는 내수부진을 받쳐주는 블루칩이 줄다보니 백화점, 호텔 등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여행업계의 반발과 시위로 대만정부는 곤혹을 치르게 되었고, 지금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단체관광객이 제공하는 긍정효과가 크다. 2016년 중국 발 해외여행객의 수가 1억3천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중국 해외관광 시장이 300조가 되었다. 해외여행시장의 소비기여도가 20%에 육박하며, 현재 중국에서 여권을 발급받고 해외여행에 나서는 인구가 전체의 10%인 1억4천만 명 가량인데, 2025년에는 적어도 연간 2억2천만 가량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악화되면서 이번에도 중국정부가 관광객 카드를 사용할 움직임이 보인다. 지난 7월 초 미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미국의 치안이 좋지 않고 총기 난사 사고가 많으니 안전에 유의하라’는 경고문이 떴고, 홍콩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사를 통해 미국 여행 중 가벼운 찰과상만으로도 5천여만의 병원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자극적인 기사들을 실으면서 여론의 동향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언론들도 예민해졌다. 새로운 테러가 발생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위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중국정부가 관광 통제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보도를 통해 주민들의 반응을 살핀 뒤, 반응이 긍정적이면 자국민의 미국여행 금지령을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을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시발은 대중국 무역 적자다. 2016년 기준 상품교역 적자가 350조가 넘는데, 관광분야에서는 반대로 40조 가량 흑자이다. 사실 미국의 관광업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전체 고용의 5%나 차지한다. 2016년 미국 방문한 중국관광객이 300만 명에 소비한 돈만 35조가 넘는다. 대중무역 보복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현 트럼프 정부에서 그나마 유지되던 중국관광객 마저 줄고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질 거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이고, 중국정부가 관광객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6일 춘추항공 운항 스케줄을 최종 확인한 결과, 제주를 경유 및 급유 등의 목적으로 잠시 들렸다가 중국행 예약 승객을 태우고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춘추항공 항공기 모습

중국정부가 관광객을 통제하는 방법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ADS(Approved Destination Status)라고 해서 중국자국인을 여행 보내기 전에 상대국을 여행 허가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참고로 한국과는 1998년을 ADS협정을 체결했고, 서구 국가로는 1999년에 호주와 최초로, 그리고 미국과는 2007에야 체결했다. 체결과 함께 중국관광객이 50%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고, 작년 기준 146개국이 이 지위를 부여받았다. 가장 중요한 건 중국 내 단체관광을 취급하는 여행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통제이다. 중국내 여행사의 숫자는 25000개다.

그 중 해외여행 취급하는 데가 2천개고 외국여행사는 중국인에게 해외여행상품을 팔수가 없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대형여행사 5군데 중 3곳이 국영이고 나머지 2곳도 중국정부의 간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다 보니 관광객모집 자체가 안 되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자국관광객을 무기화한 가장 극적인 사례가 한국이다. 2016년 700만이던 중국관광객인 작년에는 300만이 채 안됐고 올해 초 평창올림픽 때만해도 당초 20만 명을 기대했지만 실제 2만 명이 방문했으며, 현재는 중국의 한국 관계개선 움직임으로 그나마 관광객이 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제주 역시 중국관광객 무기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2012년 9월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였던 센카쿠열도를 국유화 시키면서 중국정부가 일본관광을 금지시켰었다. 일본이 역풍을 맞으면서 중국의 건강·미용용품 회사인 ‘바오젠그룹’ 우수직원 11000명이 포상여행을 일본에서 제주로 바꾼 적이 있다. 당시 제주 16개 호텔 16000개 객실이 동이 나고 400억 원의 직접생산효과가 있었다.

중국정부는 관광금지 뿐만 아니라 대규모 반일시위,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였고, 일본의 중국관광객은 35%가 급감했다. 하지만 일본은 냉정하게 대응했고 변화를 꾀했다. 비자완화, 면세점 확대, 관광투자처 다양화, 콘텐츠 개발 등의 실질적인 노력을 했다. 그 결과 2014년 오히려 중국관광객이 83% 증가했고 작년에는 사상최대인 637만 명을 기록했다.

그 동안 반복적으로 나온 얘기지만 앞으로 한중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정치적인 이슈와 상관없이 제주도가 사랑받을 수 있는 제주만의 매력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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