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이스융복합산업연구원 원장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학과장 겸 교수
2018년 국제대학교 김화경 교수가 그동안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경험이 축적된 책자 제1부 관광 트렌드와 이슈, 제2부 제2부 여행문화, 제3부 제주관광 지속성장, 제4부 제주관광 미래와 포럼 모음을 통해 제작된 '제주관광, 길을 만들다'라는 내용을 통해 펜데믹 시대에서 앞으로 제주관광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하는지 그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토로하는 것이 여행과 관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절이 그립고 앞으로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멋진 미래의 여행을 꿈꾸며 앞으로 '제주관광, 길을 만들다'를 필독해 주시고 많은 응원바랍니다.[편집자 주]
□ 관광 포비아(Tourism-phobia)
‘관광 포비아(관광공포)’는 여름철 피서 목적으로 하는 ‘공포체험’ 을 말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역에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생기는 문제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좋은 것도 있지만 관광지가 훼손되고 주민생활이 불편해지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또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주민들이 관광객에 대한 거부감, 심지어는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즉 ‘과잉관광’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관광수요가 늘면서 국내외 할 것 없이 과잉관광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은 하루 8천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모든 관광객들이 예의를 갖춰서 다니진 않는다.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단체로 골목길을 다니면서 사진 찍고 큰 소리로 떠드는 건 예사고, 불쑥 집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또 화장실 사용까지 요청하다보니까 주민들의 사생활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기야 주민들이 주거권 확보 차원에서 현수막도 내걸고 피케팅 시위도 하고 있다. ‘북촌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라.’, ‘새벽부터 오는 관광객, 주민들은 쉬고 싶다.’ ‘삼일장은 삼일마다, 오일장은 오일 마다, 북촌은 날마다 장날이냐?’ ‘말하지 마시오, 계단 올라오지 마시오.’ 등 주민들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담겨있다.
사실 이런 과잉관광의 문제점은 해외에서 더 심하다. 여행객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나선 국가들이 여럿 있다. 스리스의 산토리는 파란바다를 배경으로 흰색 외벽과 파란지붕이 트레이드마크인데 여름성수기엔 하루에 만 명씩 몰려들면서 걷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에 치인다고 한다.
그리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역시 관광포비아의 대표 도시인데, 인구는 160만, 여행객은 한해에만 무려 3200만, 그러다 보니까 도시건물은 모두 호텔로 바뀌고 치안 담당하는 경찰은 정작 관광객 뒤치다꺼리만 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도시는 이탈리아의 베니스다. 관광객을 거부한다는 대규모 시위가 빈번하다. 한해 25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26만 명의 베니스시민들은 살던 집을 숙소로 내놓고 정작 본인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다.
전형적인 튜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문제다. ‘시민이 사는 도시’가 아니라 ‘관광객이 머무는 테마파크’가 된 것이다. 주민과 시민이 떠난다면, 그 지역의 경제 구조는 왜곡되고 결국 나중에는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없어진다. 주민과 여행객이 공존하지 않는 관광지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과잉관광 문제를 다른 나라들은 진입장벽을 높여서 해결한다. 방문인원을 제한하거나 입장표, 사용료를 부과해서 진입비용을 늘리는 방법이다. 2016년 유네스코는 페루의 ‘마추픽추’를 ‘위기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페루관광당국은 즉시 입장객숫자를 관리했다.
입장티켓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고, 방문은 예약제로 변경했다. 입장관객수도 오전 3600명, 오후 2700명으로 제한했고, 공식 가이드와의 동행을 의무화하고, 탐방로도 3군데 중에서 하나만 이용케 했다.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갈라파고스 섬도 마찬가지다. 방문여행객은 특정장소에만 머물게 하고 반드시 가이드와의 안내를 받도록 했다. 적정수용능력을 가늠하고 관광객 숫자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한정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예능방송과 영화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국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아이슬란드는 비용으로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식이다. 지금도 물가가 비싸지만 호텔 숙박료에 추가 세금 부과, 여행업체 면허증을 유로화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민 행복도 1위 부탄도 마찬가지다. 입국자수를 제한하는 것뿐만 아니라 숙박, 식사, 교통, 가이드 등을 패키지로 묶어서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허가된 관광을 하도록 한다. 오히려 인원을 통제하니까 희소성 때문에 대기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아예 관광지를 폐쇄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4월 필리핀정부당국은 필리핀의 보라카이를 6개월간 폐쇄시키는 조치를 단행했다. 극단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섬 주민들이나 관광종사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정부당국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으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 생태복원에 300억 원을 투입했다.
현재 불법건축물 철거, 오폐수정화시설 정비, 해변에 깊숙이 박혀있는 쓰레기 수거 등 10월 재개장을 앞두고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 에메랄드빛 바다색이 다시 살아나면서 일시적인 폐쇄조치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제주 역시 일주 지역의 도민들이 교통문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저녁시간 제주로 들어가는 모든 도로들의 상습 정체, 특히 신제주의 평일 교통 혼잡은 거의 서울 강남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주거지역에 촘촘히 들어선 펜션과 카페에서 쏟아내는 고성방가와 불법주차도 주민들 인내심의 도를 넘기 시작했다.
치솟은 땅값으로 ‘땅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원주민 갈등’도 심각하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쓰레기와 하수처리가 제일 큰 골칫거리다. 소각장의 처리용량을 넘어가는 쓰레기, 또 일일 하수처리용량을 넘어서서 배출되는 오폐수들이 제주를 제주답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과잉관광도 문제지만 외국인관광객의 숫자가 작년 대비 40%가 줄었다. 이제는 제주의 관광산업을 본질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들여다 볼 때가 되었다. 제주관광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되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제주도 면적의 1/3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570만이나 되는 싱가포르 경우, 작년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1730만 명이나 되지만 싱가포르에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거의 없다. 그 이유가 뭔지를 잘 들여다봐야 된다. 그리고 방한 외국인의 6.8%만이 제주를 찾는 제주가 과연 국제관광지로서의 경쟁력이 있는지를 반성해봐야 할 것 같다.
과잉관광 우려에 대한 불식과 제주매력도 향상 등 제주관광 앞에 높인 숙제들이 엄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