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칼럼](20)비리의 값-믿음과 불신 사이
[현명관 칼럼](20)비리의 값-믿음과 불신 사이
  • 현달환 편집장
  • 승인 2021.08.1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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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전과 나눔 고문
제34대 한국마사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2002년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구단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삼성건설 대표이사 사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책 머리에 '성공은 물건울 먼저 받고 대가를 치르는 것이고 실패는 대가를 치르고 물건을 나중에 받는 거래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이말을 자세히 보면 실패가 오히려 성공보다 더욱더 마음이 편한 느낌을 받는다.

살면서 우리는 무수한 실패를 맛본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맛보면 좌절하기 마련이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고 다시 재기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앞서 언급한 말처럼 실패를 먼저 경험한다는 것은 내가 겪어야 할 대가를 먼저 받는다는 의미이다. 매를 맞아도 먼저 맞는다는 의미라면 지나친 것일까.

여러 상황이 존재하지만 여하간 실패를 우리가 겪을 때 어떤 자세로 그 순간의 어려움을 이겨내는가에 따라 향후 인생의 방향과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는 가슴에 못다한 꿈들이 스쳐갔다. "최후의 승자가 진짜 승자다."라는 말을 입으로 외치면서 자신이 오래전부터 들어왔고 보아 왔고 느꼈던 것들이 요동쳤다.

이 상태에서 꿈을 접는다는 것을 자신이 자신을 용서치 못한 것이다. 즉, 안정된 삶을 살기보다는 도전이라는 행위를 선택해 어릴적부터 꿈을 꿨던, 아버지가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기대했던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울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가 여기서 생각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선생님으로 인생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도했다. 자신과의 위대한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실패일지라도 먼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만들려고 도전햇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의 위대한 거래는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입에서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읆조림면서 오히려 자신에게 강하게 외쳤던 것이다.

어떤 순간이 오면 우리는 생각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 그럴 경우, 그것을 박차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길 수는 없다. 그의 열정과 도전이라는 행위를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에게 늦지는 않은 인생이다. 지금도 자신이 꿈을 펼치려고 하면 절대 늦은 시간이 아니다. 단지, '시도라도' 시도를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나타날 뿐이다.

믿음과 불신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내가 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8월읠 중순으로 달려가는 작금, 긍정적인 삶을 삶녀서 이 어려운 난관을 이겨낼 필요가 있다. 다음장에는 현명관 회장이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의 앞길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지켜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8월, 내가 이루려고 했던 꿈은 무엇이고, 현재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지 상상해보길 바란다. 만약에 그것을 느낀다면 분명 지금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많은 행운이 있기를 기대하며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현달환 편집장]

 

현명관 전 (주)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전 (주)삼성물산 회장

1962년 사시 1차 합격 2차 실패, 1963년 사시 2차 낙방, 1964년 또 2차 낙방, 1965년 역시 사법시험 2차 낙방. 도합 3회 사법시험을 낙방하자 현명관은 모든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62년 '명관'이라는 이름을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고 앞으로 인생이 술술 풀릴 것이라고 철석같이, 바위같이, 산처럼 믿었건만 오히려 새 이름을 받고 그 이름으로 원서를 넣은 1964년부터는 계속 낙방을 했고 어째 일도 더 안 풀리는 것 같았다.

1964년 겨울,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한을 풀고자 사력을 다한 현명관은 이듬해 2차 시험에서도 제대로 미역국을 들이키자, 급격히 불신의 마음이 싹텄다.

'이 모든 것은 전부 개명한 이름 탓 아닐까? 아…이리도 일이 안 풀린단 말인가? 아버지는 내게 선물을 주고 떠나신 것인가 아니면 앞길을 막으려고 새 이름을 주신 것인가.”

강력한 믿음은 어느새 강력한 불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모조리 낙방을 하고 내려간 고향 제주의 상황은 좌절에 힘겨워 하는 현명관을 더 짓이겨 놓았다.

제주에는 중노동을 할 수 없는 나이 드신 어머니가 여느 해녀처럼 '뇌신'이라는 강력한 가루약 진통제를 먹어가며, 물질을 견디며 아들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스스로 담금질하고 있었다.

현명관은 고생하는 어머니, 고시 뒷바라지에 파산 지경이 된 가정 형편 등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꿈과 야망의 고시를 포기하고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생활인으로 급속히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지같은 점쟁이. 아버지를 홀려서 이상한 이름이나 짓게 하고, 출세는 무슨… 굶어 죽지 않으면 다행이다.

아무 직업이나 갖고 평범하게 살자. 서울법대 나와서 고시에 실패한 낙오자라고 손가락질 받으면 어떤가! 평범한 가정을 일구고 그럭저럭 살면 그만이지' 결국 생각이 이렇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좌절의 시절, 그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어른들이 말하기를 '일이 안 풀릴 때 여자가 꼬인다'라고 했지만, 현명관은 그런 미신 같은 소리를 깔보고 잘 살아보고 싶었다.

물론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가장이 되는 일은 이떤 면에서는 삶을 더 힘겹게 하는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현명관은 사랑을 위해 꿈도 집고 생계를 위해 원치 않은 일도 해야 하는, 커다란 인내가 필요한 결혼을 선택했다.

현명관은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 되자, 제주로 내려가 고시할 때 보다 더 고된 생활을 시작했다.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라 누굴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에게 물려받고, 수천 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강인한 생활인으로서의 제주인 유전자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생활 전선에 뛰어들게 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사람처럼 그는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교사 일을 받아들였다.

그는 제주제일 고등학교 독일어 선생님이 되어 돈을 벌었다. 직업을 갖게 되자 온갖 잡념과 괴로움, 돈에 대한 갈증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현명관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자 10여 전의 일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토록 떠나고 싶어 했던 제주, 서울에서 피난 온 뻥쟁이들의 서울 이야기로 심장 뛰던 시절, 경기고 배지를 보고 열병을 앓던 일, 어떻게든 상경해서 시험을 보려고 꾀를 쓰고 밤잠 설친 일들이, 칠판에 독일어 문장을 갈겨쓸 때마다 문득문득 떠올랐다.

게다가 아이들이 열심히 수업을 경청하고 동경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꿈과 희망에 젖어 물불 안 가렸던 자신의 과거 시절이 더 뜨겁게 올라왔다.

여름은 꺾이고 추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이었다. 현명관은 고등학교 1학년 독일어 수업 중이었다.

"자 소리 내어 읽어 봅시다. 이건 독일어 속담인데 우리 속담과 비슷합니다."

영어도 벅찬데 독일어까지 해야 하는 학생들은 지겨워 죽는 얼굴이 반, 독일어 발음이 신기해서 장난삼아 따라 하는 아이들이 반의반, 나머지 반의반 정도가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었다.

“Übungmacht den feister(위붕 막덴 마이스터),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 현명관이 독일어를 선창하면 아이들은 비슷하게 따라 했다.

"위붕 막덴 마이스타.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

덴 (den) 단수 4격이죠. 대가를… 위붕 막덴 마이스터."

“위붕 막덴 마이스터.”

“"Bei gutem Willen finden sich die Mittel(바이 구템 빌렌 핀덴 쉬히디 미틀), 하려고 들면 길은 있는 법이다.”

"바이 구템 빌렌 핀덴 쉬히디 미틀, 하려고 들면 길은 있는 법이다.”

"Der letzte hat noch nicht geschoben. (데어 레츠테 햇 노호 니히트게쇼오번) 최후의 승자가 진짜 승자다."

"데어 레츠테 햇 노호니히트 게쇼오번, 최후의 승자가 진짜 승자다."

"니히트 게쇼오번 밀려나지 않는다. 게쇼오번은 쉬벤의 과거 분사죠. 다시 말해 최후의 승자다 그 말입니다. 따라 하세요."

"니히트 게쇼오번."

"니히트 게쇼오번."

"네 좋습니다. 자, 세 번씩 반복합니다."

현명관이 칠판의 글자를 짚어주자, 학생들은 열심히 독일어와 한국말을 반복했다. 하려고 들면 길은 있는 법이다.

학생들의 입에맞춰 이 문장을 몇 번씩 읽어 나가자, 어느덧 현명관의 마음속 깊이 파묻어둔 지난 꿈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길은 있는 법인데 지금 제주에 있기 때문에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기 때문에, 또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 때문에 이대로 모든 꿈을 접고 제주인으로 뿌리를 내려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강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한 줄 한 줄 독일어 문장을 막대기로 짚어주자, 학생들은 결단을 촉구하는 명령을 현명관에게 내리듯 말했다.

연습이 대가를 만든다!"

“하려고 들면 길은 있는 법이다!"

“최후의 승자가 진짜 승자다!"

점점 학생들의 외침이 가슴에 울려 퍼지자, 그는 교실 밖 제주의 초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결심을 굳혔다.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름을 지어준 이도 틀림없이 관직을 얻는다고 했다. 아버지도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렇게 날 믿어주셨는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음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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