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선 칼럼](8)겨울에 피는 바위꽃
[조재선 칼럼](8)겨울에 피는 바위꽃
  • 뉴스N제주
  • 승인 2018.12.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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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재선(아호 청향)
조재선 시인

겨울에 피는 바위꽃 
-조재선

바람꼬리 물고
忍苦의 세월 먹으며 홀로 피어나는 바위꽃
무덤 같은 표정속엔 애잔한 모성만 남아
가슴 한조각 까맣게 곪고 있다
 
순간을 영원으로 착각하는 우리네 인생
수천년을 다듬어야 겨우 제 얼굴 하나 갖는 바위에게
하루살이의 푸념과 무엇이 다르랴
 
촛점 잃은 취객 객기 부리며
네얼굴에 잔뜩 오물을 갈겨대고
더러운 궁둥이 벅벅 깔아 뭉갠
반들반들한 네머리 위로
길고 긴 동지섣달
한숨 같은 찬서리 밤새 내린다
 
홀로 하늘위 별만 보며 冬眠하는 삶
 
삭풍에 쩍쩍 등이 갈라져
쓰리고 아플 적에도
넌 품속에 파르스름 뽀얀 이끼
보다듬고 있었지...
 
이리저리 할퀴고 지나치는 칼바람 
심장을 도려 내려는 듯 무섭게 부딪혀 와도
젖가슴 풀어 내놓고 온 몸으로 사는 너에겐 
칭얼대는 젖먹이일 뿐이다
 
한여름 시골아낙의 소박한 쉼터가 되어 주었던 건 
아마도 同病相憐의 情때문이었나보다
 
바위꽃 피어날 때면
잠든 아내의 가슴에 귀를 대어 보아라
심장에 못 박힌 부도수표 부여잡고 
별에게 소원을 빌고 있진 않은 지...


Note. 아무리 생각해봐도 겨울이 없다면 나의 허약한 마음을 훈련시키고 단련시킬 수 있는 것은 없엇을 것이다. 추운 겨울의 혹독한 멍으로 내 가슴에 왔을 때 나는 치유의 삶을 알고 나눔의 삶을 배운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러한 겨울의 틈속에서 피어나는 한떨기 꽃처럼 몸부리치고 또 태어났기에 강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겨울 속에 피어난 그 꽃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한사람으로 우뚝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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