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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5)천미천 정비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기획연재](5)천미천 정비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 뉴스N제주
  • 승인 2021.06.1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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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정비는 개발의 성역이었다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수많은 혈관처럼 뻗어있는 제주의 하천은 도외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질·생태·경관적 특징을 갖고 있다. 화산활동 때문에 만들어져, 물이 스며드는 특성과 급경사로 인해 하천의 물이 급속도로 바다로 흘러가 버려 도외지역처럼 유유히 흐르는 강은 없지만, 용암 암반 위에 형성된 수많은 소(沼)가 오아시스처럼 수없이 흩어져있다.

또한, 도외지역의 강처럼 수변 지역이 수생식물대가 아닌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으로 형성되어 기나긴 녹색 띠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독특한 제주의 하천은 그동안 하천정비라는 이름으로 원형이 무참히도 훼손되었다. 특히, 제주도에서 가장 길고 복잡한 하천인 천미천은 대표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하천정비사업에 의해 파괴되었지만 최근 또다시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에 걸쳐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환경부를 중심으로 지난 하천 개발사업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도 당국은 토건 중심의 하천정비사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천미천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기획연재를 시작했다. 천미천을 중심으로 하되 더불어 제주도 하천정비의 전반적인 문제점도 돌아보고자 한다. 기고는 고병련 제주국제대 교수,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소장,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의 순으로 6회에 걸쳐 싣는다.

이번 회는 5회차로 양수남 대안사회국장의 글을 2회에 걸쳐 싣는다.

2021.6.14.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김민선․문상빈)

하천정비는 개발의 성역이었다

-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 하천은 제주도의 핵심 녹지축

제주의 하천은 제주도의 숨어있는 속살이다. 제주도에는 총 143개의 하천이 있지만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하천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하천 하류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제주의 하천이 제주도의 생태계를 얼마나 살찌우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것 같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방향으로 수많은 혈관처럼 뻗어있는 제주의 하천은 한라산 고지대와 중산간지대의 풍부한 영양분을 바다까지 이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혈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천이 있는 지역은 긴 녹색 띠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녹색 띠는 하천변에 형성된 숲이다. 즉, 하천의 물과 영양분이 울창한 숲을 만든 것이다.

천미천표선지구
오등봉공원의 한천. 도심내 공원이지만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의 하천은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녹지축의 하나이다.

특히, 하천변의 숲은 하천의 종착역인 바다에서부터 하천의 발원지까지 해발고도에 따른 식생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살아있는 숲 교과서이다. 왜냐하면 하천을 제외하고 숲을 포함한 제주의 모든 생태계는 도로, 건물, 골프장 등 시설물에 의해 단절되고 훼손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발 고도별로 숲이 그대로 이어지는 곳은 하천변 숲뿐이다. 하류 지역의 복개된 하천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하천 자체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하천변의 숲은 제주도의 중요한 녹지축이다. 도심내의 하천은 특히 그렇다. 도심화되어 콘크리트화 되어 있는 지역도 하천이 있는 곳은 숲이 있어 그나마 생물서식처로서도, 사람들의 휴식처로도 이용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뜨거운 오등봉공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등봉공원은 한천을 핵심으로 하는 하천변 숲이다. 한라도서관, 아트센터 등 도심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하천이지만 기암괴석과 하천변의 숲은 한라산 고지대와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하지만 한천을 제외하고는 이 주변은 이미 개발되어 옛 생태계를 파악 할 수 없다. 이처럼 하천변의 숲은 생태적 가치도 높을 뿐만 아니라 큰비가 내릴 때 물의 속도를 늦춰줘서 홍수피해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이와 함께 제주도 하천의 중요한 특징은 암반 위에 소(沼)가 많다는 것이다. 이 소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다. 수서곤충, 양서파충류, 어류가 사는 곳이며 이들을 먹으러 새들이 날아오며 노루,오소리,족제비같은 야생동물이 목을 축이러 오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특히, 제주의 하천에 어류가 사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제주의 하천에는 버들치 등 9종이나 되는 담수어류가 하천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효돈천에서 민물해파리가 발견되기도 하여 제주도 하천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엿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제주 하천 생태계에 대한 정밀 학술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이러한 제주하천의 중요한 생태적․역사 문화적 가치, 자연재해 예방의 가치는 하천정비사업으로 인해 무참하다고 할 정도로 파괴되어 왔다. 그것도 개인사업자가 아닌 행정당국에 의해 파괴되어 왔다. 소가 있는 곳은 하상(하천의 바닥)정비를 하면서 없애버렸고 양안의 울창한 숲은 제방건설로 인해 사라졌다.

어쩌면 제주의 하천정비는 그동안 개발의 성역이었다고 할 정도로 지난 수십년간 별 걸림돌 없이 공사가 진행되어왔다. 그것은 홍수피해 방지라는 명분을 앞에다 내걸기 때문이다. 홍수피해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제주의 하천은 그동안 무참히 훼손되어 왔다. 그런데 과연 하천정비로 인해 홍수피해가 적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하천정비와 홍수피해 저감의 연관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하천정비사업은 그야말로 묻지마 개발이었고 일사천리로 개발 사업이 이뤄졌다.

요즘은 하상 정비를 안한다고 하지만 제방건설 과정에서 하상까지 훼손되는 경우도 많다. 천미천의 경우, 이러한 하천 정비 사업으로 인해 하천의 원형이 훼손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 30년간 정비 사업 중인 천미천

천미천표선지구
성읍저수지와 성읍 마을 사이의 천미천의 모습. 오래전에 정비된 아래 천미천 표선지구 사진과 비교된다. 아래 천미천 표선지구도 정비 전에는 이런 모습을 가졌을 수 있다.

천미천은 도내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안의 돌오름,어후오름 등지에서 발원하여 표선면 신천리 바닷가에서 여정을 끝내는데 그 과정에서 나뭇가지가 뻗은 것처럼 수많은 지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서 천미천을 가장 복잡한 하천으로 묘사했던 것일까?

그만큼 천미천은 도내 하천 중에서 가장 길면서도 변화무쌍한 형태를 갖고 있다. 더군다나 하천안에 담긴 내용은 더 풍부하다. 천미천만큼 소가 많은 하천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소가 많으며 규모 또한 매우 크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이 강수량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뱀처럼 구불구불한 사행천의 형태를 띠며 중산간-하류지역의 평지에 길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지형이 평탄한 지역에 구불구불하게 흐르고 있어서 물이 고일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하천보다 소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형태인 것이다.

현재도 천미천 중에 13.7km 구간이 공사 중이거나 공사 바로 직전에 있다. 제주시 권역에 포함된 천미천 구좌지구(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605~송당리 산260, 공사구간 5.7.km)는 현재 공사가 절반 가까이에 이르고 있고 서귀포시 권역에 포함된 천미천 표선지구(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1651번지~성산읍 신천리 948번지. 공사구간 : 8km)는 토지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두 공사의 예상 사업비만 4백억 원이 넘는다.

두 곳 모두 호안정비(양쪽에 전석 쌓기 형태로 둑을 쌓는 방식)를 중심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위 공사구간을 제외하고 위 두 곳보다 상류라고 할 수 있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721~교래리 제4교래교’2.8km의 천미천 정비계획이 포함된 제주시 지방하천 하천기본계획 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도 통과되었다. 이 수많은 예산 투여에 비해 목적으로 하는 효과가 이뤄지는 것인지를 이제 정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잃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특히, 천미천 표선지구의 경우가 그렇다. 천미천 표선지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 하상이 정비되었고 제방도 꽤 높이 쌓여 있는 구간이다. 더군다나 천미천 표선지구에서 상류 방향으로 2km도 안 되는 거리에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 성읍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성읍저수지는 농업용수 저장의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천미천 일대의 홍수피해 방지 목적도 있다. 그런데 이도 모자라 최근에 성읍저수지 앞에 또다시 대형 저류지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천미천표선지구
천미천(표선지구) 공사 예정지. 90년초부터 정비되어 있어 이미 옛 모습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곳에 또다시 정비공사가 추진 중이다.

현재 천미천 표선지구(성읍마을~신천리, 8㎞)는 올해 말까지 토지 보상이 끝나면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천미천 구좌지구까지 합하면 400억 원이 훌쩍 넘는 대형공사인 것이다.

즉, 일정 장소에 집중적인 홍수피해 방지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없이 개별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예산 중복과 과도한 예산 낭비 사용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개발의 성역이었던 하천정비사업에 대해서 현미경을 들이댈 때가 되었다. 먼저, 지난 30년간 정비 사업이 끊이지 않고 있는 천미천부터 점검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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