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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글 칼럼)(23)나는 무엇입니까
[현글 칼럼)(23)나는 무엇입니까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0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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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입니까

-현글

시냇물 모아 강물 되어
대지보다 너른 바다를 만드는
빗줄기,

나뭇잎,
나뭇잎 한 잎차도 떨어지게 하여
기어코 계절의 순리를 알게 만드는
바람도,


숭고한 정자 큰 기둥 아래
숭고한 디딤돌 되어 살다가
마지막 잘게 부서지는
모래알,

늘 경쟁하듯 밤과 낮,
늘 경쟁하듯 밤낮의

변화를 만들어
안락한 세상을 만드는 해와 달,
해와 달도 아닌
한줌의 흙,
한줌의 흙.

나는 무엇입니까?
나는 무엇인가요.
나는 무엇입니까?
나는
무엇인가요.

현글(현달환) 시인
현글(현달환) 시인

사람의 일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생로병사(生老病死)’ 인 것 같다. ‘생’과 ‘사’ 사이에 엄청난 사연과 업적, 일들이 숨어있지만 늙고 병든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여 수명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죽음이란 것은 예측된 죽음, 예견된 죽음은 설움이 덜할 것이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정말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헤어진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있어 순리인 것이다. 그걸 인정하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에 아픔을 주었다.

2년 전, 형님이 떠나갔다. 그것도 5월 8일 어버이날에 형님은 하늘로 올라갔다. 암 발병하여 수술한지 3개월 정도 세상과 교감하다 새벽에 가셨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 1위인 형님이 돌아가신 날 나는 이가 흔들릴 정도로 어금니를 꽉 물고 정말 많이 울었다.

가슴이 허전해서 못살 것 같았다. 매일 병실에서 식사 및 잔일을 도와주며 간병하면서 믿음을 가졌지만 끝내 희망이라는 녀석은 절망이라는 이름의 가면을 쓰고 다가왔다. 하늘도 슬펐는지 비도 엄청 내렸는데 장지에서 하관할 때는 비도 멈추고 날씨가 참 좋았다. 봄이라는 계절은 그렇게 슬픔을 가져다주었다.

그 후, 며칠간 나는 모든 게 싫었다. 사람이 사는 게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한줌의 흙으로, 지하 1미터의 고향,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생로병사라는 말이 실감났다.

사람은 살아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살아 있을 때 온 정성을 다하며 살아야겠다. 어느 날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만 하다 시간은 흘러만 간다.
정말, 나는 무엇일까.

* 가곡으로 만든 나는 무엇인가를 올려본다. 강원대 교수님이고 최고의 미인이신 김현옥 교수님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정말 멋진 곡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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