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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글 칼럼](19)4월3일2시1분
[현글 칼럼](19)4월3일2시1분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0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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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3일2시1분

초인 현달환

4.3: 꽃이
피고피고피고 피어
늘어지면
꽃구경 가자
오호라,
봄이
오고오고오고 오면
나들이 가자

눈꽃들이 방울방울
벚꽃들이 주렁주렁
달린
이 화려한 봄이거늘
바람,

비로 낙화!
하필, 이게 뭐람?

꽃,
꽃잎,
꽃순, 한순간 지고
앙상한 나무만 서있고
방향 잃은 어둠만 멈춘 이즈음
네 모양도
그 꿈조차 사라졌다 : 2시1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
바야흐로
잠자는 태양을 흠모한다.
끔찍이,

현글(현달환) 시인
현글(현달환) 시인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한라산의 중허리 오름마다 봉화가 타오르면서 남로당이 주도하는 봉기가 시작되었다. 봉기에 가담한 무장 대원의 수는 500~1,500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장대의 무기는 빈약한 편이었다. 무장대는 도내 24개의 경찰지서 가운데 11개를 일제히 공격했다. 경찰과 서북청년단 숙소, 우익 단체 간부들의 집도 습격했다.

이 때문에 도내의 행정과 치안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면사무소와 선거 사무소가 연달아 습격당하면서, 다가오는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섬 전체를 휩쓸었다. (카페 학살의 역사 51. 제주 4.3 - (1) 4.3의 시작과 끝의 일부분)

제목을 4월3일2시1분이라고 한 것은 1분의 의미를 알리고자 했다. 새벽2시에 1분이란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1분이라는 시간은 100미터를 15초에 달린다하면 400미터는 달려갈 시간이다. 물속에서 호흡을 한다면 1분이란 시간은 물속에서 견딜만하다.

위급한 시기에 1분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엄청난 여유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운명이 바뀌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이다. 1분이란 위급에서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고자 했다.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하지만 제주도에서의 4월은 풀리지 않는 실타래가 되고 말았다.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인정을 못하기 때문에 풀리지 않는 역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4.3의 역사는 말 그대로 死삶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저 벚꽃처럼 한번 왔다가는 인생이지만, 저 꽃은 시름없이 다시 피어나지만, 제주의 역사와 삶은 저 벚꽃처럼 더욱 진하기만 하다.

(위 시는 제68주년 제주 4.3 추념 시화전, 4.3평화공원 시간의 벽에 4월1일 4시 개막식 후 6월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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