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글 칼럼](18)밥은 소통이다
[현글 칼럼](18)밥은 소통이다
  • 뉴스N제주
  • 승인 2020.06.0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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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소통이다

-현글-

30년보다 더 오랜 만남을
잊지 않고 반겨주던
그 친구의 말 한마디
“친구야 밥 먹자”

밥 같이 먹자던
그 한마디는
30년보다 더 많은 밥을 먹은 내게
마치 오랫동안 굶어왔던 듯
내 허울 좋은 아가리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묵묵부답과 침묵을 만든다.

친구야, 밥 먹자
그래 그 한마디는
아직도
내 피부 속에
더덕더덕 붙어있다

아! 울컥,

그걸 떼어내려
이 밤 자동차 불빛을 들고
네게로 달려 나간다.

현글(현달환) 시인
현글(현달환) 시인

인간이 태어나서 어미의 젖을 혼자 받아먹을 때는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었다. 주는 대로 입에 물리는 대로 먹으면 되니깐. 그러나 인간이 밥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밥은 중요한 의미가 된다.

그 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사랑도 알고 미움도 알고 봉사도 알고 전쟁도 알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밥은 절대적이다. 그런 밥을 혼자 먹는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밥은 혼자 먹는 게 아니다. 나누어서 먹어야 의미가 있다. 그 밥을 먹으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살도 찌고 숨도 쉬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오랫동안 연락을 못해 어색하여 모처럼 연락할 때에도 밥이란 것을 매개로 대화를 시작한다. 언제 밥 먹자. 이것처럼 불확실한 것도 없지만 이것처럼 아름다운 말도 없다.
밥.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 밥을 위해 치열하게 전쟁을 치루는 삶도 있을 것이다. 이 밥을 위해서 땀 흘리며 살고 있는 아비도 있을 것이고 이 밥을 위해서 시장 구석에서 봄나물을 파는 노모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밥은 위대한 가치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친구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다 친구이다.
그런 세상 사람들에게 따듯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직장에서 대화가 안 되거나 힘이 들거나 외로울 때 같이 밥을 먹어보는 것이다. 모든 것이 풀리고 새로운 시야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인류가 쌓아올린 가장 위대한 업적은 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하면서도 평화를 지켜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구를 들어 올리는 힘, 밥의 힘이다. 그 밥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밥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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