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김애리샤 첫시집 '히라이스' 발간
[신간]김애리샤 첫시집 '히라이스' 발간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8.12.14 1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애리샤 시인
김애리샤 시인

라음문학동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애리샤 시인의 첫 시집이 겨울속에 피어났다.

총 4부로 나누어 82편의 시를 모았다.

‘히라이스’는 현재 56만여 명이 사용하는 소수언어 중 하나인 웨일스어로, “더는 돌아갈 수 없는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발문을 쓴 현택훈 시인은 강화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저자를 두고 “거의 운명적으로 섬사람의 외로움을 타고났다”고 하면서, 이 시집에 유독 연작시가 많은 이유를 “대상에 대한 애착을 지우지 못하는 결과”라 말하고 있다.

애착을 지우지 못하고,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자꾸만 고개를 돌리는 마음은 달리 말하면 ‘그리움’일 것인데, 이 그리움의 정서가 시집 전반에 걸쳐 자리한다.

또한 섬에서 섬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이력 탓인지 ‘바람’과 ‘바다’가 자주 등장하고, 그에 버금가는 소재로 ‘노인’과 ‘죽음’이 호출된다.

히라이스 표지
히라이스 표지

시인의 이력과 생활이 모두 시에 녹아들어 있어, 누구보다 부지런히 고민하고 창작하는 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첫 시집이지만 시인만의 단단한 세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바다와 오름을 좋아하고, 퇴근길이면 먼 곳을 돌아 집으로 돌아간다는 시인에게, 제주섬은 그리움을 마음껏 호출할 수 있는 또다른 ‘히라이스’의 공간일지 모른다. 이곳에서 탄생한 시들 또한 읽는 이들에게 ‘히라이스’, 잊힌 그리움을 일깨워줄 것이다.

■김애리샤
강화도에서 태어나 지금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살고 있다. 시를 읽는 것만 좋아하다 동인 활동을 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제주도 풍경을 사랑하며, 그리고 그 풍경 너머의 또 다른 풍경을 시로 형상화하려고 한다. 그것은 풍경이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주도 해안도로와 오름을 좋아한다. 퇴근을 하면 일부러 먼 곳을 돌아 집으로 가곤 한다. 시가 지도가 되어 주지는 않겠지만 나침반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시의 길을 가고 있다.

■차례
제1부_노꼬메 오름/당신의 봄은 안녕하신가요/창(窓) 1/창(窓) 2/창(窓) 3/냉장고/한림항 이글루/봄바람/환절기/아픈 남자/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오래된 의자/사진 찍기 좋은 날/병(病)/사진/낙원/마주 앉은 그녀를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히라이스 1/히라이스 2/히라이스 3/히라이스 4/히라이스 5]

제2부_빨랫줄/성급한 귀뚜라미/봉숭아/회상/푼쿠툼/붉은애기버섯/네눈박이산누에나방/무두질하는 남자/스킨다비스/바다와 고양이/김씨가 말했다/오름의 다른 쪽/그날의 목록/3월生/4월/산딸기/시계/피크닉/사과 같은 사과}

제3부_당신도 그래/나는 너를 한 움큼 쥐고 있다/첫사랑/안, 계세요/오후 세 시의 중얼거림/해바라기/정류장에서/K의 레시피/메밀꽃/그리움은 그대 쪽으로/수국/부부/어떤 기억 1/어떤 기억 2/백약이 오름/흔적/오한/바람이 부네요/엘비라 마디간/나는 너에게로 쌓인다/

제4부_비 1/비 2/비 3/어떤 여행은 슬프다/바다에 가면 생각나는 사람을 가지고 있다/해삼/고백/제주에서 사랑하세요/너라서 고마워/껌/그대 생각/가을바람 1/가을바람 2/그녀는 강(江)이라 불린다/낮, 달/낮술/소맥/겨울바다 1/겨울바다 2/하차/하가리 연못/
발문_섬이라는 삶에서 침몰하는 그리움의 수어(手語)/현택훈(시인)

■추천사
도대체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어찌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거나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여기 더는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간직한 시인 하나가 아픈 시어(詩語)들로 그대 머리맡에 가만히 놓아 드리고 떠나는 노래들. 오늘 밤 그대는 잠들지 못하실지도 모릅니다.
- 이외수(소설가)

소녀는 유월의 살구나무와 봉숭아꽃을 지나 숙녀가 되고, 숙녀는 속절없이 녹는 눈밭을 지나,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지나, 히라이스의 마음을 얻었다. 히라이스(Hiraeth), 더는 돌아갈 수 없게 된 곳으로 다시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란다. 다 내려놓고 지우고 떠나왔을 것인데, 그리움은 이국의 말을 빌려서라도 여전히 그녀에게 머물게 되려나 보다. 그러니 김애리샤의 시들을 그리움의 연대기라 이름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리움이란 사랑의 결핍과 부재가 지나간 뒤에 가슴 밑바닥에 마지막까지 남는 감정이 아닌가. 그리움에 무슨 힘이 있겠는가만 자연과 인간을 향해 제 몫의 빛을 내며 반짝이는 그녀의 시편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이 여정에서, 때로 그녀가 죽음을 언급할 때조차도 그녀의 시들은 탄탄하고 고요한 그늘을 거느리고 있으니.    

히라이스, 떠나온 곳으로 다시 갈 수 없을 때 인간은 오직 그리움으로만 다리를 놓고 그 어둠을 건너가 볼 수 있다. 그녀가 써 내려갈 그리움의 연대기를 우리는 지금 확인할 수 없으나,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시편들이 우리에게 그 길의 입구를 미리 터 주고 있으니 기특하고 다정할 뿐이다. 아직 오지 않은 그녀의 시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심 어린 애정으로 그녀의 문운을 빈다.  
- 최금진(시인)

■도서문의: 한그루
전화 064-723-7580 블로그 onetreebook.com
글 김애리샤 / 978-89-94474-72-4 (03810) / 140*200 / 163쪽 / 10,000원 / 한그루 / 2018. 12. 12.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