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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칼럼](5)처칠 경, 어서 오세요
[현명관 칼럼](5)처칠 경, 어서 오세요
  • 현달환 편집장
  • 승인 2021.05.01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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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전과 나눔 고문
제34대 한국마사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2002년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구단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삼성건설 대표이사 사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미국의 전통한복이라는 청바지는 어떻게 탄생됐을까?
바로 직원의 잘못된 실수로 인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CEO는 실수를 희망으로 바꾼 사례이다.

19세기 미국에서 골드러시가 유행할 때 유대계 독일인이었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청바지를 발명했다.

사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텐트를 만드는데 사용할 천을 제작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직원들과 함께 상당한 물량의 천을 만들었다.

그런데 직원의 실수로 의뢰인이 요구하지도 않은 파란색 염료로 천을 염색해버렸고 당연히 의뢰인은 구매를 거절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파란색 천이 재고로 쌓여 손해가 막심했는데 당시 골드러시 광부들이 바지가 빨리 해어지는 것을 알고 파란색 천으로 바지를 만들어 파니 이 바지는 찢어지지도 않고 오래가고 질겨서 광부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대박이다)

이렇게 해서 위기를 돌파한 것이다. 순식간에 미국 전체로 퍼져 10년만에 미국 광부, 농부, 카우보이들이 청바지를 매일 입게 된 것이다.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리바이스' 라는 의류 사업을 시작해 오늘날 청바지 대표 브랜드 리바이스의 시작이었다. (세계적인 미국의 CEO 스티브잡스가 어마어마한 갑부였지만 44달러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론티어 정신(frontier spirit)이란 무엇일까? 미국인의 정신이라고 말하는 이 프로티어는 우리말로 쉽게 말해 개척정신(開拓精神)이다.

개(開)는 '열다' 척(拓)은 '넓히다'라는 뜻이다. 실제로 사람에게 쓸모가 없는 땅을 쓸모가 있게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개척은 보다 폭 넓게 사용이 되는 한자로, 원래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든다는 의미다.

밀림에는 길이 없는데 길을 새로 만드는 것,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던, 없었던 어떤 분야를 새로 만드는 것도 개척이라고 할 것이다.

개척이란 의미를 깊고 넓게 보면 세상에 없었던 것,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쓸모가 없었던 것, 두려워서 감히 할 수 없었던 것, 해봐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쓸모가 있거나 의미가 있는 것을 찾거나 만드는 것을 말한다.

거기엔 '사람'이 중심이다. 바로 현명관 회장이 있었다.

현명관 회장은 오너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가졌다.
그러한 눈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방식이 아닌 그냥 과거의 습관을 그대로 답습해서 신라호텔이 세계적인 최고의 호텔로 반열에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관점(Viewpoint)을 바꾸어야 한다. 관점이란 사물을 관찰하거나 고찰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방향이나 생각하는 입장을 말한다. 모두가 안된다고 말할 때 된다고 생각하는 관점. 이러한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한 후 성공을 한다는 것은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성공을 했다는 의미로 바로 관점을 바꾼 결과물이다. 개척정신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척정신의 바탕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없으면 개척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개척정신은 매우 높은 실패확률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무슨일을 햇을 때 성공의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를 받쳐 줄 수 있는 판단력, 분석력이 필요하며 여기에 경제력이나 주변의 도움 등이 필요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현명관 회장은 늘 생각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이 결국 '사람'과의 관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었다. 고객(顧客)을 진짜 고객(高客)처럼 대해주는 것이었다. 

그러한 아이디어가 직원들 사이에 녹아나서 결국 습관이 되었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습관은 연습으로 이뤄진다. 습관은 훈련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습관이 최고 일류의 기업이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그룹으로 퍼지고 결국 수익은 뒤따라오는 것이다.

현명관의 자서전  ‘위대한 거래’는 지혜가 녹아 있는 보물창고이다.

1천개의 차량 번호를 외워 1등한 사람은 머리가 좋아서 외운 것이 아니라 습관으로 만든 것이다. 외우려고 하면 잊어버린다. 습관으로 만들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습관은 기억을 앞지른다. 좋은 습관 자신에게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할 지 현명관 회장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이 시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인터뷰하는 현명관 회장
인터뷰하는 현명관 회장

전 세계 일류 호텔 연구에 골몰하던 현명관은 모로코 마라케시에 있는 마무니아 호텔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모로코는 선진국도 아니고 무덥기 짝이 없는 곳이며 그중에서도 마라케시는 내륙에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 불편하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위치한 마무니아 호텔은 처칠, 히치콕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을까?'

"평균 기온 38도 이런 곳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라고?”

현명관은 처칠이 세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라고 말한 마무니아 호텔의 비밀이 알고 싶어 각종 잡지와 서적을 뒤졌다. 오렌지 나무숲, 아름다운 수영장, 성벽 안에 들어선 입지 조건 등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마무니아의 빼어남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곳을 세계의 명사들이 찾게 하는 비결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었다. 이보다 더 나은 입지 조건과 훌륭한 시설이 가득한 호텔은 많기 때문이다.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하며 자료를 찾던 중 그는 한 줄의 기사에 눈이 멈추었다.

라 마무니아 호텔은 기계식 자동문이 아닌 언제나 웃음으로 맞아주는 직원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환대를 받으며 로비로 들어서면 피아노 바가 손님을 맞이하는데…

"그래 이거야!" 현명관은 급하게 김부장을 불렀다.

“김부장, 우리 직원들을 상대로 대회 하나 엽시다.”

"네?"

“우승자에게는 푸짐한 상품도 주고 돈도 주는 겁니다.”

"갑자기 무슨 대회를 .…?"

"도어맨들이 차량 번호와 고객 이름을 얼마나 아는지 대회를 여는 겁니다."

현명관은 김부장에게 대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고객이 물을 달라고 해서 갖다 주면 가장 낮은 단계의 서비스다.

요구하기 전 미리 주는 사전 서비스가 한 차원 높은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높은 서비스는 '나를 알아주는 서비스'다. 고객의 이름을 알아주고 그들의 취향을 먼저 알아 챙겨주는 서비스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거 멋진 생각인데요." 김부장도 공감했다.

3주 후 열린 도어맨 차량 번호 맞추기 대회가 열렸다. 도어맨들은 너나없이 차량 번호와 사람 이름, 얼굴을 익히며 우승을 노렸다. 우승자는 무려 1천 개의 차량 번호를 외운 사람이 차지했다. 현명관은 한 차원 높은 서비스가 이제 막 시작하려는 것 같아 기뻤다.

한 차원 높은 '나를 알아주는 서비스'를 하기 위해 우리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고객 이름 불러 주기 서비스는 호텔 프런트까지 확산되었다.

호텔 프런트는 모든 고객의 사소한 취향까지 정리하고 분류했고 좋아하는 신문, 잡지, 선호하는 음식, 조미료에 대한 호불호 등의 데이터를 고객 리스트에 추가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1980년대에 수작업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한 것이다.

수작업 빅데이터 분석이 끝나자 신라 호텔의 고객 응대가 확연히 달라졌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어딜가나 들을 수 있는 익명의 응대에서 “박 사장님 저희 호텔 10번째 방문 감사드립니다. 지난번 남산 쪽 침대 방 쓰셨는데 원하시면 같은 방 투숙하실 수 있습니다.”로 바뀌었다.

단골손님을 알아주는 서비스는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었다. 항상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습관의 무서움

한발 더 나아가 1987년에는 신라호텔만의 강력한 서비스 정신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서비스 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신라호텔 한쪽에 만든 서비스 교육 센터는 호텔업 계의 사관학교가 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 서비스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비스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사, 백화점 등의 유료 교육 요청이 밀려들어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했고 이로써 대한민국의 전체 서비스 품질이 한 단계 올라갔다. 당연히 호텔 업계에도 신라 호텔 출신들이 중요 직책을 맡으며 넓게 퍼져나갔다.

이렇듯 교육센터를 만들고 사람을 직접 키운 이유는 습관의 무서움 때문이었다. 사람의 습관은 무섭다. 한번 배어들면 고치기 힘들다. 고쳐지지 않는다. 흔히 왕고참이라고 하는 호텔 업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을 경력 직원으로 채용해 보니, 그들은 자기 수준의 서비스 이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내 악습이 튀어나와 물을 흐렸다. 그래서 나는 경력 직원을 가급적 채용하지 않고 내부 인력을 교육시키기로 마음먹고 실천했다.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파는 업종이라 그런 것인가? 우리의 뼈를깎는 노력은 부지불식간에, 우리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 매출과 연결되었다. 내가 부임하면서 시작한 신라호텔 신풍 운동은 6개월 만에 매출 20% 성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물론 이것이 모두 나의 아이디어와 내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무형의 서비스 개선을 통해 호텔의 품격이 올라가고 그것이 소리 소문 없이 퍼져 나가면서 매출도 눈에 띄는 성장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호텔업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판이다. 어느덧 업계에서 신라호텔을 탑 중에 탑 호텔로 꼽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경제 전문지 '인스티튜셔날 인베스트'지가 선정하는 세계 50대 호텔로, 1986년 이후 국내 호텔 중에는 유일하게 3년 연속 랭크되었고 17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비스의 질이 대한민국의 다른 호텔과 확연히 다르다는 평판이 돌기 시작하자, 우리는 국빈급 VIP 유치에 연이어 성공했다.

1983년 1월 일본의 나카소네 수상의 숙소로, 이듬해인 1984년에는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신라호텔을 이용했고 신라호텔의 연회장은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 외에도 프랑스 로랑 파비우스 수상, 미국 닉슨 전 대통령, 영국 앤공주 등 세계적 국빈들이 차례로 신라호텔을 숙소로 선택했다. 그러던 중 나는 놀라운 손님과 맞닥뜨리게 된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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