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N인물]문효진 작곡가..."제주는 나의 모든 에너지...시선과 언어로 가치 높은 일할 것"
[뉴스N인물]문효진 작곡가..."제주는 나의 모든 에너지...시선과 언어로 가치 높은 일할 것"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4.22 09:0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음악 방향과 확정성, 대중성과 예술성 등 복합적인 이야기로 책 발간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로 데뷔..가장 처음 작곡한 곡 ‘영혼은 바람이 되어’
"창작자로 글, 피아노, 그림 등 다양하게 더 집중해 이야기 꺼내놓고 싶어"
"예술인들 시대를 앞서가는, 선택받은 영감으로 포기 않고 나아갈 수 있길"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제주의 안개 낀 중산간 도로를 걷다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가끔 제주 오름들 사이로 난 길을 걷다보면, 아무런 생각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발빠르게 저만큼 지나고 있음을 느낄 때 호젓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한 사이사이 길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문효진[:보물]이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잘 정돈된 목소리, 귀에 부담없이 쏙쏙 들려오는 음색, 제주의 가을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청명함을 느끼며 ‘그 섬 제주’, ‘눈물 나도록’, ‘달빛아래’, ‘이제 안녕’ 등 모던 피아니스트 문효진이 작곡한 곡을 하나씩 음미하며 이야기가 있는 제주의 길을 걷는다면 행복할 것이다.

2007년 ‘영혼은 바람이 되어’ 작곡 음반으로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문효진.
피아니스트에서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로, 그리고 제주의 자화상을 그려내는 작곡가로 성장하고 있는 그녀.
어느 순간 그녀의 이름 앞에 '모던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지난해 제주아트센터에서 제주최초의 해녀창작발레인 ‘제주 해녀의 꿈’의 총 음악감독 및 작곡을 했으며 제주의 딸인 대한민국국가브랜드인 소프라노 강혜명씨와 피날레 라이브 연주까지 했던 그녀가 문효진 작곡가였다.

지난해 섬 속의 섬, 우도의 책방에 남겨진 사연을 소재로 온/오프라인에서 음악을 만들어 문체부 장관상(‘음악 책갈피’ 프로젝트)을 받은 기획자이자 2020년 세계유산축전 기념식 ‘제주 아리아’를 작곡한 문효진은 오는 26일(월) 오후 3시 제주아트센터 로비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2009년 ‘영혼은 바람이 되어’ 피아노 음반으로 데뷔한 문효진은 대한민국 여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해오다 2015년 고향 제주에 내려와 제주에 대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음악 감독으로 있는 ‘트리오 보롬’(제주어로 ‘바람’)팀은 제주의 음악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결성된 팀으로 ‘오돌또기’, ‘이어도사나’ 와 같은 제주의 민요들을 서양악기로 재구성하여 국제뮤직페스티벌에서 클래식과 월드뮤직 스테이지에서 활동해 왔다.

2021년 1월에는 예술 에세이 ‘바람이 된 피아노’를 발간하여 제주에서의 예술 같은 일상과 음악가의 삶과 숙제, 그리고 제주를 향한 애정들이 담겨져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 책에 담긴 이야기가 있는 공연으로,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든 오래된 노래, 구전민요를 다양하게 들려준다.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드뷔시의 ‘달빛’을 시작으로 ‘섬집아기’, 세월호 추모곡으로 알려진 ‘내 영혼 바람되어’ (김효근 곡) 보다 먼저 만들어진 문효진의 ‘영혼은 바람이 되어’ 로 공연을 시작한다.

문효진의 이번 연주회를 기념해 뉴스N제주가 코로나로 인해 복잡한 곳을 피해 협약을 맺은 레아 드레스&카페에서 그녀와의 만남을 가졌다. 사실 오래전부터 약속을 했지만 시간상 맞지 않아 어렵게 시간을 맞췄다. 그녀는 시간에 맞게 등장했다. 골든 브라운 계열의 머리결이 눈에 띄었다.

페북친구로 늘 '좋아요'를 누르는 입장이었지만 직접 대면은 처음이라 문효진의 발랄함에 놀랐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사진속의 모습이 아닌, 방송PD, 연주전문MC, 시인 등단, 저술가, 작가 등 음악 외 그녀는 다재다능한 제주의 보물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호주 멜버른으로 유학을 떠나 피아노를 전공했고, 서울에서 뉴미디어 음악을 공부했기에 제주에는 고등학교 이전의 기억만이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제주로 돌아온 이후 바깥에서 바라보는 제주에는 자신이 추구하려는 제주다움의 문화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었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용기를 내어 지금부터라도 제주 문화를 찾고 만들어가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란 확신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제주를 몸소 체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심지어 자녀한테 "왜 엄마, 피아노를 부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특한 전시를 가진 피아노 해체 음악전시와 책방에서 열리는 음악책갈피 프로젝트 등 음악의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고향 제주에서 대중과 예술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흔들리며 음악과 삶을 기록하고 기여하는 삶을 매일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

바람을 사랑하는 문효진, 특히 제주 바람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녀.
제주의 바람처럼, 영혼이 깃든 자유로움을 제주의 곳곳에 '문효진 문:화'를 새겨 넣기를 기대해 본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뉴스N제주는 확신한다.

문효진 음악감독은 "이번 공연을 통해 지난 해 코로나 라는 섬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더 힘든 시기를 겪었던 사람들의 예술 같은 삶을 통해 힘과 위로를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녀에게는 힘이 있었다.

메어리 프라이의 영시 'A Thousand Winds'를 소재로 작곡한 ‘영혼은 바람이 되어’를 듣는다면 아픔과 슬픔, 이별과 헤어짐을 보다듬어 주는 위로의 음악으로 나의 영혼을 과거의 먼지가 없는 옛날로 돌아가길 기원하며 여기 적어본다.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 문효진, 현달환, 사진=고민수 기자]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영시 : a thousand winds / words by Mary Frye (1932)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in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softly falling snow
I am the gentle showers of rain
I am the fields of ripening grain
I am in the morning hush
I am in the graceful rush of beautiful birds in circling flight
I am the starshine of the night
I am in the flowers that bloom
I am in a quiet room
I am in the birds that sing
I am in the each lovely thing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o not die.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어요, 나는 잠자고 있지 않아요
나는 수없이 바람 속에 있어요
나는 흩날리는 눈이예요
나는 쏟아지는 비예요
나는 곡식 익어가는 들판이예요
나는 아침의 고요 속에 있어요
나는 선회하는 새들의 우아한 비상 속에 있어요
나는 밤의 별빛이예요
나는 피어나는 꽃들 속에 있어요
나는 조용한 방 안에 있어요
나는 노래하는 새들 속에 있어요
나는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 속에 있어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어요, 나는 죽지 않았어요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 안녕하세요? 작곡가님, 간략하게 본인 소개.

-.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에서 예술 같은 일상을 음악으로 만드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문효진입니다.

#. 피아노는 언제부터? 호주로 유학을 간 이유는?

-. 남들과 같이 유치원 시절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치고 있네요. 초등학생 5-6학년부터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는데 꿈은 이룬 것 같지만, 이루고 난 뒤가 더 어렵네요.

제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유학 준비를 하는 중에 교회에서 여성중창 반주 봉사를 잠시 하게 되었지요. 그때 처음으로 해외를 나가보았는데 한국 겨울의 반대편인 호주의 여름을 보고, 많은 문화충격을 받았어요. 2주간 머물면서 보았던 넓은 대자연과 여유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 문화와 도시가 어울어진 공간을 보면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가장 커다란 결심을 하고 다시 한 두달 만에 호주 멜버른에 갔어요.

유학원이나 사전에 대학교더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멜버른이니 멜버른 대학을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고, 매일같이 학교를 구경하다 우연히 마주친 학교 교수님에게 배우고 싶다고 해서 오디션을 보고 들어간 이야기는 지금도 멜버른 한인회에서는 유명합니다.

이후 처음 가고자 했던 유럽의 학교들을 돌아보았는데, 전통있는 유럽의 학교들도 멋있지만 특별한 세상인 호주에서 피아노 이상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일입니다.

문효진 피라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라니스트&작곡가

#. 작곡은 언제부터?

-. 저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교회에서 봉사를 많이 해왔어요. 교회 음악 안에는 제가 배워야 했던 클래식이라는 장르의 음악이 대부분이어서 합창, 밴드, 오케스트라 반주를 하며 최고의 작곡가들의 음악을 다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주 넘치는 연습과 행사들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것들보다 더욱 현장감 넘치는 공부가 되었습니다.

작곡이라는 것은 하나의 글쓰기처럼 생각 주머니에서 어떤 소재가 살아있느냐인데, 기술적인 것들은 다 배울 수 있는 세상입니다. 악보를 그리는 프로그램, 작곡 미디 프로그램, 화성법 등의 필요한 건 꼭 대학에서 꼭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럼에도 피아노라는 악기를 유학 석사과정까지 깊이 공부할 수 있어서 음악을 만들 때 가장 큰 도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 음악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 호주에서의 7년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오니 기반이 없어 많이 방황도 했는데요, 그때 화가들을 보며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분들은 본인의 것을 캔퍼스에 그려내지, 몇 백년전의 그림을 모사하지 않거든요.
클래식 장르 중 대부분이 악기연주자인데, 연주자는 창작자가 아니라 재현자인거죠.

수많은 연주자들 틈에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에, 나도 만나지 못했던 그들의 음악이 아니라,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14년 전인가요. 음악 데모를 만들어서 100여군데 연락을 했던 것 같네요. 그래서 기획사와 연결이 되어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로 데뷔를 하고 서울에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 2015년부터 독일-한국 모차르트 콩쿠르 등 제주-아시아 지부장으로 역할은?

-. 다시 제주에 내려와서 시작한 일이 콩쿨 지부장 일이었습니다. 벌써 7년차가 되어 가는데 제주에 클래식 교육열이 엄청 높고 특출한 학생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제주도내에도 콩쿨들이 많이 있는데 모집은 전국 단위라고 하지만 최종 목적지가 도내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콩쿨은 국내 14개의 지역 예선을 거쳐 서울 본부 2차에서 선발된 학생들을 모아 함께 가는 국제콩쿨 캠프입니다. 국제 콩쿨을 개인이 준비한다는 것은 정보도 많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요.

전 세계에 모차르트 이름을 걸고 많은 콩쿨들이 있지만, 심사위원에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상임지휘자인 파비오 루이지, 독일의 롤란트 프뢸 교수님과 아시아 대표, 한국의 김하람 집행위원장님이 협업하여 독일 베를린에서 최종으로 열리는 콩쿨입니다.

2년 전에 중국지부를 개최하며 제주에서 공동 콩쿨을 진행한 바가 있구요, 제주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긴 호흡의 토너먼트 콩쿨을 연결하는 다리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지부 콩쿨은 문턱은 낯추고 선별된 학생은 서울 본선에 진출해 더 많은 경험을 쌓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 지난해 ‘제주아리아’를 선보였는데 해녀창작발레인 ‘제주 해녀의 꿈’ 등 공연한 강혜명 소프라노와 인연은? 

-. 양정환 감독의 4.3 다큐 영화를 만들며 그간 사모하던 강혜명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김길리 감독(제주시티발레단) 창작발레를 하며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주의 상징적인 세계자연유산 기념식을 준비하며 제주를 대표하는 음악을 만들어야하는데 저를 불러주셨고 가사가 없는 곡인데 직접 가사를 써주시며 ‘제주 아리아’가 만들어졌습니다.

늘 제주를 위해 애쓰시는 모습 그대로 개인보다 공공을 위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쓰시는데, 서로의 음악철학이 비슷해 ‘제주 아리아’를 계기로 제주와 음악, 그리고 비젼을 나누는 멘토가 되었습니다. 

#. 바람이란 단어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문효진의 데뷔곡 ‘영혼은 바람이 되어’는 어떤 곡인지?

-.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로 데뷔하며 가장 처음 작곡한 곡이 ‘영혼은 바람이 되어’입니다. 이 곡은 미국 911 테러 추도식에서 낭독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는데요, 일본 아라이 만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시작으로 한국에서는 제가 피아노곡으로, 이후 김효근 선생님이 만든 ‘내 영혼 바람되어’가 있습니다.

오래된 인디언들의 전해져온 시로 장례가 있을 때 읇어지는 이 시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어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어요. 
나는 수없이 바람 속에 있어요.
나는 흩날리는 눈이예요.
나는 아침의 고요 속에 있어요.
나는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 속에 있어요. (본문 중)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에게 도리어 울지 말라고 위로하는 시인데요,
14년 전에 쉼과 위로를 주고자 만든 앨번의 타이틀 곡이구요,
오는 연주회(4.26 월 3시 제주아트센터) 에서도 연주를 합니다.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 다양한 방면으로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최근 저서를 펴내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 피아노를 치다보니 노래를 만들게 되었고, 악보를 그리다 보니 악보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실수로 만든 음표들은 하나의 회화가 되었고, 뉴미디아트의 하나의 장르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집 앞에 버려둔 피아노를 해체하여 소리를 시각화 하는 설치미술과 그래픽스코어,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만들어주는 음악처방전 프로그램, 그리고 제주의 오래된 이야기를 담은 음악 다큐, 구전민요와 노동요를 클래식 서양악기로의 리폼, 살아있는 예술가로서의 제주음악의 방향과 확정성, 대중성과 예술성 등 여러 복합적인 이야기들이 올해 초에 ‘바람이 뒨 피아노’ 수필집이 발간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우수기획으로 음악 전시를 진행하며 만들어졌는데, 준비 되는대로 음악전시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 제주를 모티브로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로 활동할 때도 제주는 늘 저의 모든 에너지었습니다. 집을 떠나야 나에 대한 자아와 정체성을 배울 수 있죠.

오랜 유학시간, 해외에서의 연주를 통해 제주만이 갖고 있는 보석들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제가 거저 받은 제주 문화의 유산들을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시선과 언어로 가치를 높이고, 다시 다음 세대에 돌려주는 일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 작년에는 우도의 동네 책방에서 만나는 ‘음악 책갈피’ 프로젝트로 전국 252명 중 1등으로 문체부 장관 최우수 기획상을 받으셨는데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책방에 찾아온 사람들은 책갈피를 받고 책갈피 안의 큐알코드를 접속해서 주제곡을 들을 수 있어요. 음악을 들으며 그분들도 사연을 남기면, 작가가 음악 클립으로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모두가 기록하는 제주, 음악으로 기록하는 동네책방이 되는 것이지요.  

10일간 신청자 사연을 받았는데, 3번의 태풍으로 우도 출입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충성도 높으신 분들은 노트에 빼곡히 이야기를 적어주셨어요.
30여개의 글이 모였는데, 그중에 8개만 만들어서 음악클립을 만들었어요.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 다시 꿈을 이루고 싶어서 용기를 얻으왔다는 분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 가장 마음이 갔던 사연은 5년만에 다시 찾아온 우도 주민이었습니다.

저도 제주 온지 5년이 되어가는데요, 그분은 어떤 마음으로 다시 고향에 돌아왔을까요? 그리고 지금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 앞으로 가장 그려내고 싶은 예술 분야, 혹은  일은?

-. 한 분야를 잘 해야만 박사가 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N잡러, 크리에이터 라는 다양한 직종이 생기듯이, 한 사람으로 살면서 다양한 직업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원하는대로 배울 수 있고,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가치관과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몸담고 있는 예술분야는 날마다 시마다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의 것들이 있죠.

저는 다양한 매체는 이용하되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고향 제주에 살며 사라져가는 것들을 찾고 예술적인 기록물을 만들고, 섬 속에 있는 예술을 뭍으로 꺼내는 대중성까지 찾아가고 싶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분들에게 저도 매번 제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더 성장하기 위해선 피라미드를 올라가듯 더 날카롭고 뾰족한 곳을 향해 가야할 듯 하지만, 창작자로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에 더 집중하고, 그 방법이 글이던, 피아노이던, 그림이든 다양하게 꺼내놓고 싶습니다.
나중에 후회되지 않도록 더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50대가 되어서는 나열해 놓았던 미숙한 것들을 추리다보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사회가 내게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효진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 문효진의 에세이 토크 콘서트 ‘바람이 된 피아노’에 대해 설명

-. 2021년 1월에는 예술 에세이 ‘바람이 된 피아노’를 발간하여 제주에서의 예술 같은 일상과 음악가의 삶과 숙제, 그리고 제주를 향한 애정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번 공연은 그 책에 담긴 이야기가 있는 공연으로,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든

오래된 노래, 구전민요를 다양하게 들려줍니다. 드뷔시의 ‘달빛’을 시작으로 문효진의 ‘영혼은 바람이 되어’ 과 근대사 한국 독립을 이끈 송몽규의 유일하게 남겨진 시 ‘밤’과 이중섭의 ’소의 말‘을 한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베이스 김대영 성악가가 부릅니다. 베이스 김대영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예종과 독일 바이마르 전속 솔리스트로 지난해 독일에서 sns를 통해 문효진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여 2021년 12월에 디지털 싱글을 발매했습니다.

3부에서는 제주의 이야기로 클래식 서양 악기에 담은 제주의 정서를 들으실 텐데, 이번 ‘트리오 보롬‘에는 제주에서 활동 중인 바이올린 김시온, 첼로 오성종이 함께 참여하며 해녀항일운동의 중심축이었던 강관순 지사의 ’해녀의 노래‘와 ’느영나영’ 등을 들려줍니다.

공연을 통해 지난 해 코로나 라는 섬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더 힘든 시기를 겪었던 사람들의 예술 같은 삶을 통해 힘과 위로를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 평상시 취미 활동?

-. 제가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아이들의 교육현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를 돌보는 일만 해도 하루가 너무 짧지요. 어느 정도 체계적인 계획표가 있지 않으면 제 일은 물론 아이들의 필요도 채워 줄 수 없기에 매일 하루의 루틴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선배 엄마들이 다시 아이들의 어린시절로 돌아간다면 가장 무엇을 하겠느냐 라는 질문의 답은 대부분 동일합니다. 책과 놀이.

저는 아직 아이들의 어린 시절(초2, 4)을 함께 하기에 오래전부터 책과 놀이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책육아, 홈스쿨링이라고 하죠. 공교육이 해주지 못하는 정서와 사회성, 유대형성과 건강한 감정표현.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시작한 자기 전 책읽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시간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나누는 시간입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는 책사냥입니다. 매주 도서관을 가고, 독서기록을 하고, 서울에서도 중고서점을 동네마다 돌아다닙니다. 한글책과 영어책을 읽어가면서 아이들의 생각주머니가 커지는 건데, 그것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엄마가 선생님이 아니라 헬퍼로써, 아이들의 시기에 맞는 책을 집안 곳곳에 밟히게 하는 것. 아이들의 말로는 학교보다 우리집에 도서관같이 책이 더 많다는데, 이런 책육아가 학습으로 이어지도록 욕심부리지 않고 아이들만의 세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저도 책과 피아노가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 처럼요.

대부분 학원만 열심히 보내고 책은 알아서 읽기를 바라시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엄마들과 다양한 활동도 해보고 싶네요. 더 시간을 쪼개야겠지요~.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문효진 피아니스트&작곡가

#. 도민과 문화예술인들께 마지막 당부나 하고 싶은 말씀.

-. 제주를 사랑하는 분들은 모두가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 위에서 무대 밖에서.

작은 전복을 놔두는 해녀 할머니의 기다림에서, 고사리를 캐는 아버지의 손길에서, 오름을 걷는 어머니의 발길에서, 해안가 쓰레기를 줍는 청년들의 열정에서, 제주의 바람을 맞고 자라는 작은 아이들까지.

삶을 열심히 이뤄가는 것이 예술입니다. 하나님이 거저 주신 자연의 모습에 감동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것을 보암직, 먹음직스럽게 흉내내는 것이 예술가들의 몫이죠.

제주가 아픔의 섬에서 평화의 섬으로 발돋음하는 2021년입니다. 해녀문화라는 무형문화재와 만장굴과 같은 유형문화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곳입니다. 제주인이라는 자부심은 내 삶의 터전을 집에서 집 밖으로 확장할 때 일어납니다. 평화의 섬은 문화예술이 채워질 때 온전히 도달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삶을 살아갈 아름다운 힘을 주는 예술인.
제주를 지키는 기관과 행정인들은 예술인에 대한 시선을 더욱 높이 평가해 주시고, 예술인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선택받은 영감으로 지치지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문효진 프로필

△현, 미스틱 사운드 대표△트리오보롬 음악감독△모차르트콩쿨 제주지부장​ △호주 멜버른 대학 피아노 학사/준석사(Honours)/석사 △상명대 뉴미디어음악 박사

2007년 [영혼은 바람이 되어] 음반으로 데뷔하여 방송PD, 연주전문MC, 시인등단 등 음악 외 활동도 크로스오버했다.
호주 멜버른에서 피아노를, 서울에서 뉴미디어 음악을 공부했다. 
피아노 해체 음악전시와 책방에서 열리는 음악책갈피 프로젝트 등 음악의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고향 제주에서 대중과 예술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흔들리며 음악과 삶을 기록하고 기여하는 삶을 매일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

■ 출간
음악수필 <바람이 된 피아노>21', 문효진의 친절한 피아노 레슨10'
■ 전시  
피아노 해체 음악전시 '스토리 푸가'19'
■ 작품  
제주 최초 해녀창작발레 '해녀의 꿈' 작곡 18',        
■ 영화  
제주4.3 다큐영화 '4월 이야기'18', '오사카에서 온 편지16'  
■ 음반  
그섬20', 제주아리아20‘, 밤20’, 소의 말20‘, 우도 해녀가20’,
스토리 푸가19', 시선18' 오사카에서 온 편지17', 노스탤지아16', 흩날리던 너13', 영혼은 바람이 되어07'   ​
■기획/연주  
중국 췐저우 해상실크로드 예술축제 참가19', 인문학 콘서트 <세익스피어 인 클래식>19'
■ 하얼빈 국제음악제 한국대표 참가 (아리랑 비바체 작곡 및 초연)18'    
■창작피아노 리싸이틀 <시선>18' - '이어도사나 콘체르토'17'     
■ 그림책 콘서트 <제주의 자화상>, 토크미학콘서트 <명작스캔들>17'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