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칼럼](3)신라호텔 이야기-심야의 비밀 집도
[현명관 칼럼](3)신라호텔 이야기-심야의 비밀 집도
  • 현달환 편집장
  • 승인 2021.04.17 09: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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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전과 나눔 고문
제34대 한국마사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2002년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구단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
삼성건설 대표이사 사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현명관 회장의 자서전 'A Great Deal(위대한 거래)'를 시작하면서 책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현 회장은 해방되기 4년 전인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때 서울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 군함을 타야했고 식빵으로 연명하다 고3때는 결핵에도 걸렸다.

사법시험 3회 낙방이라는 아픔을 겪은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감사관이 되지만 만족 못하고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 후 삼성의 부름을 받고 신라호텔을 일류호텔로 이끈 대표이사가 되고 이건희 회장을 도와 신경영 혁신을 추진한다.

이건희 비서실장을 거쳐 그는 입사 19년 만에 최초의 직원 출신 삼성물산 회장의 자리에 오른다.

렇게 승승장구 했으나 제주도지사 선거에 두 번 낙선하고 획기적인 업무 성과를 낸 마사회 경영까지 적폐로 몰리면서 불명예를 당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용기 있는 도전자로 기억하며 그의 업적은 모두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터득한 경영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내 인생의 위대한 거래는 지금도 계속 된다는 신념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자서전의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이건희 삼성그룹 비서실장부터 삼성물산 회장까지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경영인 현명관이 채근담과 함께 들려주는 자신의 인생스토리다. 책을 읽다보면 자서전인데 소설처럼 쑥쑥 읽힌다.

한번쯤 들어 본 고전인 ‘채근담’은 중국 명말(明末)의 환초도인(還初道人) 홍자성(洪自誠)의 어록인데, 그 이름값에 비해 실제로 읽은 사람은 드문 자기 수양서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 책은 삼성물산의 내용이 빠져 있어서 약 80%의 현명관 인생을 28개 장면으로 구분하고 사실에 근거한 픽션으로 구성하여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각각의 장면은 우리가 직장과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며,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과 처신을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성공과 실패를 하나의 거래에서 비롯된 결과이며 보상을 먼저 받거나 혹은 나중에 받는 것이 다를 뿐, 지혜로 무장한다면 모두 아름답고 위대한 거래라고 말한다.

400년 전 지혜가 21세기 전문 경영인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와 만남으로써 고전 속의 죽은 경구는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마법처럼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는 방황하는 청년과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도전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살아있는 삶의 철학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인터넷 교보문고에서도 술회했다.

출판사 서평에서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되어 있어 올려 본다.

하루아침에 잘 나가는 항공사들이 부도 직전까지 몰리고 어제까지 별 볼일 없던 기업이 비대면(언텍트) 서비스를 통해 큰 매출을 올리는 것을 보면, 도대체 ‘성공과 실패’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순전히 운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과연 우리 인생에 있어서 ‘성공과 실패’는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은 그 누구보다 ‘성공과 실패’를 파란만장하게 경험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성공과 실패를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에 비유하였는데, 그 결과가 달콤하든 쓰든 결국 공짜 없는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를 했다고 낙담하지도 말고, 성공을 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지금 받고 있는 선물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왜냐면 인생은 죽는 날까지 계속되는 ‘공짜 없는 거래의 연속’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에서 대기업 대표이사, 비서실장, 그룹 회장에 도지사 후보, 나중에는 적폐로까지 몰렸던 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절체절명의 삶 속에서 고전의 지혜를 체득하지 않았나 싶다.
책으로 읽고, 생생한 감동은 드라마로....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각장의 주된 내용을 유튜브에서 드라마로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책으로 충족되지 않는 생생한 현장감을 원한다면, 매 장마다 있는 큐알코드를 스캔해보자.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위대한 거래’가 위대한 감동이 될 것이다.

현명관의 자서전  ‘위대한 거래’는 성공한 기성세대의 지혜가 녹아 있는 보물창고여서 시대의 지혜를 후대에 넘겨주려는 것이다.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A Great Deal(위대한 거래)' 표지
'A Great Deal(위대한 거래)' 표지

1981년 2월 29일 오후 9시.

사무실에는 신라호텔의 중요 인물들이 모여 유명 호텔에서 끌고 온 인질을 처리하기 위해 테이블을 주시하고 있다. 현명관 상무, 김부장, 수리에 밝은 박과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리장이 들고 있는 날카로운 칼을 바라본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회장님의 지시니까 일단 최선을 다해 봅시다.”

현상무는 조리장을 다독이며 해부를 시작하라고 지시한다. 조리장은 평생 처음 해보는 해부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신중한 칼 놀림으로 인질의 배를 가른다. 다름 아닌 만두였다.

어젯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중식당에서 개발한 만두를 한번 맛보고 더 이상 손도 대지 않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신라호텔 손영희 사장의 긴급 지시가 떨어졌다. 회장님의 지시였다. 분명 불호령이 떨어졌던 것이다.

"어제 가져간 만두의 가격은 얼마고, 만두 한 개의 원가와 이익이 얼만지 조사하게. 그리고 타 호텔 중식당서 만드는 만두 재료나 크기도 비교하여 어떤 차이가 나는지 분석해서 보고하라고 하셨네. 대체 만두를 어떻게 만들었기에….”

지금 현명관 상무와 호텔 신라의 직원들은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만든 만두를 해부하는 중이다. 롯데, 하얏트, 플라자에서 만든 특급 만두와 현명관이 몸담고 있는 신라호텔에서 야심 차게 개발한 만두도 해부 대상이었다.

조리장은 콩나물, 숙주나물, 돼지고기, 두부 등을 날카로운 칼로 하나하나 분해하면서 첫 번째 하얏트 만두를 완전히 해체했다. 밀가루 1Kg으로 빵을 10개 만들면 1개 당 원가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빵 한 개로 밀가루 양을 역추적하여 원가를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여러 재료가 섞여 있는 만두의 각 재료와 원가를 분석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현명관과 호텔 신라의 만두 분석 팀은 지금 밤을 새워 가며 회장에게 보고할 만두의 원가 표를 작성하는 중이다.

“숙주 4그램, 돼지고기는 다져진 것들을 모두 합쳐 달아 보니 20g 정도 되네요.” 김부장이 말했다.

펜을 놀리며 박과장이 계산을 끝내고 한마디 던진다.

"이러면 만두 한 개의 원가는 약 150원 정도입니다.”

조리장이 분해하는 재료를 하나하나 모아 천칭에 무게를 달고수치를 읽어 주던 김부장은 졸린 눈을 비비며 박과장에게 계산을 하라고 지시했다. 현명관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보면서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두 1개의 원가 계산만 꼬박 3시간 걸렸군, 됐어!

보고까지 8시간, 겨우 맞출 수는 있겠어.”

그렇게 밤을 새워 만든 만두의 원가, 품질, 맛에 대한 비교표는다음날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에게 보고됐다.

하늘을 돌리고 땅을 바꿀 만한 큰 경륜은깊은 물에 이르러 얇은 얼음을 밟고 힘을 조절 하는 데서 나온다.
선곤전곤적경륜* 자림심리박처조출 旋乾轉坤的經輪「自臨深履薄處操出 채근담 / 前集 第 132
천을 짤 때 실을 잘 다루고 종류별로 나누는 일, 즉 섬세하고 꼼꼼하게 세상을 다루는 능력

80 평생을 살면서 우리나라처럼 대범함을 추구하는 나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늘 큰 그릇을 찾고 쩨쩨한 사람을소인배라 낮추어 부른다.

언뜻 관용이 넘치고 대국을 추구하는 나라의 미풍양속 같지만 이건 적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 혹은 고도의 전문 기술을 연마 습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기준인 '대범한 큰 그릇 론'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면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가장 좀스러운사람이고 큰일을 도모할 만한 그릇이라 말할 수 없다.

장담하건대우리나라 그룹 총수 중에 중식당 만두를 분해해서 보고하라고 하신분은 오직 이병철 회장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좀스러운 분이만들어 낸 삼성이라는 기업 집단은 오늘날 대한민국 증시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 냈다.

채근담이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하늘을 돌리고 땅을 바꿀 만한 엄청난 업적은 얇은 얼음 밟는 심정으로 쫀쫀하게 하라고 한다.

내가 이 말을 미리 알았더라면 '쩨쩨한 현주사라는 별명을 들으며 기죽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흔한 대범주의와 적당주의를 버무린 큰 그릇론에 나는 언제나 흔들리며 나의 길을 가야 했다.

사실 나는 엄청나게 쩨쩨할 정도로 모든 것을 체크하며 맡은 바 책무를 다했는데 그 시작은 신라호텔 입사 초기에 벌어진 만두 사건 때문이었다.

만두 사건을 겪으며 경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다소 무리한 지시 사항이라 생각했지만 만두를 분해하고 원가를 계산하면서, 경영의 기본인 원가 의식과 이익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뇌리에 박혔다.

즉 물건 하나 팔면 얼마가 남고 얼마 이상이면 손해가 나는지, 만두 해체 사건 이후 늘 생각하게 되었다.

사소한 만두하나라도 나의 경쟁자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라'는 이병철 회장의 숨은 의도를 만두 해체 후에 비로소 체득했고 신라호텔 대표이사가 되어서도 사소하고 기본적인 것을 꼼꼼히 지적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경영을 했다.

보이는 물건에서 보이지 않는 서비스로

내가 신라호텔에 부임한 것은 1981년 겨울의 끝자락 2월이었다.  그전 3년 동안은 전주제지에서 관리 부장으로 근무했었다.

전주제지는 종이를 만드는 제조업 회사다. 물건 만드는 제조업을 하다가 무형의 서비스를 파는 신라호텔의 상무로 승진을 했다. 종이라는 눈에 보이는 물건을 만들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로 승부하는 회사의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신라호텔은 1979년이 되어서야 호텔다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는데 그룹 안에서는 작은 업체였고 운영난을 겪고 있었다.

호텔은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원금을 회수하는데 7~8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이기 때문에 신라호텔도 누적 적자에 신음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병철 회장은 주 1~2회 그룹 사장단 회의를 신라호텔에서 식사를 하면서 주재했다.

적자 그리고 그룹 오너가 수시로 찾아오는 곳에 상무가 되었으니 주변에서는 축하보다 '골치 아픈 곳으로 가게 되어 고생하겠다'며 위로의 말을 먼저 했다.

서비스업이라는 새로운 분야, 적자, 그룹 총수가 늘 방문하는 곳, 이 세 가지 중압감을 안고 관리상무로 부임한 곳이라 각오 또한 새롭게 다져야 했다.

그렇게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했지만 어려움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당시 신라호텔은 로열패밀리의 아지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루도 빠짐없이 오너의 친인척이 다녀가며 한마디씩 던졌다.

“지난번 태국 샹그릴라 호텔 가니까 거기는 더 잘해 놨던데, 신라호텔은 좀 부족하네. 삼성전자만 신경 쓰지 말고 호텔도 신경 좀 써.”

"어머 초밥 먹고 놀랐잖아. 롯데는 말이야 초밥에 밥이 안 보여.

생선이 길게 덮여서 나와. 신라호텔은 원가 절감하는 거야?"

"인심 좀 쓰지그래."

아무리 국내외 호텔 좀 다녀 봤다 하다라도 비전문가는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도쿄 오쿠라 호텔(5성) 특급 주방장의 기술 지도로 만들어진 최상의 생선 크기와 맛을 자랑하는 스시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불평했다.

당시 나는, 우리 일식당 '아리아케'의 수준을 최정상으로 높이기 위해 일본 오쿠라 호텔 일식당에 직원 연수를 보냈었다. 그때 스시에 눈을 뜨고 일취월장한 명인이 있는데, 유명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한국 편에 소개된 안효주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스시효'라는 유명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신라호텔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듣고 큰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 안효주가 주장하는 초밥의 핵심이 고기와 밥의 균형인데 우리 신라호텔은 수십 년 전에 이미 초밥 맛의 정수를 지켜 왔던 것이다.

하지만, 장인의 초밥과 회 센터의 초밥도 구분 못하는 로열패밀리의 소양 없는 순진한 평가는 그대로 오너의 귀에 들어갔고 오너는사장에게, 사장은 나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런저런 선의의 비교 발언이 흘러나올 때마다 어떤 건 고쳐야 했고 어떤 건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했다. 이런 일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반복되었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호텔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호텔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팔기 때문에 아무나 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고 사람마다 불평이 달라진다.

문제는 그 사람이 로열패밀리라는 것이었다. 지치는 일이었고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에 부쳤다. 동시에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일단 최선을 다해 일하다가 힘에 부치면 깨끗이 그만두겠다'는 오기도 함께 커졌다.

횡령 그리고 악역이 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월 10일 부임을 하자마자 사건이 터졌다.

직원이 거금 3천만 원을 횡령하고 미국으로 튀어 버렸다. 당시 서울동대문 지역의 단독 주택은 평당 35만 원에 거래되었으니 지금 돈으로 7억이 넘는 거액이었다. (2020년 현재 동대문 지역 25평 아파트는 7억 선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 일류 호텔의 관리 능력이 이렇게 허술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사실을 회장에게 보고하고 문제를 개선할 생각을 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돈이 허투루 새는지 일일이 장부와 거래 선을 대조하여 확인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감사원 시절 각종 장부나 서류를 보고 문제를 잡아내던 경험이 있어서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신라호텔의 회계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수 있었다.

각종 회계 처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한 달에 한 번은 거래처의 자금 거래 내역을 우편으로 일일이 확인했다.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어떻게 하면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횡령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든 거래 선과의 자금 거래를 투명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일에 왕도는 없었다.

스스로 악역을 각오했다. 회사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재임시절 나의 집무실은 살아 있는 저승사자가 살고 있는 방이 되었다.

직원들은 결재 서류를 들고 내 방에 들어와 있는 동안 오직 내 펜만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펜이 문서를 훑고 지나가다 멈추는 자리가 생기면 직원들의 심장도 같이 멈추었다고 한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악역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조직이 살고 일류 호텔이 되기 위해서 저승사자가 필요했고, 모든 직원이 멀리하는 사람이 되었다.(나는 상사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특히 일을 잘하는 유능한 상사일수록 그렇다. 때로는직원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과감히 밀어붙이고 때로는 누군가에겐 혹독한 결정을 해야 하는자리가 바로 경영자의 숙명이기에 욕을 먹을 수밖에 없고 더욱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진을 시킬 때도 욕 많이 먹는, 외로운 사람을 중책에 앉혔다.)

외로운 사람이 되었으나 덕분에 호텔 개혁은 가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모든 개혁이 그렇듯 개혁은 반드시 피를 불러왔다. 내가 가장 크게 원성을 들은 일 중 팁 금지 명령이 있었다.

도어맨 등의 중요한 부수입이었던 손님이 주는 팁을 완전히 금지 시키자 직원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고 나는 신라 호텔의 공적 1호가 되었다.

원래 서구의 1급 호텔에는 봉사료라고 하여 팁 문화가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호텔 요금에 10%의 봉사료를 미리 산정해서 손님에게청구하기 때문에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 팁이다.

이는 유럽의 호텔들이 월급을 애초에 적게 주고 본인의 서비스 역량에 따라 손님에게추가로 팁을 받으라고 하는 문화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추상같은 팁 금지 명령에도 팁을 받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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