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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바다에서 태어나 바다 지키는 남자 만나 바다이야기 쓰멍 살암수다"
[이색]"바다에서 태어나 바다 지키는 남자 만나 바다이야기 쓰멍 살암수다"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1.04.02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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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제주 몽생이 박은혜 작가와 온라인 만남 가져 1일 인터뷰
남편도 해군사관학교, 여동생 부부도 해군사관학교...동생 소개로 만나
그녀의 삶, 둘째 아이 발달 장애 판명에 엄마의 힘으로 아이에게 집중
박은혜 작가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꼭 다른 문 열린다는 걸 믿어라"
박은헤 작가(뒤쪽 좌측서 2번째) 가족
박은혜 작가(뒤쪽 좌측서 2번째) 가족

박은혜 작가는 제주의 딸이다. 그것도 대정 출신이다. 필자가 가장 제주다움을 드로내는 고장이라고 표현하는 지역이다.

대정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거친 바람, 파도에 늘 엄습해 오지만 그것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러한 단련과 습성들이 만들어져 단단한 정신이 깃들어진 DNA가 숨어져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본다.

박은혜 작가를 봄꽃이 피어나는 사월에 소개하는 것은 그녀 가족의 특이성 때문이다.

그녀의 가족은 군인가족이다. 자신의 여동생이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그 여동생이 같은 학교 출신과 결혼해서 해군사관학교 출신이고 여동생이 다시 남편을 소개해 줘서 하얀 제복으로 빛이 나는 해군사관학교 가족이다. 아버지 또한 군인 출신(해병대 출신으로 모슬포 전우회장 역임)이라 가히 집안에서 대화도 군대식으로 명령과 복종이 있을 법도 하다.

그녀는 평범한 주부에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평범한 아이였다면 군인의 아내로서 그렇게 살았을 것인데 둘째 아이가 장애아로 태어나면서 그녀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눈물을 삼켜야 했고 세상과 멀어지기만 했다.

그러나 그녀가 누구인가? 대정 출신이 아닌가? 그녀의 삶은 오롯이 아이와 눈맞춤으로 잃어버렸던 세상의 행복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이의 인생이 오히려 더욱 행복한 삶이 되면서 자신도 인생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그녀가 또 한번의 슬픔을 앓고 있다.

바로 건강했던 모친이 혈액암이라는 판정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매일 어머니 간병에 여념이 없다. 그녀의 슬픔은 어디에서 멈출까?

박 작가님의 가족을 응원하면서 그녀와의 온라인 만남을 여기 구술해 본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응원바랍니다. 앞으로 그녀의 이름으로 뉴스N제주에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제주의 몽생이의 모습이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편집자 주]

박은혜 작가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하나뿐인 여동생이 해군사관학교로 진학을 하여 군인의 길을 걷게 되자 여동생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으며, 남편과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며 동해, 서해, 남해 바다를 여행하듯 살고 있다.

현재 그녀는 제주 고향을 떠나 육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키우며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여전히 제주 바다에서 들려오는 호오이~ 숨비소리로 용기를 내고 있다. 거친 바다로 뛰어드는 해녀 엄마 사랑을 통해 힘든 엄마의 삶을 사는 그녀는 누구보다 큰 위로를 받고 있다.

그녀의 고향은 제주에서도 제일 바람이 세고 거칠다는 모슬포다. 예로부터 험한 날씨가 몸에 배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모슬포를 사람들은 못살포로 불렀고, 모슬포 출신들을 대정 몽생이라고 하며 『대정 몽생이는 야무지다』는 속담도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어떤 순간에도 늘 씩씩하고 밝았다. 적어도 둘째 딸이 알 수 없는 유전자 변이로 ‘이유 없는 발달 지연’이라는 장애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요.

장애를 가진 엄마들 대다수가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는 순간 몇 년 동안 『장애도』라는 외로운 섬에 아이와 자신을 가둔다는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녀 역시 “불쌍한 내 자식은 내가 지켜야지” 생각으로 자신의 모든 삶을 장애 아이에게 집중하며 굳게 세상을 향해 문을 닫게 되었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 그녀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자식의 인생도, 그녀의 인생도, 남편과 아들의 인생까지도 장애 아이 하나로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돌 때 걷는 일반 아이들과 달리 열심히 재활 치료를 해도 언제 걸을지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두려움에 빠져 살던 어느 날, 월경을 수 개월째 하지 않는 것 때문에 그녀는 병원을 찾게 되었고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이라는 병명을 받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남편과 친정에 양해를 구한 뒤 이곳 저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전문가에게 상담 치료를 받던 중 결국 그녀 자신 역시 음악 치료를 공부 하게 되었다.

<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에 엄마는 이어도로 떠나야 한단다.

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에 엄마는 언제나 너와 함께 한단다>

박은혜 작가 작품집
박은혜 작가 작품집

이어도는 제주도처럼 아름다운 섬이 아니라 죽음의 섬이다. 왜냐하면 수중암초 이어도를 보려면 높은 파도가 쳐야 하는데 수영을 잘하는 해녀도, 배를 탄 어부도, 큰 파도를 감당할 수 없기에 예로부터 이어도는 죽음의 섬이었다.

가족을 사랑하기에 죽음의 섬 이어도로 떠나야 하는 엄마.

그녀는 엄마라는 이름을 걸고 세상을 향해 다시 나오게 되었다.

여러 출판사에서 아이를 키웠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그림책』 이란 제목으로 아이를 키웠던 이야기를 묶어 출간 하게 되었다. 노래하는 그림책의 내용은 이렇다.

그녀의 가족들은 남편의 직업적 특성상 이사를 자주 다니게 되었고 좋은 치료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자 아이의 언어와 인지 향상을 위해 그녀는 아이에게 수많은 그림책을 보여주었고, 그림과 글을 자연스럽게 노래로 따라 부르게 하였다.

그림책을 노래로 부르던 아이가 흥미를 잃게 되면, 새로운 소리의 타악기를 손에 쥐어 주었고, 악기 역시 흥미를 잃게 되면, 그림책 캐릭터를 인형으로 만들어 아이와 다양한 인형 놀이를 시도 하게 되었다.

그녀와 아이의 이야기가 책을 통해 이곳저곳 알려지고 장애 엄마의 삶도 조금 익숙해지려는 어느 날 아이 책가방에서 친구의 편지를 발견했다.

“김oo! 너 가만 안 둘 거야! 조심해!”

그 시절 시골 작은 학교를 다니던 그녀의 딸은 교장 선생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고 아이는 양치질, 줄넘기를 자기 집 드나 들 듯 교장실에서 교장 선생님과 함께 했다.

‘이 세상 단 한 사람이라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준다면 아이는 기필코 발전한다” 믿으셨던 교장 선생님은 늘 긍정적인 말씀과 특별한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어 주셨다. 하지만 전교생의 사랑을 듬뿍 받고 계셨던 교장 선생님이기에 아이에 대한 아이들의 질투는 노골적이 되었다.

그 시절 친구들의 질투로 아이가 왕따를 당하며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교장 선생님 교육관을 증명하듯 줄넘기를 전혀 못하던 아이가 줄넘기를 20개 이상하게 되고, 한글을 모르던 아이가 가족 모두의 이름을 써내려가는 놀라운 성장을 보며 아이는 일반 사람들과 시간이 다를 뿐이지 엉금엉금 느릿느릿 자신의 속도로 성장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박은혜 작가 작품집
박은혜 작가 작품집

장애 아이를 15년간 키운 대정 몽생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장애를 가진 가족들은 절대로 행복의 문이 닫혔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행복의 문은 하나가 닫히면 꼭 다른 문이 열린다고.. 남들과 다른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의 문이 닫혔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꿈도 희망도 없던 그녀 자신은 아이로 인해 『노래하는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고, 글을 쓰는 작가, 노래를 작곡하는 작곡가, 공연을 기획하는 연출가, 사람의 마음을 소통하는 강사가 되었다고.

앞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딸을 위한 노래들로 삶을 채워나가며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여전히 제주 바다에서 들려오는 호오이~ 숨비소리로 용기 낼 것이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를 지키는 남자를 만나 바다라는 삶의 이야기를 쓰는 요망진 대정 몽생이 박은혜 작가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

◆박은혜 작가
제주대학교 음악학과 성악 전공
대전대학교 대학원 음악치료 전공
노래하는 그림책 대표
노래하는 그림책, 숨비소리, 파도소리, 숲의소리, 거북이 학교 등 다수 저서 출간
JIBS, CTS 등 다수 tv 출연
복지관, 도서관, 학교 등 다수 강의
노래하는 그림책 여행 300회 이상 공연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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