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인, 평론가
■ 토요 시 창작 강좌
□ 시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의 그림 ‘절규’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그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기괴하고 불쾌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을 명화라고 하는 이유를 몰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그림이 유화가 아니라 별로 값이 나가지 않았던 파스텔화라고 하니 필자는 유명하지만 그림 값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79cm×59cm의 크지도 않은 이 그림이 1억1천992만 달러(한화 1천258억2천만 원)에 낙찰되면서 2012년 당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니 입이 딱 벌어졌다.
오늘 토요강좌는 미술작품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말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시를 그림에 비교해서 생각해 보고자 함이다.
그림이야기가 나온 김에 필자가 놀랬던 작품 하나를 더 보고 본론에 들어가고자 한다.
위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그림이다.
그림 하단의 상자에 ‘SOFT SELF PORTRAIT(부드러운 자화상)’이라고 직접 밝혀 놓았으므로 분명한 달리의 자화상이다.
그의 작품들은 허물거리며 흘러내리는 작품이 많다.
위 작품들이 도대체 세계적인 명화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
“시란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신춘문예나 좋은 작품이라고 소개되는 시들 중에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마치 위의 그림 비슷한 글을 뽑아 놓은 것 같은데 저 그림과 비슷한 느낌의 시를 좋은 시라고 하니 신춘문예에 일곱 번 낙방한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선작이라고 발표된 시가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을 정도로 이해불가”의 작품도 있단다.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하는 맘도 들었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수준이다.
미술평론가나 문학평론가가 보는 눈은 우리가 흔히 의식하는 아름다움과는 그 기준에 차이가 있다.
그림에 관해서는 비전문가인 필자가 다 설명할 순 없고 우선 시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자.
시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예쁜 말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유명 시인들의 시를 살펴보면 별로 예쁘게 치장한 말이 없다.
오히려 그런 말은 천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에서는 무엇이 아름다움이란 말인가?
현대시의 아름다움에 대한 대부분의 평론가나 유명 시인의 결론은 ‘텐션tension’을 들고 있다.
우리말로는 ‘긴장’으로 풀이한다. 이 개념은 미국의 평론가 앨런테이트(AllenTate)가 만든 용어다.
즉, 내포와 외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긴장감을 말하는데 이것을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배’라는 명사가 ‘내포’하는 뜻은 ‘물 위에서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용기’인 반면, ‘외연’은 화물선이나 여객선, 전함, 돛단배 등을 포괄한다.
이 말을 하면서 저 뜻을 담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포와 외연의 조화가 시를 아름답게 하는 생명이라는 말이다.
시에서 긴장을 상실하면 아름답지도 않을뿐더러 엄밀하게 말하자면 행과 연갈이를 해 놓아도 시가 아니다. 그런 글은 하소연이나 객설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시적 긴장감은 치열한 상상력에서 발현 된다.
이것은 이성적 상식이 아니라 미술에서의 다다이즘dadaism처럼 기존의 가치나 질서를 부정하고 야유하면서 비이성적, 비심미적인 것을 지향하는 개념과 비슷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과격하거나 감정의 무차별적 배설이 아니다. 그것을 적절하게 절제해야 한다.
시는 말 한 것 보다 말하지 않은 것이 더 크게 느껴질 때 좋은 시가 된다.
그러므로 말의 문면에 그 뜻을 감추고 상상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 끈이 있어야 좋다.
드러난 수미상관이 아니라 감춰진 수미상관, 즉 이미지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작법이 권장되는 시 짓기의 방법이다.
훌륭한 시는 표현된 말들이 일으키는 파장이 크다. 그 파장은 침묵에 숨겨져 있을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파장의 힘은 ‘색다름’이 클수록 크게 번지고 오래 남는다.
그리고 모든 예술의 으뜸에 놓이는 작품들은 그 사람만의 ‘색다름’이다.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으되 과격하지 않고 절제된 감정으로 숨겨진 의미가 클수록 명시가 된다.
■ 이주의 디카시
키스
담 넘어
밝은 세상 한껏 안을 수 없는
음지의 한(恨)
어느
뒷골목 사랑
_ 이영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