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산 "시 짓기?=객관적 이성+주관적 자아 통해 자기를 찾아가는 깊은 철학적 여행"
이어산 "시 짓기?=객관적 이성+주관적 자아 통해 자기를 찾아가는 깊은 철학적 여행"
  • 뉴스N제주
  • 승인 2021.03.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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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산 칼럼](115)토요 시 창작 강좌
이어산 시인, 평론가

■토요 시 창작 강좌(115)
□철학과 시 짓기

이어산 시인
이어산 시인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하자면 철학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융이나 칸트, 헤겔 등을 공부하는 것이 철학입문의 초보과정이지만 이것은 현대시 짓기에서도 중요한 기초 이론의 바탕이 되므로 앞으로 “철학적 사고와 시 짓기”를 어렵지 않도록 가볍게 풀이하여 가끔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의 본성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특질을 지니고 있다.

다만 인격이라는 도덕률이 이를 제어하거나 조응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의 공동체는 유지된다. 이런 현상을 융(Jung)은 페르소나(Persona)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페르소나(Persona)는 배우가 쓴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어원을 가지고 있다. 즉 모든 사람은 이중적이고 다양한 잠재인격을 감추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페르소나’는 가상이며 2차원적인 현실이다. 시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이 ‘페르소나’다. “나와 다른 나” 즉 “화자”라는 가면을 통하여 시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환경이나 관계에 따라서 실제 성격과 다른 가면을 쓰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일종의 다중인격도 필요하다. 다만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격의 균형을 가져야 사람으로서의 대우를 받는다.

융의 이론을 빌리자면 인간(인생)은 자아(自我)가 자기(自己)를 실천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자아’란 의식의 주인인 나, 즉 자기를 인식하는 일인데 이 일이 철학적 탐구의 최고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아(自我)와 자기(自己)의 차이는 엄청나다.

자아(ego)는 의식의 중심부다. 즉 감각을 통해서 받아들여진 정보를 생각하는 센터다. “내가 알고 있는 나”다.
반면 자기(self)는 자아가 의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잠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잘 모르는 내 자신의 본성이다. 자기는 자아가 의식적으로 탐색할 때에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은 수용할 수 없는 형태로도 드러나는데 자신이 생각하지 아니했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끊임없이 불화하거나 갈등하면서도 자기를 성찰하며 자신의 정체성, 즉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을 한다.

그러나 자아(ego)는 자존심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좀처럼 자기(self)에게 굴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을 ‘자기수용(self acceptance)’라고 한다.
시에서 때로는 자기수용도 필요하지만 자기를 새롭게 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요구된다.

따지고 보면 시 짓기는 객관적 이성과 호환되지 않은 주관적 자아를 통해서 자기를 찾아가는 깊은 철학적 여행을 하는 일이다. 이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시가 「자화상」이다. 시인은 이를 통해 획일화, 규격화 된 것들에 저항하고 자신의 이상과 세계관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를 ‘시인의 진술’이라고 한다.

그 진술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를 온갖 시적 소재, 언어의 결정체를 동원하여 표현한 문학 장르가 시다. 그래서 인간과 직, 간접 의미망으로 연결되지 않은 시는 공허하다. 가령 아무리 절절하게 봄을 노래한 꽃 타령이라 할지라도 철학적 진술이 없으면 비시(非詩)일 가능성이 높다.

오늘은 다음에 열거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들의 자화상 시를 한주 동안 읽어보고 그 느낌을 댓글로 달아보기를 권한다. 어떻게 자아를 통해 자기를 성찰해 가는지에 주목하기 바란다. 잘된 내용 몇 편을 선정하여 시집을 보내드리려고 한다.

숙제 : 박세영, 권환, 서정주, 윤곤강, 윤동주, 노천명, 이 상 시인의 ‘자화상’을 읽고 느낌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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