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칼럼](32)끼리끼리 놀지 마
[경제인 칼럼](32)끼리끼리 놀지 마
  • 현달환 편집장
  • 승인 2021.03.0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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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만난 제주인, "아, 제주마씸?"
[김택남 자서전]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
(주)천마그룹 김택남 회장의 인생 스토리

뉴스N제주가 창간기념에 맞춰 '제주경제인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그 첫 순서로 선보인 김택남의 자서전, '제주 소년, 꿈을 투망하다'라는 내용이 신축년 새해에도 계속 독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번에 올린 내용은 자서전의 마지막 장이다. '끼리끼리 놀지마'라는 제목으로 김택남 회장의 자서전은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런데 제목이 '끼리끼리 놀지 마'라는 제목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놀아라'가 아니고 '놀지 마'라는 말에 주목한다.

제주라는 곳은 사회단체가 많이 만들어졌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 가면 둘이만 의견이 맞으면 동호회나 단체를 만들어 매월 만남을 갖는 형태로 살아가는 특이한 곳이다. 본문에서 언급한 김택남 회장이 언급한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가 기가막히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곳이 제주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놀지 마'라는 말은 어울리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이말은 곱씹어보면 고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기네끼리 어울리다 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반감이 생길 수 있고, 인정하지도 않는 그러한 풍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체나 모임은 이러한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의견이나 흐름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싸움으로 분열만이 있을 것이다. 단체나 모임은 어느 한사람의 리더가 이끄는대로 가지 않는다면 매일 분열로 싸움만 생긴다. 그러한 싸움을 그치게 하는 일은 어렵다. 서로 이해하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다.

항상 일이 안풀리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에 가졌던 생각, 그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단체나 모임은 해체되고, 아니 해야만 한다. 그 단체는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사실, 회장이란 직책은 외로운 것이다. 외롭게 결정하고 직원들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들이 있어 함께 어울린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특이한 것은 김택남 회장은 스스럼이 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절하지만 솔선수범해서 상대방을 대해준다.

언젠가 술을 같이 먹을 기회가 생겼는데 손수 술을 따라 주는 것을 보면서 격의 없는 행동에 마음이 풀어져 술도 많이 먹게 된다. 그것도 편하게.

김택남 회장의 자서전은 이제 마지막 에필로그만이 남아 있다. 지난 자서전을 음미하면서 많은 독자들은 감명을 받고 그렇게 살려고 따라하고 배울려고 했을 것이다.

마지막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시도를 하라고 김택남 회장은 말했다. 무엇인가 이루고 성공하려면 시도를 하라고 했다. 그것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3월이 활짝 피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자신의 게획을 시도라도 해보자.

나의 졸작 시 '시도라도'를 올리면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아들아,
진정한 삶을 위한
더 큰 감동을 위한
나름 발버둥을 치느냐
그렇다면
계란장수 눈치보지말고
계란으로
바위를
깨보라

계란은 내가 사주마

    -현글 '시도라도'

제주는 이제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문화의 표출이 되고 있다.  그러한 중심에 당신이 있기를 기대하며 말씀이 기적처럼 이뤄지는 것처럼 자신에게 외치며 '시도라도' 하려는 오늘이 되기를 빌면서 많은 필독이 있기를 바랍니다[편집자 주]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김택남 천마그룹 회장

“너 어디 가냐?”

평소 출근시간 이르고 퇴근시간 늦기로 소문난 현민철 기자가 6시가 되기 전부터 시계를 바라보며 퇴근을 기다리는 모양이 아무래도 수상했다.

“어디 좋은데 가?”

무슨 약속이기에 그리 서두르는지 궁금해졌다.

“공무원들이랑 모임이 있어서요.”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자신의 속내를 들킨 것이 쑥스러운 듯이 민철은 짧게 대답했다.

“다 늦은 시간에 공무원을 왜 만나, 취재하러 가는 거야?”

취재를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기에 궁금증은 더 커졌다.

“그냥 친목 모임이에요. 젊은 공무원들 모임인데요, 제가 낀 거죠.”

어디 가냐, 왜 가냐 꼬치꼬치 내가 캐묻자 민철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나도 가자.”

‘젊은 공무원’들이라는 소리에 내 마음이 솔깃해졌다. 제민일보를 인수하면서 도지사(道知事)나 시장(市長)같은 높은 직위의 공무원들을 만날 기회는 많았지만 제주도정의 실무를 담당하는 젊은 공무원들의 생각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

“같이 가시게요?”

함께 가자는 말에 민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담스러워할 텐데.”

오래된 모임에 낯선 손님을, 그것도 아주 불편한 손님을 데려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민철은 내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한번 마음먹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 이루고 마는 내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철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손님을 데리고 모임에 참석했다.

김택남 회장이 사옥 주변 환경 정화하는 모습
김택남 회장이 사옥 주변 환경 정화하는 모습

민철의 말대로 내 소개가 끝나자 함께 자리한 젊은 공무원들은 얼음처럼 굳어졌다. 언론사 회장의 자격으로 참석한 자리가 아니었지만 가끔 언론사 회장이라는 명함은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할 기회를 빼앗기도 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언론사 회장이 사적인 자리에 나타났으니 당황한 기색이 영력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술잔과 농담을 나누는 것이다. 긴장한 표정의 공무원들에게 서둘러 술잔을 돌렸다. 술잔이 돌아가자 어색한 기운이 조금씩 달아나기 시작했다. 모두 신발을 벗고 앉아 있었으니 나는 예쁜 양말대회를 제안했다. 서로 자신의 양말을 자랑하다보니 처음의 서먹함은 봄볕에 눈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갈 때는 형, 동생처럼 편한 사이가 됐고 격식 없고 편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지금도 두어 달에 한 번씩 만나며 친목을 도모한다.

그리고 나는 그 날만 되면 약속시간보다 빨리 자리에 나가 젊은 그들을 기다린다.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젊은 그들과의 만남은 나를 설레게 한다.

나는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한다. 내 몸은 비록 다시 젊어질 수 없지만 젊은 사람들과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면 내 마음은 다시 젊어질 수 있다. 특히 예전의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 왠지 더 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시청에서 일하는 김동훈 주무관은 2002년 토목시공기술사 자격을 취득한데 이어 2012년 도내에서 처음으로 토질 및 기초기술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공계의 사법고시라고 불리는 기술사 자격증을 2개나 소지한 것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일이니 김동훈 주무관은 제주시청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김동훈 주무관을 아끼는 이유는 도전에 임하는 자세 때문이다. 공부에만 매달려도 어려운 기술사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낮에는 시청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쪼개고 잠을 줄여 공부를 하는 모습이 내 젊은 날을 닮았다.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7차례나 시험에 응시한 모습은, 비록 나보다 훨씬 나이 어린 후배지만 그 끈기와 열정에 존경심이 생기기도 했다.

일반 기업체에서 높은 연봉을 제시할 만큼 취득하기 어려운 자격증을 2개나 취득했기에, 이제 제주에서 못 보는 것 아니냐는 나의 농담에 제주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김 주무관을 볼 때면 마음이 왠지 모르게 든든해진다. 김동훈 주무관처럼 끊임없이 도전하고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나이가 들었다며 게을러지기 시작한 내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 계기가 된다.

나에게 도전과 열정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젊은 그들은 제주의 미래다. 훗날 제주를 책임질 그들에게 경험으로밖에는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를 들려주며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충고하고 격려한다. 그래서 나는 젊은이들과의 만남이 있다면 어디든 쫓아간다. 우리 제민일보의 평기자 모임에도 시간을 내서 참석하고 젊은 사업가들과의 만남도 언제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약속이 된다.

김택남 회장이 사옥 주변 환경 정화하는 모습
김택남 회장이 개에게 밥을 주는 모습

나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이 자리를 함께하면 나이 어리고 지위 낮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제민일보 평기자 모임에 참가했을 때도 그랬다. 예상하지 못한 회장의 방문이라 모두들 어리둥절해하며 상석을 권했다. 하지만 상석에 앉아서 대접을 받으려고 하면 절대로 젊은 친구들을 사귈 수가 없다.

불편한 사람에게 진심을 내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기자들이 권하는 자리를 물리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어울려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불편함은 금세 사라진다. 술잔을 건네고 생각을 전하다 보면 어느새 같은 꿈을 꾸는 동지가 될 수 있다.

중국 제(濟)나라의 선왕(宣王)이 순우곤이라는 신하에게 각 지방에 숨겨진 인재를 찾아오라고 명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순우곤이 일곱 명의 인재를 데리고 나타났다. 선왕은 어찌 귀한 인재를 한꺼번에 일곱 명이나 데려 올 수 있는지, 놀라 물었다.

그러자 순우곤은 “같은 종의 새가 무리지어 사는 것처럼 인재도 끼리끼리 모여 사는 법입니다. 소신이 인재를 모으는 것은 강에서 물을 구하는 법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대답했고 거기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고사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는 가지 말라고 했고 가재는 게 편이라며 ‘끼리끼리’ 문화가 발달됐다.

비슷한 나이에 생각과 환경을 지닌 사람들은 쉽게 말이 통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유유상종은 더 심해진다. 내 주변에도 사업가 친구들이 가장 많고 아마도 공무원 주변에는 공무원 친구들이, 기자 주변에는 기자 친구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사람들과 만남을 계속하면 생각도 행동도 그곳에 머문다. <제3의 물결>로 유명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도 ‘특이하고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친구로 사귀어라. 다양한 친구를 가져야 사고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끼리끼리 문화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문화를 만든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을 만나지 않고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젊은이들은 나이 든 사람을 공경하지 않는다. 소통의 부재는 사회의 갈등을 야기한다. 부자들이 부자끼리 만나면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 수 없고 나이 든 사람들끼리만 만나면 새로운 변화를 깨닫지 못한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들과 만나지 않으면 경험으로 얻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가 없다.

유유상종, 끼리끼리 문화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막아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서 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단점을 고칠 기회를 앗아가고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가로 막는다. 특히 제주의 인구는 56만 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1%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과 이해에 얽혀서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갈등을 벌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라산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유는 열대부터 한대까지 다양한 식생(植生)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식물들이 한라산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처럼 다양한 생각들이 모였을 때 제주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매일 어울리는 사람만 바뀌어도 생각이 변할 수 있다. 끼리끼리 모여 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처지도 생각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할 때 개인의 삶도 제주의 미래도 새로운 지평을 맞이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은 지난 4일부터 17일간 진행하는 ‘2020 세계 유산축전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공식 기념식 ‘세계자연유산 기억의 날’을 오는 19일(토) 17시 30분 사전공연을 시작으로 성산일출봉 일대에서 개최한다.
성산일출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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