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7)재미있는 설화 – '아흔아홉골 선녀탕'
[장영주 칼럼](7)재미있는 설화 – '아흔아홉골 선녀탕'
  • 뉴스N제주
  • 승인 2021.03.0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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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아흔아홉골)
(아흔아홉골)

중국 황제가 황실에서 남쪽 조그만 섬나라 탐라를 바라다보다 깜짝 놀랐다.
그곳에서 중국을 호령할 임금이 나올 정기가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 황제는 도술이 능한 중을 탐라로 보내 정기를 끊으라 명했다.
중이 탐라에 와 보니 한라산 기슭에 100개의 골짜기에서 그 기운이 뻗치고 있는 걸 보고, 그 기운을 물리칠 방도를 생각해 냈다.

중은 골짜기에 사는 온갖 짐승들을 중은 불러 모아,
“너희들은 모두 살기 좋은 곳으로 가서 이곳에는 얼씬거리지 말라.”
라고 소리치자 천둥 번개가 치며 골짜기 하나가 맹수들과 함께 사라졌다.

이후 100 골짜기에 살던 호랑이는 사라지고 중국을 호령할 인재도 나오지 않았다 한다.

아흔아홉골은 한라산 정기가 듬뿍 서려 있는 ‘어승생악’은 기원제를 드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흔아홉골)
(독서대전 성공 개최 기원제 드리는 필자 뒷모습)

선녀탕은 한라산 어승생 동남쪽에서 발원하여 어승생악(이 글에서는 새끼 아흔아홉골이라 칭하고 있다. 필자가 임의로 붙인 이름) 계곡을 끼고 흐른다.

이 물줄기는 아흔아홉골 서쪽 사이를 지나 천왕사 쪽으로 흘러내리는데 이 골짜기의 한 부분에서 폭포가 생기고 그 폭포 아래 물웅덩이가 선녀탕이다.

이 글에서는 옥황상제가 내려와 처음을 인간 세상의 물에서 목욕한 것으로 꾸며지고 있다.

이 선녀탕을 가려면 특별히 천왕사 대웅전 옆 안내문에도 표시가 안 돼 있으니 찾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조금 올라가면 출입통제란 말이 나오고 길이 아니면 다른 데 가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 오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선녀탕을 찾아가야지 자신 있게 길이 아닌 길을 가다간 계곡 한가운데서 길을 헤맬 수 있다.

(아흔아홉골)
(필자가 1976년에 이곳을 통해 선녀탕을 갔었다)
(아흔아홉골)
(출입통제 안내문)

□ 장영주 설화전문박사가 만든 아흔아홉골 선녀탕

(아흔아홉골)
(아흔아홉골)
(아흔아홉골)
(천왕사 선녀탕)

오랜 옛날,
하늘나라 옥황상제는 지상나라 한라산 중턱에 있는 골짜기로부터 칠색 찬란한 빛이 뿜어 올라오는 걸 보았어요.

“어허, 제게 무엇인고?”
옥황상제는 천리경으로 칠색 찬란한 빛을 내 뿜는 골짜기를 유심히 살피며 골짜기 수를 헤아려 봤지요.

“하나, 둘, 셋… 오호 꼭 100골이구먼.”
옥황상제는 물결치듯 서로 어깨동무하며 일곱 가지 아름다운 빛을 내 뿜는 골짜기를 바라보며 그저 감탄하고 있었지요.

“저 빛이야말로 하늘나라 궁전의 황금빛보다 더 아름다운 게야.”
옥황상제는 궁금하여 지상나라에 여러 번 갔다 온 선녀를 불러서 물어보았지요.

“저 빛이 나오는 지상나라에 다녀온 적이 있는고?”
“황송하오나 거기에는 가본 일이 없사옵니다.”

선녀는 옥황상제의 물음에 대답을 못 해 드려 죄송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지상나라에 여러 번 갔다 온 네가 모른다면 이건 조화인데, 저렇게 아름다운 빛을 뿜는 골짜기는 분명 보물임이 틀림없으리라. 너는 얼른 가서 그 보물을 가지고 오너라.”
옥황상제는 궁전의 아름다움 빛보다 더 황홀한 빛을 내 뿜는 골짜기를 가져오라 명했지요.

선녀는 그 길로 천궁의 문을 열고 칠색 무지개를 타고 지상나라로 내려오며 아름다운 빛을 내는 골짜기를 보니 그 빛은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에서 나는 것이었지요.

‘오호, 저기로구나.’
선녀는 얼른 칠색 무지개다리에서 뛰어내려 아름다운 칠색 무지갯빛을 내는 폭포에 다가갔지요.

‘세상에 이런 곳도 다 있었나?’
선녀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하늘나라 선녀 중 지상나라에는 제일 많이 내려와 보았다는 선녀지만 오늘 보는 이곳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따라 칠색 빛을 내는 폭포는 처음이었거든요.

‘너무 아름다워.’
선녀는 넋이 나갔어요.
칠색 빛을 내는 폭포를 가져오라는 옥황상제의 명을 잊은 채 멍하니 폭포를 바라볼 뿐이에요.

“저런, 아름다운 빛을 내는 물건을 가져와라. 일렀거늘 거기서 넋이 나간 것처럼 뭘 하는 겐고?”
옥황상제는 천리경으로 선녀를 내려다보다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네 이놈, 거기서 무얼 하는 게냐? 당장 하늘나라로 올라오너라.”
옥황상제의 불호령이 떨어졌어요.

선녀는 옥황상제가 화를 내니 황급히 칠색 무지개를 불러 하늘나라에 올라간 게지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도 아름다운 곳이기에 저도 모르게 그만.”
선녀는 자초지종을 옥황상제께 아뢨지요.

“아름다운 빛은 골짜기에 숨어 있는 폭포가 떨어지며 내는 칠색 빛이옵니다. 그 빛이 너무 아름다운지라….”
선녀의 말에 옥황상제는 긍긍한 게 너무 많아 선녀가 자신의 명을 받들지 못한 죄를 다스릴 겨를도 없이 선녀를 다그쳐 묻고 있는 거예요.

“그래, 그 골짜기는 꼭 100골인데 그곳에는 폭포가 한 군데밖에 없더냐?”
“네, 다만 조그만 폭포가 옆에 있긴 있습니다만….”
“크기는 어떻더냐?”
“매우 큰 폭포이며 그 폭포 아래 물웅덩이는 하늘나라 선녀들이 몽땅 들어가 목욕을 할 만큼 크고 아름답더이다.”
“그렇게 크더냐?”
“예, 하늘나라 궁전의 샘보다 더 크옵니다.”

선녀의 말을 들은 옥황상제는 은근히 그 폭포에 내려가 목욕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거였어요.

‘그래, 언젠가 아무도 몰래 나도 한번 내려가 봐야겠군.’
옥황상제는 꿍꿍이가 있었거든요.

“오늘 일은 발설하지 말거라. 저 폭포에 네가 다녀온 걸 아는 이는 너와 나 단둘뿐이니라.”
옥황상제는 단단히 선녀에게 일러두었어요.

세월이 흘러 8월 보름날이 되었어요.
옥황상제는 언제면 그 폭포에 가서 목욕할까 단단히 벼르다 마침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아주 좋았지요.

옥황상제는 얼른 변장하여 아무도 몰래 하늘나라 궁전을 빠져나와 구름을 타고 100골짜리 깊은 곳 폭포수에 다다랐어요.
그리곤 아무도 몰래 폭포 아래에서 목욕했답니다.
인간세상에서 최초 목욕탕이 된 거지요.

여기서 잠깐,
후에 선녀는 옥황상제 몰래 100골 폭포 물웅덩이에서 목욕하며 영원히 자신만의 목욕탕을 만들 궁리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밸리 선녀탕을 몰래 만든 거랍니다.

에구, 그러고 보니 한라산 중턱 아흔아홉골 선녀탕은 옥황상제 남자, 선녀 여자, 이렇게 목욕 결혼을 한 곳이 되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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